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웨딩사진을 찍어 드리던 날에

 
보셔요.
올해는 우리 엄마께는 특별한 한해랍니다.
왜냐면요.
엄마께서 올해로 칠순을 맞이하시기 때문이죠.
우리 6남매를 해보지 않은일 없이
고생 고생 하시어 먹이고 가르치고
모두 짝지어 내보내고 이젠 두분이
다시 신혼을 맞이하셨는데
맏이인 제가 태어나기 전처럼 행복하신지 궁금하네요.
한번 여쭈어보아야겠어요.ㅎ
 
우리 6남매는 형편이 다들 고만 고만하게 살고 있지요.
그래도 다른집 어느 형제자매 못지않게 부모님께 나름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고 산답니다.
아직 엄마 생신이 몇개월 남았지만
엄마 칠순을 맞아 손님 초대하여 잔치를 해드릴 형편은 못되고해서
우리 형제자매들은 가까운 친지모시고 근사한곳에 가서
식사나 할 계획을 잡던중에 식사만으로는 너무 서운한것 같아
무언가 기념이 될만한 선물을 해드릴게 없을까
궁리하다가 역시나 마음씀씀이가 깊은 우리 딸들은
결혼사진 찍을 돈이 없어 결혼사진 한장없이 지금껏 살아오신 우리 부모님을 위해
엄마 칠순 기념으로 두분께 드레스를 입고 웨딩사진을 찍어 드리기로 했답니다.
제 절친과 통화중에 이 얘기를 들려 주었더니 정말 잘했다고 하네요.
 
생신은 더운 여름철이기에 따뜻한 날씨인 봄에 미리 웨딩사진을 찍기로 했지요.
깜짝쇼처럼 웨딩사진을 찍어드리려고 했지만 부모님의 생활도 있으시기에 그래서 엄마께만 미리 말씀을 드렸지요.
아빠한테 말씀 하시면 그렇잖아도 현재 암수술 환자로 지내시니 몸이 많이 불편하실텐데
다 늙어가꼬 무슨 사진이냐며
안찍겠다고 거부하실게 뻔해서 말씀을 드리지 않았지요.
엄마가 대신 전해드렸답니다.
우리 아빠.
우리 자식들 생각과는 달리 의외의 대답을 들을수 있었답니다.
연세가 연세인만큼 표현에 익숙하지 않아
아무리 좋아도 전혀 표현을 못하시는 안하시는 우리아빠께서는 사진을 안찍겠다고 하지 않더라는것입니다.
아싸.
얼마나 다행이던지요.
 
가까이 사는 여동생과 전 사진관에 가서 예약을 해두었지요.
그리고
우리 형제자매들이 왁자지껄 모여노는 인터넷까페에 제가
공지를 띄웠지요.
4월14일 토요일에 아빠엄마 웨딩사진 찍을건데
관심있는 윗동네(설.경기)사는 아그들도 시간되거든 오니라.했지요.
제 바로 아래 여동생과 막내여동생이 바로 댓글이 달리더만요.
우리 아빠 엄마 이쁘게 꽃단장 하고 드레스입은 모습 실제로 본다면서 내려온다구요.
저는 출근 하는 내편을 따라 아침 일찍 친정에 갔습니다.
엄마의 삶에 오직 남편과 자식뿐인 우리 엄마.
엄마는 벌써 자식들이 모인다고 뭐라도 먹이고 싸보내시려고 지난번에
부모님이 텃밭에 길르신 갓넣고 쪽파김치도 담가 놓으시고 그날 저 왼종일 쪽파를 까트라 힘들어 죽는줄알았지요.ㅎ
쑥을 넣고 맛난 개떡도 만들어 쪄놓으시고 기르시던 큼직한 뚱뚱이(무게를 달아보니 자그만치3,5kg이나 나가더래요)씨암탉도
잡아서 약재넣고 푹 삶아 놓으셨더만요.닭간은 무조건 제입으로 들어간답니다.ㅋ
 
