어디 참한 색시감 없을까요.

며칠전이었습니다.
논두렁 콩을 심고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야 집에 돌아와 밥맛이 없어
얼음 동동띄워 미숫가루 한사발 타마시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는
정자나무 모정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는데 이웃에사는친구 민기가
일톤 트력을 몰고와서는 제 엉덩이를 철썩때리며
 
"야 용기야 후딱 일어나봐야 젊은것이 대낮에 무슨 코까지 골며 낮잠을 잔다냐
다른게 아니라 너 나랑 개장사 안할래? 조금 있으면 무더운 여름철 휴가철이라
개값이 쏠쏠하거든 어쩌 할래?"하며 꼬시기에 야 임마 왜 하필 그 많은 장사중에
쪽팔리게 개장사가 뭐다냐 너 혼자해 임마 날 뭘로 보고." 성질을 냈더니
하루 평균 20만원은 벌수 있다며 하기 싫으면 다른사람 데리고 다니지 뭐 하면서
차를 몰고 휭하니 가지 뭡니까 그렇게 친구를 보내고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나니
점심때 밥을 먹지 않고 미숫가루를 먹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기에 집에와
양푼에 고추장 참기름 열무김치를 넣고 쓱쓱비벼 맛나게 먹고 있자니
동네 마실가셨던 어머니께서 오셔서는 토종닭한마리 잡아 마늘넣고 삶아주겠다며
마늘 껍질을 까고 계시기에
 
"아따 엄니 민기가 조금전와서는 나보고 뜬금없이 개장사하면 하루 20만원 번다며
꼬시기에 사람을 뭘로보고 그런소리 하냐며 혼을내 보냈는데 나 잘햇지 응?"
했더니
 
"아이고 참말로 우리집 인물덩어리 하나있네. 시방 20만원이 누구 개 이름이간디
야이놈아 20만원이면 쌀한짝을 팔고도 돈이 솔찮히 남는디 그런 일거리를 마다고 혀?
당장 민기보고 함께 하자고 혀 이놈아." 아 이러면서 버럭 화를내지 뭡니까
그렇지 않아도 내심 20만원이 제 눈앞에 아른아른 거렸는데
그려 뭐 자존심이 밥먹여주간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따라 다니겠다고 하고는
그 다음날 우리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동네에 나가
 
"자 개장사가 왔습니다. 염소나 강아지를 삽니다. 자 개장사가 왔습니다." 외치는데
아따 목소리가 잘 나오지않고 겁내게 쑥쓰럽더구머니랍. 행여 아는사람이 볼까
두렵기도 허고 하지만 몇번 소리를 지르고 나니 자신감이 생깁디다.
 
"자 개장사가 왔습니다. 염소나 강아지를 삽니다."를 외치고 있자니 어느 할머니가 와서는
 
"아따 참말로 키도 크고 인물도 훤한 젊은이가 왜 하필 개장사당가. 우리집에 개 서너마리
키우고 있는데 단골로 댕기는 개장사가 있는디 젊은이가 맘에들어 개 두머리 팔아
가용돈좀 쓸려고 허는디 결혼은 했는가?" 하시기에 저도모르게 총각이라고 했더니
할머니 얼굴이 금세 화색이 돌며
 
"그려? 참말로 총각이여? 우리 막내 딸하나가 마흔두살 먹었는디 결혼 허자마자 남편
교통사고로 죽고 나랑 단둘이 살고 있는디 한번 갔다온게 흠이지. 애는 참하고 살림도 잘헌디."
아 이러지 뭡니까. 전 그냥 농담으로 했는데 마침 친구 민기가 50이 다 되어가도록
장가를 못가고 있기에 이 할머니 따님과 엮어줄 생각을 하며 할머니 집에 갔는데
민기가 따님을 보고는 이쁘다며 좋아서 허벌레 합디다.
민기가 할머님께
 
"저 어머님 제 나이는 49쪼께 많지만 소도 한 20마리 키우고 논도 서너필지 있고
부모님 모시고 살고 있는데 절 사위감으로 어떠세요?" 하자
인상을 쓰시며
 
"아따 자네는 관심이 없응께. 저쪽으로 가더라고." 하시며 손으로 밀치시고는 제 옆에
바짝 쪼그리고 앉으셔서는
 
"어메 참말로 웃는것도 이뻐죽것네. 부모님은 살아 계시는가?"하며 이것저것 물으시기에
결혼했다고 이실직고 고백을 했는데도 제 손을 덥석 잡으며
 
"아따 참말로 세상에 친구 먼저 결혼시키려고 그런거짓말 까지하고 마음씨까지 어찌 그리 착할까."
하시며 마늘까지 차에 실어주지 뭡니까 친구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무말도 없이
과속으로 차를몰고 집이 있는쪽으로 달리기에
 
"야 민기야 이제 개 두마리 샀는데 개장사 안할라간디 집에 가려고 그러냐." 했더니
버럭 소리를 지르며
 
"그럼 너같으면 이 마당에 개장사 허것냐. 총각인 나는 안중에 없고
애딸린 유부남인 니가 맘에들어 마늘까지 주는데 50이 다되도록 늙어가는
나 어디 서러워서 살것냐" 하며 눈물까지 글썽이기에
 
"야 임마 사내 대장부가 그렇다고 운다냐. 어딘가에 연분이 있겠지 조금 기다리면
참한 여자 생길테니 힘내 임마."하며 어깨를 토닥여주는데 저까지 눈물이 납디다.
키가 작고 인물이 조금 빠져서 그렇지 가방끈도 길고 재산도 있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참 성실한 친구인데 어디 참한 색시감 없을까요. 50되기전에 어여 장가 보내야 헐턴디...
 
고향떠나 객지에 흩어져사는 친구들을 그리며
 
유지성 : 시골친구
임성호 : 내 친구 두곡중에 한곡 부탁드립니다.
 
부안에서 여성시대 애청자 김용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