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잊지 못할 생일 선물

 
오늘은 2012년3월13일
음력으로는 2월21일 내 생일이다.
수십년전 나는 부모님의 부르심을 받고 이땅에 태어났다.
물좋고 공기좋고 산좋고 그야말로
무릉도원 같은 오염이라고는 없는 산골에서 태어났건만
워낙 가정 형편이 어려운 탓에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게 제대로 먹일것 조차 없어
못 먹여서 병에 걸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정도로
병마에 시달렸지만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니
부모님의 정성과 의학의 힘을 빌려 구사일생처럼 살아나
어느정도의 배움인 학교를 마치고 결혼하여 아이도 낳았다.
 
누구나 생일에 관한 추억도 에피소드도 다들 가지고 살것이다.
사람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일은 잘 기억을 못한다고들 한다.
대신 누군가 내게 도움을 준일은 잊지를 못하는것 같다.
나라는 사람도 그렇다.
그 시절은 아마도 가장 무언가 절실할 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곤한다.
나역시도 평생 잊혀지질 않으니 말이다.
저멀리 아득한 학창시절 여중생시절이 아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첫번째로 잊혀지지 않는 생일선물이었던 것 같다.
나는 우리 아빠의 엄격한 교육방침에 따라 당시 읍내로 유학을 가서 중1입학시절 부터
자취를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부모님도 대단하시다.
그 어린것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데도 연탄불도 잘 피우지도 못하는데
연탄불 갈아가며 밥해먹고 학교 다니라며 자취를 시키셨는지....
물론 그 시절엔 다그랬다.
 
철없는 나는 허구헌날 연탄불을 꺼뜨리고 갈줄도 잘 모르고 잘 피울줄도 몰라
고생아닌 고생을 하며 소녀는 중학교에 잘 다니고 있었다.
몇살때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날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자취방에 돌아오니 찬장에는 동그란
꽃무늬가 있는 노란 양은재질의 찬합(찬통겸 도시락통)이 두개 쌓여있다.
뚜껑을 열어본 나는 놀랍고 군침이 돌고 무지 기뻣다.
먹을것도 없던 시절.
그 시절엔 통닭도 피자도 없었다.
기껏해야 튀김과 떡뽂이 과자 빵 정도가 간식의 전부였던것 같다.
학교 갔다오면 몹시도 배가 고팠던 시절.
풋마늘에 봄이면 제철인 주꾸미를 넣고 회무침을 한 주꾸미회무침이
찬합안에 가득 있었던 것이다.
 
집전화도 귀하던 시절이라 연락도 쉽게 할 수 가 없던시절.
버스도 하루에 몇대없어 집으로 돌아가셔야 하기에
아마도 쪽지를 남겨두고 가시지 않았나 하는 기억이다.
내 생일이라고 엄마는 버스타고 한시간도 더 걸리는 거리까지
주꾸미회무침을 만들어 가져다 내 자취방에 두고 가셨던것이다.
어찌나 맛나던지 난 영원히 그 맛을 잊을 수 가 없다.
내나이 5학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지금은 먹을것이 너무 많고 흔해서인지 그맛은 나지 않지만 지금도 제철엔 맛이 좋다.
유난히 철없는 나지만 나는 언젠가 정신을 차리고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나이가 들어도 걍 철딱서니없이 살기로 작정했다.
철딱서니없이 사는것이 내자신에게 도움을 줄것 같아서다.
행복할것 같아서다....
바로 엇그제.
엄마랑 통화를 하게 되었다.
엄마는 몇일날이 네 생일인데 하시며 아빠가 찰밥드시고 싶다하셨다면서 찰밥먹게 오라신다.
아침도 먹지말고 오라셔서 일어나서 곧장 엄마집에 갔다.
 
