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이었습니다.
모내기 농사일이 끝나고 나니 할일이 없어 마을회관에 나와 어르신들과
장기를 두고 있는데 휴대전화벨이 울리기에 받아보니 이웃에 사는
친구 영식이전화였습니다.
"야 용기야 안바쁘면 우리 오디밭에 와서 오디조께 따가라.
집사람 있으면 금방이라도 잡아먹을듯 쳐다봐 못준께. 마침 처가집
장인 생신이라 집에 없을때따가잉." 하기에 바구니 가득 오디를 따가지고
오자니 돈을 줘봐야 받지를 않을것같아. 영식이가 좋아하는
읍내 다방커피를 시켰더니 늘씬하고 이쁜아가씨가 손바닥만한
빤쓰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커피 배달을 왔는데 내가 보더라도
겁나게 이뻐 보입디다.
엉덩이를 살랑살랑 거리는데 둘은 진작에 안면이 있었는지 바로
손까지 만지작거리며 내 눈치를 보더니 사람이 보이지않는
뽕나무 밭으로 금새 사라지더니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랫도리를
치켜 올리며 나오더니 이도령 춘향이 이별하듯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가 막힙디다.
"야 임마 너그 각시 알면 어쩌려고 그려. 조심해 임마. 짜식.."했더니
빙그레 웃으며
"야 용기야 허구헌날 부시시한 파마머리에 화장기 없는 맨 얼굴에 몸빼차림이 뭐냐.
아무리 논총일이 바쁘지만 여자는 자고로 어느정도 꾸미고 가꿔야 하는거 아녀?
정말 보는것도 지겹다." 이러는 친구에게
"야 임마 애들 키우랴 농사일하랴 얼마나 바쁘면 그러것냐 오히려 고맙게 알고
잘해줘야지 그렇다고 젊은 다방아가씨와 비교를해? 정신차려 임마."
야단을 쳐주고는 속창아리 없이 오토바이 타고 가는 아가씨 모습을
한참 헬렐레 넋빠져 쳐바봤습니다. 친구는 금세 미스 정에게 전화를 걸어
"미스 정 나 장동리 영식이 오빠인디 이번 일요일날 이 오빠랑 저그 격포가서
바닷바람 쐬고 맛난것도 사먹고 어쩌 그럼 내일 읍내 터미널서 만나. 아이구 이쁜것."
하지 뭡니까. 그런 친구를 보며 애들도 아니고 성인이라 알아서 잘 하겠지 생각을 하며 집에와
텃밭에 있는 마늘을 캐고있자니 영식이가 와서는
"용기야 작년에 해외여행가서 사온 썬글라스 조께 빌려줘 이번 일요일날 잘쓰고 가져올께."
하기에 비싼거라며 잘쓰고 가져오라며 신신당부를 하며 빌려줬지만 바로 후회가 되었습니다.
농촌에 시집와 시부모님 모시고 자식키우며 그 바쁜 농사일에 찌들어사는 아내도 아닌
다른 아가씨와 바람이나 함께 놀러가는 친구나 그런 친구에게 선글라스를 빌려준 나나
정말 한심스러웠습니다.
허구헌날 부시시한 머리에 몸빼차림에 아내만 보다가 젊고 이쁜 아가씨가 오빠 오빠 하며
손바닥만한 빤쓰를 입고 엉덩이를 살랑살랑 거리며 애교를 부리는데 어느 남자가
넘어가지 않겠습니까. 덕형씨 안그렇습니까?
지금은 농천일이 바빠 치장할시간이 없어 그런다지만 한가한 겨울철에 마을 회관에 놀러오는
부인들보면 하나같이 화장기 없는 얼굴 똑같은 라면 파마머리 몸빼차림을 보면
이게 아닌데 그런생각이 듭디다. 남자들은 젊으나 나이를 먹으나 이런 모습보다
단정하게 꾸미고 가꾼 아내모습이 이뻐보이고 정감이 가는데 말입니다.
지금 농촌은 눈코뜰새없이 바쁘겠지만 우리 주부님들 일할때는 몰라도 일이 없고
집에서 쉴때는 제발 그놈의 몸빼바지라도 과감하게 내 던지고 화장쪼께 허고
남편앞에 나타나면 허벌나게 이뻐보일텐디..
p.s
속창아리 없이 고등학교때 첫사랑 영랑이 동상이 보고싶네요.
어느 하늘아래 사는지 그 첫사랑 동상을 생각하며 이상렬 : 난이야
신청합니다. 6월 12일 화요일날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부안에서 애청자 김용기
부안군 상서면 장동리 226번지
063-583-5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