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삶의 현장 마늘을 캐다

얼마전 내편의 직장동료께서 손수 가꾼 열무를 잔뜩 뽑아 주시며
하는말이 내가 왜 이렇게 많이 뽑아주는주는줄 알지?
하더랍니다.
그 말에는 김치담가서 나도 좀 줘 하는 암시가 담아져 있지 않겠어요?ㅎ
어휴 무공해도 좋지만 열무잎사귀 마다에 온통 총맞은 듯한 구멍들....
제 성격상 아무리 무공해도 좋지만 전 달팽이녀석이 먹다 말았는지
아님 벌레녀석이 먹다 말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큰 그 녀서들이
먹다 남은건 기분 나빠서리 별루 먹고 싶지 않기에 구멍이 송송난 채소는
사기 싫거든요.ㅎ
 
무공해랍시고 내편이 얻어왔기에 다듬는데도 양이 많아
힘들고 어떤걸 먹고 어떤걸 버려야 할지도 고민인채 채소를 다듬어
낑낑대며 밀가루풀을 끓이고 마른고추를 잘라 씨를 빼내고 씻어서
방앗간에 가서 갈아서 김치를 담갔지요.
김치류에 양파를 썰어 넣으면 시원한 맛이 나 좋기에 양파도 썰어넣어 담갔지요.
나름 맛나게 담가졌지요.
옥에 티라면 고추갈은걸 좀 과하게 많이 넣어 너무 빨갛고 좀 맵다는거였지요.
주재료인 열무보다 지난해 엄청 비싼 고추값파동.....
양념류의 값이 만만치 않았지만 어쩌겠어요.
나누어 먹어야지요.
동생네하고 열무를 가꾸신분 하고 우리하고 3등분을 하여 나누었지요.
띠옹! 그때의 열무김치름 맛보시고는 바로 어제 또 나머지 밭에 있던 열무를 몽땅 뽑아 다듬어 놓았다며
내편에게 부탁하여 또 저더러 김치를 담가달라했다지 뭐예요.
내가 미치고 팔딱뛰것다.ㅎ
 
안그래도 몸아파 넘 괴로운데....ㅠ
에효 어쩌겠어요.
몸져 누워 있지는 않은 상태이니 담가줘야지요.
지난번에도 엄마네 양념으로 김치를 그냥 담갔는데
이번엔 우리것도 아닌 엄마네 양념이기에 저 역시도 딸이지만 엄마한테 좀 미안하더군요.
엄마도 몽땅 사서 먹는 처지이기에 수고비는 놔두고라도 양념값이라도 달라고 했죠.
어쩔 수 없는 일아니겠어요.
때마침 엄마는 마늘캘거니까 오라시네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딱 맞는 말이라니깐요.
심은 마늘양만도 8접인가 하는 꽤나 많은 양인가봐요.
그런데 전 그 마늘 캐는일이 겁도 없이 많이 힘들어 보이지 않더군요.
글쎄요.
제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마늘을 캐본 경험이 한번쯤 있었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마늘 캐는일 정도는 제가 아무리
비리비리해도 해낼줄 알고 엄마한테 마늘캘때 도와 드린다고 연락하라 했거든요.
 
아침을 먹고 이번주는 꼭 보구 싶어 모프로그램의 인간극장을 보구
먼저 마늘밭으로 가신 부모님께 갔지요.
햇살이 어찌나 따갑던지요.
커다란채양으로 만들어진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팔토시를 하고
장갑를 끼고 마늘캐는 귀여운 곡갱이같은걸 이용하여 마늘을 캤답니다.
손으로도 잘 뽑아지는건 뽑아지는데
어떤건 괭이로 캐야 할 정도로 뿌리가 깊이 박혀 있더군요.
너무도 따갑게 내려쬐는 햇살에 땀은 계속해서 줄줄 흐르고
안경과 모자는 흘러내리고....
부모님좀 도와 드린답시고 비리비리한 체력으로도 나선 나를 봐서라도
잠시 좀 구름뒤에 숨어있지 내려쬐는 따가운 여름 한낮의 태양이 결코 예쁘지많은 않더군요.
얄밉고 원망스럽더군요.ㅠ
 
