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재혼에 관하여

오늘은 모처럼 아***을 시청했다.
매주 수요일은 시청자들의 상담코너가 있는 날이다.
70대 초반의 어르신이 아침마당 상담코너의 문을 두드린것이다.
어르신은 슬하에 딸하나 아들하나를 두셨다한다.
사연인즉
평상시 부부사이가 원만했던 어르신의 아내가
2년전에 갑자기 돌아가시고 말았는데
자식들은 각각 결혼해서 잘 살고 있고
한번도 해보지 않던 집안일도 서툴고 힘들고
무엇보다 외로움에 견디기 힘드셨던 차
지인으로부터 좋은할머니를 소개 받았는데
마침 두분은 마음이 맞아 절친으로 지내던중
서로의 합의하에 살림을 합치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서로가 혼자지내시니 두분이 함께 지내면 좋을듯하여
한집에서 함께 살뿐 혼인신고 같은건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새로 맞이 하는  아내에게 전셋집 하나정도는 마련해 주는 조건이 다라고 한다.
참고로 결혼한 두 자식들은 자기집을 갖고 어려움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은 말하자면 혼자 되신 아버지의 재혼을 극구 반대한다고 한다.
심지어 입에 담지도 못할 막말 욕설까지 했다고 한다.
어르신께서 우시면서 말씀을 하시는데 정말 남의 일 같지 않은 이번사연을 보며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며 전문가등 좋은 말씀들을 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들의 행동에 대해 이해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들이다.
그리고 한결같이 생각하는 것은 아버지의 재산때문인것 같다는 말을
누구나 할것 없이 공통적으로 했다.
아마도 오늘 이 프로그램을 본 시청자들의 대부분이
아들이 아버지의 재혼을 극구 말리는 까닭은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날릴까봐 그러는구만 하고 생각할 것이다.
말하자면 아들의 반대로 인하여 부자간의 사이도 멀어지고 여친과 살림을 합치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상담신청을 한것이다.
 
어르신은 노후준비를 잘 해 놓으셨다는 말씀을 강조 하셨다.
재산도 어느 정도 가지고 계신분이셨고....
그러기에 어르신은 자식들한테 뭐하나 요구하는것도 없으시다고 하신다.
당신이 모은 재산으로 새아내를 맞아 남은 여생을 살아 보고자 하시는데
자식된 도리로 어찌 아버지의 행복을 막으려 하는지....
나 역시도 자식이고 부모이기도 하지만 왜 자식들은
부모님께 받으려고만 하는지 빼앗아 가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그져 주려고만 하시는데....
자신을 낳아 키우고 가르쳐준 고마움을 왜 모르고 사는 이유는 뭘까?
냉정하게 따지자면 부모님 재산은 부모님 재산이지 내것이 아니다.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면서 내게 물려 주신다면 몰라도 말이다.
그런데 자식들은 대부분 부모님 재산이 자기것인냥 자기합리화로 우리말에 주려는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김치국먼저 마시고 있다는 말처럼 기뻐하고 있다.웃기는 일이 아닐수 없다.
설사 부모님께서 많은 재산이 있어 사회에 기부한다면 어쩔건데~ 말릴것인가?
부모님이 힘들게 모은 재산이니 부모님 임의대로 쓰시게 지켜보기만 해야하지 않을까?
그게 자식된 도리이고 입장이 아닐까?
 
이 세상  그 어떤 부모도 자식이 굶주리고 사는데
힘들게 사는데도 자신의 재산을 몽땅 사회에 기부하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내가 재산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상담을 하러 나오신 어르신의
아들이 아버지가 재산이 좀 있기에 아버지의 재혼을 그 난리를 치며 극구 반대하는것 같아 하는 말이다.
어찌보면 어르신의 재혼은 좀 빠른감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상처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어르신은 연세가 적지 않으니 남은 여생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재혼을 서둘러야 한다.
이성친구와 좋은관계로 지내는것도 좋지만
부부로 한집에 사는편이 두사람한테 더 나을테니까....
그럼 역지사지로 어르신의 입장이 되어보자.
부부사이가 나쁘게 지낸사이도 아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배우자를 잃었다고 생각해 보라.
그립고 보고파도 다시는 볼 수 없는 머나먼곳으로 여행을 가버린 배우자.
배우자가 훌쩍 떠나버리고 없는 빈자리....
그 허전함과 외로움 쓸쓸함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겠는가.
당장 축쳐진 어깨로 기가 죽은 상태가 되고 미치고 환장할일일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부부가 가장 스트레스 받는일이 배우자와의 이별이라했다.
이혼이든 사별이든지간에....
 
