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 평화가 만들어지기까지....

 

우리나라 산업화는 여러 형태의 빈곤을 만들어냈다

 농업에서 희망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좀 더 잘 살아 보려고 공장이 있는 곳으로 모여 들었다

그래서 농촌 인구는 줄어 들고 도시빈민들이 생겨났다

어느 지역을 가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처럼 조손가정이 많을 것이다  

같은 상황임에도 두 가지 사례를 적어 보고자 한다

김권사님 막내아들.... 도시에서 그럭저럭 노동품팔이를 하며 살았다는데 세명의 자녀를 두었다 

 애기엄마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가출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골집으로 보내서 할머니가 양육을 맡을 것인가 시설로 보낼것인가를 놓고

 김권사님의  자녀들이 의논한 끝에 시골 어머니가 키우게 되면 힘들거라는 결론으로

연약하고 무방비 상태인  세명에 아이들은 선택에 여지도 없이

  시설로 보내버렸나 보다

시설로 보내고 난 뒤 권사님은 많이 우셨다

돌봐 주지 못한 죄책감과 낯선 시설에서  맘 고생할 손주들을 생각하며.....


또 다른 사례는 우리 앞집에 사시는 구례 댁 아주머니 이야기이다

아주머니의 손주는  17년을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잘 자라서 올해 대학을 갔다

손주녀석이 세 살 되던 해 며느리가 암으로 세상을 등지자 녀석은  아주머니의

늦둥이가 된 것이다 척추질환으로 잘 걷지 못하는 아저씨 수발과 어린손주녀석 돌보랴

그 수고를 어찌다 글로 표현할까?

어려운 역경임에도 구례댁 아주머니는 손주의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졸업시키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닐때는 하루에 몇 번 밖에 들어오지 않는  시내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새벽 밥 하기를 몇 년이었으며 녀석이 귀가 할 때까지 동네회관 앞에 서성이며

버스 승강장 쪽을 바라보며 기다리기를 몇 년이었던가

이제 녀석은 전주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여 할머니의 슬하를 떠났다

이렇게 한 가정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한 생명을 보듬고 다독이며 홀로 서게 하기까지

구례 댁 아주머니의 희생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녀석은 할머니의 보살핌을 통하여 가정에 평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평화를 맛 본 녀석은 어디서든 할머니께 배운 평화를 흉네라도 내며 살 것이다 .

그런데 우리는 어려운 과정을 회피하고 좋은 결과만을 바라는데 이건 옳지 못하다

어려울거라고 상상되지만 몸소 부딪히다 보면 기쁨에 복병이 어느 곳에 숨어 있다가

우리를 기쁘게 하는 일들이 많고 많다

옛적에 읽어 두었던 푸쉬킨의 시와 구례 댁 아주머니 사연과 어울리는 성경구절을 떠 올리며

 글을 맺고자 한다

“슬픔에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