덥고 땀은 계속해서 흘리고 목은 타오고
연세드시고 건강도 안 좋으신 부모님도 옆에 계신데 뭐라 낑낑댈수도 없고
힘들다고 푸념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나 힘들어서 더이상 못하겠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고....
에효.
정신이 번쩍 드는 인생이란 이런건가 하는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꽉 채우더군요.
이일을 이렇게 힘든일을 꼭 해야만하는건지....
늘 엄마께서 하시는 말씀이 사람 입으로 들어갈때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한지 힘든지 아느냐구 말씀하셨지요.
정말이지 우리입으로 들어가는 각종 곡식류와 채소 과일등
거져 얻어지는건 단 한가지도 없다는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세상에 쉬운일 또한 단 한가지도 없는것 같아요.
마늘 역시도 심을때도 좀 도와드리다 특히나 햇살에 약한 저는 엄마랑 마늘좀 심다가 아파 나가떨어져 마늘을 심다
도중하차 하고 말았거든요.ㅠ
오늘 마늘을 수확하기까지 엄마는 마늘에 비료도 주고 거름도 주고 병충해로부터 하나라도 더 건지기위해 약도 쳤을것입니다.
어디 이뿐인가요?우리 엄마의 바지런한 성격상 텃밭에 풀한포기하나 얼씬도 못 합니다.
영락없는 청소기 밀고 닦아 놓아 깨끗한 방청소 해놓은듯 그렇게 텃밭이 깨끗할정도니깐요.
 
이렇게 무서운 겁나는 따가운 태양속에서도 우리 엄마는 마늘 한통을 얻기 위해 참 많은 수고를 하셨을겁니다.
그 많은 수고를 곁에서 지켜 보고 있었다면 그 농산물 단 한톨도 허투루 버리지 못할것입니다.
아니 아까워서 농사지은분 생각해서 먹기도 힘들것입니다.
신기하게도 똑같이 거름을 주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고 사랑을 주었건만
어느녀석은 튼튼하게 자라 주먹만한 마늘로 보답하는가 하면
어떤녀석은 마늘씨크기를 겨우 면한 녀석까지 크기도 다양했습니다.
전 너무 덥고 힘들다 보니 주먹만한 커다란 마늘이 뽑혀도
우와 크다 하는 감탄사를 내뱉는일조차 뒷전이더군요.ㅠ
그냥 어서 이 마늘을 다 뽑아야지 하는 생각뿐이더군요.ㅎ
완전 못난이 벌레한테 수난을 당하거나 썩어버린 마늘은 따로이 분리해가며 마늘을 캤습니다.
아니 마늘 캐기 전부터 속이 텅비어 그렇다고 먹고 싶지도 않아 이미 고갈된 체력으로
마늘을 캤기에 뿌리가 깊이 박힌 마늘과는 한판 씨름을 해야할정도였답니다.ㅠ
마늘녀석이 나보다 더 건강해 보이더군요.ㅠ
그래서 마늘은 몇접이나 수확했냐구요?
글쎄요.우선 마늘이나 양파등은 땅에서 수확을 하면 밭에다 며칠동안 말리더군요.
 
잘 말린다음 또 다시 손이 가야한다는걸 저도 알고 있습니다.
끈으로 엮어 처마밑에 걸어 두어 김장철까지 보관하며 먹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아직 정확한 수확량은 몰라요.ㅎ
오늘 따가운 햇살아래 마늘 캐는일도 얼마나 힘든일인지 절실히 깨달은 하루였지만
그래도 마늘 캐는일 재미있던걸요.ㅎ
이것이 곧 농부들의 땀흘린 결실이 아니겠어요.
수확의 기쁨아니겠는지요.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자 그 많은 수고로움과 힘겨움을 참고 견디며
한알의 곡식 한개의 과일을 얻기 위해 농부들은 봄부터 그토록 자식키우듯 온 정성을 다하나봅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마늘캐는일 다신 안할거냐고요?
아니요?
저의 유난스럽게 약한 체력이 원망스러울뿐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부모님의 마늘수확을 조금이나마 도울건데요?ㅎ
엄마께서요 힘든데 마늘 캐는일 도와 주었다고 마늘 2접 주신데요.
근데요 저요 안받겠다고 했어요.전 걍 사먹을테니 부모님이나 드시라고 했어요.저 잘했지요.^^
그 힘든 부모님의 수고와 정성이 들어간 마늘을 어찌 냉큼 받아먹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