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장 부뚜막엔 어느 가족이 산다?

배합사료는 먹이지 않고 사람들이 먹고남긴 잔반으로 키우는 돼지가 있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일테고, 그 몇 안되는 조선시대식으로 돼지를 키우고 있는 농부중엔 남원의 김영수가 ㅇ있다는 것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무더운 일상속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어서 문을 두드립니다.
 매일 수거해 오는 음식물 통에는 밥도 있지만, 김치도 있고, 과일도 있고, 생선도 있고, 고기도 있고 온갖 잡다한 것들이 다 섞여있는데, 김치 담고 남은 채소 찌꺼기도 상당량 있답니다.
 채소류는 그냥 돼지우리에 던져주어도 잘 먹지만 생선은 잘 안먹는 답니다.
그래서 생각한 건데 채소류를 삶으면 시레기국이 되고 생선을 넣으면 매운탕이나 해물탕, 추어탕이 되기도 하지요,
잔반에 끓인 국물을 넣어주면 오물오물 먹던 밥을 쩝쩝소리가 들리게 잘 먹지요. 잘 먹은 만큼 잘 자라기도 하겠지만요.
이 더운 여름철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불을 땐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무진장 덥습니다. 같이 일하는 아주머니가 농장 근처에 사시는데 일찍 나오셔서 불을 때니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답니다.
9시에 일과를 시작하는데 7시반만 되면 나오셔서 불을 때고 주변 청소를 하신답니다.
얼마전부터 고양이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불을 때고 잠시 자리를 비우면 부뚜막에 고양이 대여섯마리가 고개를 늘어뜰이고 잠을 자는 모습을 보곤 한답니다.
가만히 보니 엄마고양이 한마리에 새끼 고양이 다섯마리가 있는것이 보였습니다.
몇년전에 닭을 키울때 고양이들이 닭을 물어 죽인 사건이 있어서 고양이를 상당히 미워하며 살았는데, 한달전쯤에 풀더미 속에 있던 아기주먹만한 새끼 고양이들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더이상 미워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베어다 쟁여놓은 마른풀을 절단기로 자르려고 한다발 한다발 풀어 헤치다가 새집처럼 생긴 둥지가 보여 가만히 보니 고양이가 언제 낳았는지는 모르지만 다섯마리의 새끼들이 고물고물 움직이는게 보였습니다.
차마 한쪽으로 치우지 못하고 그자리를 벗어나 바라보았더니 어미고양이가 나타나 하나씩 물고 담장을 넘어 어딘가로 사라지는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달쯤 되었을 겁니다.
아기 주먹만 하던 새끼 고양이들이 학생들 신발만큼 몸집이 두 세 배 자라나 어미 곁에 있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 농장에 쥐는 없을까요? 고양이가 살고 있어도 쥐는 쥐 나름대로 살고 있지요.
쥐 잡아먹는 고양이는 이젠 거의 없나 봅니다. 먹을게 주변에 많으니까 쥐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가 봅니다. 
우리 농장엔 참새들이 죽제가마니에 앉아 쪼아먹고요, 까치가 전기줄에 앉아 똥을 싸고요, 파리떼들이 벽에 붙어 있어서 옆집 창문을 못 열어 놓게 하여 죄송합니다로 연신굽신거리게 하고요.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냄새 때문에 코를 틀어막기도 하지만 우린 면역이 되서인지 냄새는 못맡는답니다.
 예전엔 어린돼지들이 많이 죽어나가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 흔한 헉헉 거리는 기침소리도 들리지 않는답니다. 
어찌됐건 고양이 새끼들의 동그란 눈동자가 제 마음을 잡아당겨 더이상 해꼬지는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
더운여름날 몸 건강에 신경쓰셔서 항상 밝게 살았으면 합니다.
다음엔  더 좋은 소식으로 만나뵐것을 약속드리며...
남원에서 김영수
 
 
010-5579-2807  남원시 금지면 귀석리 98-1 초우반돈 농장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