예약시간이 아직 있길래 막간을 이용해서
지난해 겨울 아빠의 병원생활로 연료가 많이 줄지 않아
우선 2드럼통만 기름을 넣어드렸는데
기름통을 확인해보니 얼마남지 않아 기름도 한드럼통 넣어드렸지요.
우리 6남매는 통장을 만들어 매월 얼마씩 여섯이 똑같이 회비를 모으고 있답니다.
회비를 모으는 목적은 우선 부모님 살아 생전에 의료비나 기타로 사용하기로 하고 이 다음에는 우리
6남매의 단합을 위해 영원히 회비를 모으기로 했지요.
두 남동생중에 큰넘은 맏이라고 부모님께 생활비조로 조금 입금해드리고
우리 회비통장에서 생활비조로 조금 더 보내드리고
말하자면 겨울난방비도 몇년전부터 우리 형제자매가 부담하여 해결해드리고 있지요.
워낙 아무것도 없이 살던 부모님이시고 우리형제자매를 낳아 잘 키워주시고 가르쳐 주셨는데
늙고 힘없고 병까지 나신 부모님을 이젠 우리 자식이 조금이나마 도와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이글을 읽는 분들은 효자효녀들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아니지요.
자식으로써 인간으로써 당연한도리인 만큼
부모님께 받은 은혜에 만분의 1이라도 갚아야 하기에 그 보답을 하려고 하는것일뿐이지요.
 
멀리 경기도 성남과 광주에서 두 여동생이 초딩2년생인 조카를 데리고 아침 첫 버스를 타고
사진관예약시간에 맞추어 도착했지요.
저는 부모님을 모시고 먼저 사진관에 갔습니다.
사진사께서는 여자분이신데 재주도 만더만요.미용사가 하는일도 할 줄 알더만요.
우선 엄마얼굴에 꽃단장을 하시고
머리엔 올린머리처럼 보이기 위해 여러가지 모양에 가발을 올려 핀으로 고정을 하구
왕관을 씌우고 귀걸이를 하고
저는 하이얀웨딩드레스만 생각했는데 금빛드레스가 있더만요.
눈썹도 정리하고 곱게 화장을 한 모습에 머리를 올리고
금빛드레스를 입은 우리 엄마의 모습은 사극드라마에서에서나 보았던
여왕마마였답니다.
얼마나 곱고 예쁘시던지요.
엄마께 꽃단장을 해주면서 사진사님은 연신 피부도 희고 곱다고 칭찬을 하셨지요.
저희가 봐도 그렇답니다.
 
그렇게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도
지금도 화장만 하시면 연세보다 10년은 젊어 보이시거든요.
다만 너무 고생을 하시어 허리가 많이 굽으셔서
자식으로써 마음이 아프지만요....ㅠ
엄마의 꽃단장 하는 모습을 지켜 보시던 우리 아빠는
어색하고 몸이 안좋으시니 많이 불편하셨던 모양입니다.
글쎄말이예요 세상에나 우리 엄마한테 혼자 사진을 찍으라고 하시는거 있죠?
암튼 우리 아빠는 못 말리신다니깐요.
성격급한거요.ㅋ
결혼생활 50년만에 처음 입어보는 웨딩드레스.
더욱 빛나 보이는 금빛웨딩드레스를 입고 두분이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니 그 마음은 어떠실까요.
 
연세가 드셔감에 따라 머리카락수도 점점 줄어져가는 아빠의 모습이
아빠도 싫으신가 봅니다.
엄마의 꽃단장이 끝나고 아빠의 꽃단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빠는 사진사님께 머리숱 좀 많게 보이게 해달라고 주문도 하시네요.
우리아빠도 엄마랑 같은 색상의 금빛정장을 입으시고
두분은 사진사님의 주문대로 포즈를 취하며
모델을 스셨습니다.
두분께 몇십분동안 벌을 받게 하시는것 같아 쬐끔은 죄송한 마음도 들더군요.
우리아빠는 그 뭐냐~ 황제있죠?
영락없는 황제마마의 모습이셨구요.
두분이 성격이 맞지 않아 아옹다옹 하시며 살아 가시지만 웨딩사진을 찍기위해 금빛웨딩드레스와정장을 입고
서계신 두분은 참으로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우리 네딸은 우리 엄마 너무 이쁘다.
우리 아빠 너무 잘 생기셨다.를 외치며
사진속에 웃으시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다음에 이세상에 계시지 않을때도 두분의 모습을 보기 위해
돌쟁이 아가들 사진찍을때처럼
우리집 네 딸들은 깔깔대고 두분을 웃기는 재롱도 피웠고요.
자신들의 폰카에 담느라 밀치고 달치고 야단법석을 떨기도 했답니다.
뭐가 그리 비싼건지 사진대가 만만치는 않았지만
거품이 많아 보였지만 좀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6남매가 엄마 칠순을 기념으로 두분께
평생입어 보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실수도 있을뻔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어 드린 오늘.
다행히 두분이 흔쾌히 사진 찍는일에 동의해 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자식으로써 두분께 참 잘한 일인것 같아 정말 기분좋은 날이었답니다.
 