사별은 더더욱 그럴것같다.
이혼한 남자는 수명이 10년쯤 단축된다는 말도 들었다.
비록 내 엄마는 힘들게 사시다 돌아가셨을지라도 인간의 삶과 죽음은 내맘대로 할 수 없는일.
이 세상을 살면서 누리고 누리지 못하고는 그 사람의 복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어르신의 아내이며 어르신 아들의 엄마이신
이분도 복이 없으시니 복이 이 정도밖에 주어지지 않았으니 어느날 갑자기 돌아가셨을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돌아가시고 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남은 가족들은
원통하고 분하고 서러워도 그리워만 하며 살아야 할 밖에....ㅠ
아직 이 세상에 남겨진 사람은 어찌 되었건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는것이니
그 행복을 막지는 말아야 하는것이다.
먼저 돌아가신 엄마한테는 죄송하지만 혼자 되신 아버지께 좋은 친구나 아내를
맺어 드리는것도 나는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일을 실천한 내 친구네가 있다.
지금은 친구아버지마져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이 어르신과 비슷한 처지의 상황이다.
친구네는 시골이지만 꽤나 부잣집이었다.
자식들은 모두 결혼하여 도시에서 살고 있고 자식들 역시도 다들 힘들지 않게 살고 있는 처지였다.
친구부모님만 농사를 지으며 시골에서 사셨는데 엄마가 병환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
내 친구의 엄마가 돌아가시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어
혼자서 농사지으시며 외롭게 사실 아버지를 생각하여
친구의 큰오빠가 좋은분을 아버지께 소개해 드려 두분이 부부로 사시게 되었다고 한다.
내 친구네 형제자매들은 새엄마를 엄마로 모시며
지금 또 다시 혼자 되셨지만 내 친구도 언니오빠들도 친엄마처럼 가끔 찾아 뵙고 지낸다고 했다.
친구말에 의하면 새어머니께 친정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전에 전답이랑 집 그리고 소몇마리등등
먹고 살만한 재산을 남겨 주시고 돌아가셨다고도 들었다.
자식이라면 내 친구네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럼 이번에는 내입장이 되어 보고자 한다.
만약에 우리 부모님께서 한분이 돌아가셨다면 나는 기꺼이 좋은 친구분을 내가 나서서
싫다고 하셔도 등떠밀어서라도 남은 여생을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사시다 가시도록 맺어 드릴 참이다.
아무리 자식이 효자이고 효녀여도 함께 사는 배우자가 좀 마음에 안들지라도
배우자와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부부관계.
부부사랑.
부부사이는 부부만이 알고 느끼며 함께 하는 것이므로....
내 동생들 역시도 나랑 생각이 같을거라 생각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건 내나이 30대 후반정도 부터 하게 되었다.
참 일찍도 철이 든걸까?
부부라는게 어떤건지를 나는 벌써 일찌감치 알아버린걸까?
솔직히 나는 우리부모님께 재산이 없으니 내가 이같은 생각을 하게 된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꼭 그건아니리라.
 
나는 물질보다 보이지 않는것들이 더 값지고 소중함을 잘 알기에 더 가치를 두기에....
살면서 가장 견디기 힘든일이 외로움임을 잘 알기에
나는 일찌감치 이런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30대후반이 되기전에는 부모님의 재혼이란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생각도 해보지 않고 재혼하는 사람들에게
자식들하고 살지 뭣하러 재혼은 한데?
뭐 이런 이기적인 생각밖에 할 줄 몰랐었는데
결혼하여 나이가 들면서 나는 마음까지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한것 같다.
지금 이 나이에도 가끔은 철딱서니없이 굴때도 있지만....ㅋ
만약에 우리아빠께 재산이 좀 있는데 어르신처럼 엄마가 먼저 돌아가셨다면
그래서 아빠가 새로 아내를 맞이 하시겠다고 말씀을 하셨다면
나는 아빠의 재산이니 아빠가 마음대로 쓰시도록 할것같다.
결론은 내가 보기에 아빠를 위해주실것 같은 분이기만 한다면 난 기꺼이 아빠의견에 따를것같다.
하지만 아빠께서 소개하신 아주머니가 아니다 싶은 아주머니로 보인다면 나는 그때는 결단코 반대할 것이다.
나는 항상 사람.
인간됨이 최우선이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