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가는게 뭔지..

이게 얼마만입니까
거의 2년만에 놀러왔습니다.
 
농협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동생이 점심값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집에 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막둥이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우리 엄니
 
"아이고 이 화상아. 직장좋고 인물 그만허면 나무랄데 없는디.
도데체 뭐가 부족혀서 마흔살 쳐먹도록 장가를 못가는거여."
하시는 엄니께 동생이 한마디 헙디댜.
"어메참말로 맘에 드는 아가씨가 나타나야 장가를 가던말던 하지.
치마만 입었다고 다 여자간디. 안그려 엄니?"
하는 아들의 등짝을 사정없이 때리며
 
"이 썩을놈.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하네. 지랄 말고 이번 선볼 아가씨는
전주 한복집에서 바느질하는 아가씨인디 나이는 서른 여섯살 먹었는디.
흠이라면 쪼께 뚱뚱헌게 흠인디. 이 마당에 니가 시방 따슨밥 찬밥 가릴
형편이간디." 하시는 우리 엄니 잔소리를 들으며 맞선을 보고 아가씨를 데리고
집에왔는데 세상에나 이게 뭔일이랍니까 쪼께 뚱뚱헌게 아니라
겁나게 뚱뚱헙디다. 그동안 동생이 좋다며 목매던 그 많은 늘씬하고 이쁜아가씨들 두고
이 아가씨가 자기맘에 든다며 올가을에 장가갈거라며 좋아서 허벌레하는 동생을 보니
참 연분이 따로 있긴 있는가 봅디다. 우리 엄니 올 가을에 막둥이 아들 장가보내려면
고추장도 장독항아리에 가득 담아야하고 쑥도 뜯어다 삶아 냉장고 냉장실에 보관해야 한다며
걱정을 하시는데 경운기몰며 논 못자리 물꼬 보러 가는데 경운기 앞을 막고서는
 
"애비야. 못자리 물은 내일대고 이 애미와 쑥 뜯으러 가자 하시며
저의 호주머니에 거금 5만원을 넣어주시며 꼬시지 뭡니까.
저요. 돈 5만원에 눈이멀어 우리 엄니를 경운기에 태우고 쑥 뜯으러 신나게 달리는데
 
"애비야. 이제 우리 막둥이만 결혼시키면 이 애미 여한이 없다."
하시며 뭐가 그리 좋으신지
♪용두산아 용두산아 꽃 피는 용두산아 한발올려 맹세하고 두발디뎌 언약하던...♪
노래를 부르시는데 자식이란게 뭔가 제가 자식을 낳고 키워보니 우리엄니 맘을
이해가 됩디다.
아무튼 쌀마대 자루에 쑥을 가득 캐 집에와 깨끗이 씻어 가마솥에 쑥을 삶으시는데
우리 엄니 피곤한지 불때면서 연신 꾸벅꾸벅 졸으시기에 방에 들어가서 한숨 자라고 하니
하품을 하시며
 
"그럼 그럴껴. 물 팔팔 끓으면 이 소다가루 넣고 너무 오래 끓이지 말고 적당히 잘 삶아
찬물에 담가놔." 하시며 신신당부하시는 어머니를 방에 모시고 이 기회에 우리 엄니한테
점수 좀 따야겠다 싶어 온 정성들여 쑥을 삶았는데 그 많은 쑥이 너무 오래 삶아 죽이 되어버렸지
뭡니까 우리 엄니 잠에서 깨어 보시더니 이 아까운걸 어쩌냐며 어찌나 나무라시며
 
"이 썩을놈아 지랄말고 내가 준 5만원 당장 내놔."하시며 치사하게 그돈을 빼앗아 가지 뭡니까.
농사일도 바쁜데 동생 장가간다고 쑥도 뜯어야하고 고추장담을 고추가루도 빻아 와야하고
할일이 태산같네요. 몸은 고되고 힘은들어도 그래도 우리엄니가 이토록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까지 덩달이 기분이 참 좋네요. 며칠전에 우리엄니 큰병원에 모시고가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건강하다니 기분도 좋고 우리엄니가 좋아하시는 고봉산의 용두산엘레지 듣고싶은데
이쁜작가님 부탁좀 혀요.
 
감사합니다.
 
부안군 상서면 장동리 장동마을 127번지
김용기
063-583-5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