나는 부모님께서 좋아하시고 맛나다고 하시길래
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골드퀴위도 한팩 사들고 가서는 엄마께 내밀며
엄마 저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드렸다.
봄철이 제철인 주꾸미.
이곳 부안은 봄이면 주꾸미가 더욱 맛나다고들 한다.
어떤요리를 해도 맛난 주꾸미다.
영양도 풍부하다고 연일 티비방송에서도 나온다.
나는 엄마한테 오늘도 철딱서니없는 행동을 했다.
엄마 내 생일인데 주꾸미회무침 안해줘?ㅎ
엄마는 두말 하지 않으시고 요즘 주꾸미가 나왔나 모르것다.
얼마나 하는지 모르것다 하시더니 언제 시장에 나가 주꾸미1kg을
27,000원을 주고 사가지고 오셨다.
내게 주꾸미 회무침을 해주시려고 말이다.
우리엄마 짱.최고시다.ㅎㅎ
나도 나중에 시장에 가서 꽃게랑 병어도 사서 엄마아빠 드시라고 사다드렸다.ㅎ
 
이 세상 모든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분은 모두 울엄마 같으실게다.
엄마는 자식의 포근한 아식처다.
하늘이 넓다지만 우리엄마의 마음과는 비할바 못된다.
지 아무리 포근한 솜털이라해도 우리 엄마의
따뜻한 마음에 비할바 못된다.
나는 엄마가 씻어주신 살아있는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운 주꾸미를 끓는물에 데치기전에 군침이 돌아
작은넘 한마리를 다리만 잘라 초장에 홀라당 먹고
아빠한테도 한마리 잘라드리고 나머지는 데쳐서
다리만 잘라내고 다시 머리를 끓는물에 넣어 오래 오래 익혔다.
10분이상을 끓여도 잘 익지를 않는다.
정확히 15~20분은 삶아야 익는것 같다.
아빠는 매운것도 잘 못드시고 이도 좋지 않으시니 머리만 익혀드렸다.
 
나는 주꾸미머리는 비위에 잘 맞지 않아 맛만 볼 정도이다.
제철은 제철이다.
주꾸미머리속에는 사람들이 말하는 쌀밥이 잔뜩 들어있다.
말하자면 알이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우리 엄마표주꾸미회무침.
엄마는 자식에게 먹일 수 있어 행복일 것이다.
나도 주꾸미회무침을 만들 수 있지만 엄마가 힘드신것도 잘 알지만
어쩌면 나는 엄마에게 행복을 주고 싶고 어리광 부리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야위고 연세드신 우리엄마의 모습....
앞으로 나는 우리 엄마표 주꾸미회무침을 얼마나 계속해서
더 먹을 수 있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아니 염려가 되어 내 마음은 썩 편치가 않다....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생일선물은 
내동생 숙이가 여고시절 내 친구들까지 초대하여
용돈을 받기는 커녕 필요한 물품사기도 힘들었던 시절인데도
동생은 돈이 어디서 났는지 난 들어 보지도
못한 핫케잌이란 빵을 직접 반죽하여 굽고하여
생일상을 차려준걸 난 잊지 못한다.
 
그리고
한 까페에서 내 생일날이라고 많은 사람들에게
덧글로 생일축하를 엄청 많이 받았던 행복한 날도
잊지 못할 생일선물 보관함에 담아져 있다.ㅎ
 
그리고 또.ㅎ
우리 막내여동생이 생일선물로 1년간 월간좋은생각을 정기구독하게 해준일.
우리 막내딸이 고1때였나?
요 녀석이 지엄마 생일이라고
친구들을 협박했는지(ㅋ)
아마 10명이상은 될것이다.
이 녀석들에게 가지 가지의 생일축하 문자메시지를 왼종일 받았던일.
이 밖에도 잊지 못할 생일선물이 더 있는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내생일이라고 태극기를 달아주었던 내편의 귀엽고 기발한 생일선물 또한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잊지못할 생일선물로 남아있으며 난 어쩌면
영원히 이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나 또한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본다.
나도 우선 우리 부모님을 비롯하여
내아이들.
동생들.
내 친구들.
내아이의 친구들.
내가 아는 지인들을 위해서
생애 단한번이라도 잊지 못할 생일선물을 꼭 해주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