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고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널고
미리 걷어둔 빨래를 개키고
엄마가 주신 쪽파씨를
어제 물에 담가 두었다가
몇시간에 걸쳐 쪽파를 까서
씻어 물기를 빼놓은걸 간장과 설탕 식초가
섞인물에 담갔다.
말하자면 밑반찬을 만든것이다.
한달후면 삭힌쪽파가 되어 맛이 날까?
아님 두달후?
맛나게 될지 많이 궁금하다.
양파는 단맛이 좀 강해서 그렇지 먹을만했는데.ㅎ
그래
건강을 위해서
나가기 싫지만 나가자.
나는 게으름을 뒤로하고 가벼운 운동차림을 하고
햇살은 눈이 따가우니 모자를 쓰고
폰을 통해 라디오를 들으며
작은 공원을 걸었다.
생계를 위한 길거리표 장사꾼들이
일찌감지 인도를 점령한다.
뻥튀기아저씨에 이어 좀 더 걸으니
이번엔 이불장사 아저씨가 짐을 풀고 있다.
이불장사아저씨는 무지무지 얌체.
양심불량자같다.
인도양쪽을 점령하여 짐을 푼다.
어휴 보행자들은 어찌하라고....
솔직히 장사하는 사람들이 쳐둔
파라솔이나 물건이 쌓아져 있으면
그 중간을 걷기가 상당히 멋쩍다.
말하자면 오늘 아침 이불장사아저씨가
짐을 인도 양쪽으로 펴놓아 나는 어쩔 수
없이 길이 없으니 중앙을 통과해야 했다.
속으로 아무리 먹고 살기 위한 일이지만
이건 너무 하는거 아닌가?하고
슬며시 짜증이 났지만 나는 곧이어 역지사지로 생각을 하게됐다.
내가 만약에 이불장사였다면 나도 다른 사람 보행자 생각보다는
내가 팔 이불 정리를 우선으로 했을까 하고 말이다.
나는 속으론 불평했지만 이불장사 아저씨한테는 아무런 말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어쩌랴 생계유지가 목적일텐데....
내 목표 세바퀴를 돌고 늘상 내가 앉는 자리 벤취 두개.
나는 벤취에 앉아 사색을 즐기고파 벤취로 갔다.
그중에 한자리에 중년쯤 되어 보이는 줌마가
내겐 뒷모습만 보인채 무언가를 읽고 있는듯했다.
나는 한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다리를 움직여가며 운동을 하며
라디오 여성시대를 재미나게 듣고 있었다.
어느새 한시간이 훌쩍 지났다.
여성시대1부가 끝났기에 나도 집에 가려고 일어섰다.
고개돌려보니 중년의 줌마는 언제 갔는지
온데 간데 없이 귀신처럼 사라져 버리고 없다.
대신 앉은 자리에 흔적을 남기고 떠났다.
다름 아닌 생활정보지를 벤취에 그냥 두고 갔다.
정말 어이가 없다.
애들도 아니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 보이더니만
어떻게 저런걸로 흔적을 남기고 가는것인지....
난 그모습을 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되었다.
다른 사람이 놓아 둔걸 그냥 보고 놓고 간걸까?
그래도 그건 아닌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양심을 보면 나 역시도
무엇이든 글만있으면 읽는 습관이 있기에
어느때 오늘 처럼 벤취에 누군가 읽고 놔두고간
잡지나 신문등을 읽은적 있다.
나도 읽었으니 이곳에 그냥 두고 도저히 갈일이 아닌것 같아
나는 내가 들고가서 재활용을 하든 버리든 한다.
그런데
어찌 되었건 자신도 읽었는데 그 자리에
생활정보지를 떡하니 펴둔채 그냥 가버릴수가 있는지
나는 어이가 없어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길거리를 쓰레기통으로 착각하고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버리는 아이들한테만
속으로 으이그 하고 한심해 했는데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몽땅 아이들이라
생각했는데 물론 담배는 어른 아이 할것 없이
버리지만 어른인 줌마까지도 쓰레기를 아무데나 함부로 버릴줄
난생 처음 오늘에야 알았다.
세상을 그만큼이나 살아 놓고선 생각이란걸 하고 사는지 궁금하다.
이 줌마 자기 아이들한테 도덕교육을 어찌 시킬지 가히 그림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