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편과의 외식에서 생긴 일

전화가 온다.
내편이다.
우리 오늘 저녁에 거기 있잖아 맛있다고 한다는데 응.
거기가서 간장게장이나 사먹자.
그래? 알았어.
겉모습은 허름한 식당에 들어서니
손님이 제법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1인분에 7,000원 하는 간장게장.
오징어까지 넣은 김치부침개며
생김.파래볶음.
열무김치 배추김치.
꽃게무침.홍어무침
등등
반찬이 열가지도 넘었다.
 
맛을 보니 모두 내 입맛에 딱맞는다.
아싸.
음식이 맛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간장게장에 이어 뚝배기에 새우(징거미)찌개까지 나온다.
어찌나 맛나던지....
거기에 밥까지도 갓지은 밥이라 어찌나 맛이 좋던지....
밥한공기를 순식간에 뚝딱 비웠다.
 
우린 외식을 거의 하지 않지만
밥을 남겼으면 남겼지 더 먹어본 기억이 없는데
오늘은 내편도 맛이 있는지 밥한공기를 후다닥 헤치우고는
한공기 더 시켜 같이 먹자 한다.
나두 배가 부르지만 찬이 너무 맛이 좋아서
그러라며 하지 말아야 하는 과식을 하게 되었다.
식사도우미인 서빙아줌마가 배려깊게도 맛나게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다.
간장게장에 밥과 파래볶음을 비벼서 생김과 싸먹으면 더욱 맛나다고.
 
역시나 맛나다.ㅋ
우거지를 넣고 끓인 새우찌개로만으로도 둘이서 충분히 밥을 먹을정도다.
걍 밥이 하기싫은날.
아님 몸이 안좋은날.
밖에서 먹고 싶은날.
누군가 차려준 밥이 먹고 싶은날.
이런날이면 이 음식점에 가야겠다.
 
내편은 밥을 한공기 반을 먹고도 더 먹고 싶어했다.
웬일?ㅋ
간장게장에 밥을 비볍는데
좀 짜서 그러는데
밥이 조금만 있으면 좋겠다해서
나는 그만 먹고 숟가락을 놓으라했다.
싱글벙글하며 아니라고~ 싫단다 다 먹어야 한단다.참내 못 말린다.ㅋ
 
밥한술가락을 어떻게 더 달라고 주문한단 말인가?
그럼 다시 한공기를 더 시켜야 하고 밥이 많이 남을텐데....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짜거든 그만 먹고 숟가락을 놓으라고 했다.
보다못해 우리부부 바로 옆에서 먹던 사람들이 내편의 그 모습을 보고
자기네들이 덜어서 먹고 남긴 밥을 주고 싶었나 보다.
우리가 어찌 생각할지 몰라 선뜻 가져다 먹으라고 못했다며 괜찮으시다면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
내편은 고맙다며 옆자리 손님에게 냉큼 받아든 밥을 합쳐 비벼놓고선 또 다시 가족끼리 온 반대쪽 손님에게
김을 한장만 달라고 한다.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는 내편의 소탈한 성격에
나는 어이도 없었지만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내편의 행동에 난 한참을 웃고 말았다.
옆자리 손님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있고....
흔한말로 조금은 쪽이란게 좀 팔리기도 했지만
나는 내편의 외식자리에서의 행동에 대해 더이상
딴지 걸고 싶지는 않다.ㅋ
밥을 주신 손님은 어차피 남기는밥이었고 그럼 음식점에서는
버릴것이고 이렇게 생각하면 내편은 자원을 아낀셈이 될테니까 말이다.ㅋㅋ
 
내편~
다음부터는 외식하러 갔을때
오늘 같은 행동은 가능하면 좀 참아주라.
옆자리 손님들이 어찌 생각하겠어.
안그래.
물론 생각이 다들 다르니까
밥을 주신 손님은 내가 말리니까
어떠냐고 어차피 남는밥인데요 하며
좋게 봐 주셨지만
반대쪽 손님은 그리 생각하지 않을 수 도 있잖아 구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