사진사님이 사진관에서 오셔서도 사진을 안찍으시겠다고 하시는 우리 아빠께
어머님 아버님은 복받으신줄 아세요.하시며
다른분들은 자식들이 이런 멋진 사진 찍어 드리지도 않고
어떤 자식들은 부모님이 원하셔도 찍어 드리지도 않는다고
않는다고 하시며 자식들도 벼라별 자식 다 있다고 하더군요.
세상에나 부모님이 원하시는데도 안찍어 드리는 자식은
도대체 이유가 뭘까요?
무슨 사정이 있는지 저로서는 한편으로는 이해도 가지만
궁금하기만 합니다.
우리집 딸들은 하나같이 우리 부모님께 의상도 연세드실수록
어두운 색상보다 밝은 색상을 권하시고 사드리는데
취향과 생각이 달라서인지 어떤 자식들은 부모님이 원하시는데도 연세드셨으면 점잖게 보여야 하니
어두운 계통의 옷만 입으라고 한다고도 들었지만 그건 아닌것 같아요.
전 부모님께서 밝은옷을 원하신다면야 그리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진작 이런 자리를 마련했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까지는 들지 않았습니다.
지금 엄마 칠순기념으로 사진 찍어드린게 딱 좋은 시기라는 생각을 하네요.
멀리서 4시간씩 버스를 타고 내려온 두 여동생과 조카는
가족들이 있어 오후버스로 다시 올라간다합니다.
전 버스에서 먹으라고 전날 만든 누릉지도 봉지에 싸서
바로 아래 여동생에게 주었고
엄마랑 지난번에 밭에서 캔 자연산 냉이랑 쑥을 다져 넣고
두부와 오징어 달걀 양파 브로컬리 당근 등등을 넣고
동그랑땡을 만들어 부치는건 엄마가 수고 하셨고 영양덩어리라며 먹을거냐고 물으며
엄마가 냉동실에 저해둔거라 했더니
이눔 지지배들 서로 가져 가겠다고 난리네요.
다섯명의 동생중에 세여동생.
똑같이 나누어 주려고 했는데 얼어서 잘 떨어지지가 않아 우리집 가까이 사는 여동생이  젤루 적게 가져갔구만요.ㅎ
 
엄마랑 우리 네딸들은 윗동네 사는 여동생을 바래다 주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엄마께서는 두 여동생의 버스표를 사주신다고 하시길래
제가 그랬죠.
엄마.
**이가 벌써 끊어 놓았어.
내가 차표 봤어.했더니
내가 끊어 주려고 했는데 하시며 손에 쥐었던 만원짜리를 펴시어
우리 조카한테 먼저 용돈을 주셨습니다.
바로 아래 동생과 막내여동생은 웃으며 장난끼가 발동하여 지들도 엄마께 두손을 내밉니다.
우리집 가까이 사는 여동생도 저도 두손을 내밀었지요.
엄마손에 쥐어진 만원짜리는 조카와 네딸들에게 모두 없어졌습니다.
네 딸들의 나이는 51.49.43.40 이렇답니다.ㅋ
 
윗동네 사는 두딸은 우리가 이돈을 받아 뭐하것어.
바로아래 여동생은 이 만원을 번쩍 올리며 이거 액자만들어 걸어둘까하기도 합니다.
모르겠습니다.
윗동네 사는 두 지지배들은 엄마께 다시 돌려드렸는지를요.
하지만
저랑 가까이사는 동생과 전 같은 생각인지 엄마께 다시 돌려 드리지 않고 아싸 고맙습니다하며
기뻐하며 주머니에 냉큼 넣었답니다.
막내여동생이 지*을 떱니다.
윗것들은 다시 드리는데 저거봐 주머니에 집어 넣는거봐 그럽니다.
우린 그랬지요.
야?
먼소리여 난 엄마 안드릴거다.
이것도 재미거든.엄마 구치~라고 자식이 엄마한테 용돈 좀 받으면 안되냐?고 했지요.
엄마도 웃으시며 우리 말이 맞다고 하셨고요.
 
많은돈이라면 우리도 절대로 받지 않지요.
물론 우리한테 주실돈도 없으시지만말이어요.
가끔은
저나 우리집 가까이 사는
여동생처럼 부모님의 입장에 서서
대부분 자식들에게 받아 쓰신다지만
다시 그 돈을 손주들에게나
자식들에게 용돈이라며 주시고 싶으셔서
주시는 돈은 기꺼이 고맙습니다.하고 받는게 자식된 도리라고 생각해요.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세요.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며 행복하시다는 부모님 말씀을 들어 보셨지요?
부모님은 자식에게 용돈을 주는일도 무지 행복해 하실테니까요 제말 맞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