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모처럼

오늘은 부모님을 찾아 뵙는날이다.
뭐 꼭 부모님 찾아 뵙는 날을 정해 놓은건 아니고
다만 적어도 주 1회는 찾아 뵐것을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오늘은 비가 부실부실 내린다.
3월의 문턱을 넘어섰으니
봄비라고 해야하나?
비란것이....
아니다.
언제나 내 기분 필요에 의한 내입장만 생각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아닐런지....
 
내집에 있으면서 비내리는 창밖을 보고있으면
오래전 그리움이 솟구칠때도 있고
때론 정말 운치까지 있어 보일때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생각에 잠기면 이 비를 맞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사람까지 떠올리게 된다.
그럼 내마음은 또다시 우울모드로 들어가게된다.
내게 내리는 비는 그렇다....
그런데
오늘은 부모님댁에도 가고 주말에 가족들이 모여야해서
찬거리도 살겸 시장에도 가야하는데
비가오면 우산도 써야하고해서
지금 내게 비는 살짝 귀찮은 존재로 대우를 못 받게 되었다.
비야~비록 내가 우산을 써야 할지언정 너가 내려주니 기분이 좋은걸....^^
화장실 갈때의 마음과 나올때 마음 다르다더니
내가 영락없는 그꼴이다.ㅎ
 
언젠가 부터 엄마랑 목욕탕에 가는걸
까마득히 잊고 지내버린 나....
아빠의 병환과 나의 건강악화라고 변명해 보련다....ㅠ
모처럼 엄마 모시고 목욕탕에 가고 싶어 목욕탕에 갔다.
때를 불리기위해
탕안에 마악 발을 넣었을때
안경을 벗었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안개처럼 자욱한 수증기 가득한 속에는 여기 저기
오늘따라 목욕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
역시나 농촌지역답게 목욕탕역시도 노인정(?)을 연상케 할 정도로
대부분 손님들이 할머니들이시다.
 
많은 사람들중에 허리가 꾸부정한
할머니 한분이 내 시야를 고정시킨다.
허리는 꾸부정 하신데다 혼자서
손이 제대로 닿지 않는 등을
씻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있노라니
도저히 내 살아가는 모습 양심으로는
그냥 보고만 있을 수 가 없어서
얼른 탕안에서 나와 한바퀴 빙돌아
할머니곁에 다가가 할머니 제가 등밀어 드릴테니
때타올 저주세요.했더니
할머니께서는 마치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 돌아오시기라도 한듯 기뻐하시며
아이고 고마워라 글찮아도 등밀사람이 없어서 라고 말씀하신다.
우리 딸보다 낫다시며 어찌나 고마워 하시던지 내가 더 기분좋았다.ㅎ
 
히힛.
내가 좀 젊기에
평생 써먹어서 이젠 변형까지 되어버린 몸을 이끌고
목욕탕에 오신건데 등 좀 밀어 드린게 뭐이 그리 고마우실까나....
젊은 사람이 연세드신 인생선배님께 당연히 해야할 일 아닐까?
나는 등을 밀어 드리며
할머니댁이 어딘지 여쭈었다.
부안에서 버스를 타면 한참을 달려야 하는 곳이 격포인데
격포에서도 더 들어가야혀 하신다.
그렇게 멀리서 오셨는데 등도 못 밀고 가면 그렇잖아요.
그러면서 다음 부터는 목욕탕 가실거면 동네 어르신들끼리 다같이 모여
오시면 서로 등밀어 드리고 좋잖아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래야겠다며 웃으신다.ㅎ
 
우리 엄마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딸인 내가 어디갔나 한 참을 두리번 거려도 없더라고 하신다.ㅎ
내가 할머니를 가르키며 저 할머니
혼자 등미는데 힘들어 하시길래
밀어 드리고 왔다고 했더니
울엄마께서도 잘했다.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언제나 엄마 몸 전체를 밀어 드리고 싶다.
치아와 건강문제로 요즘 잘 드시지 못하고 너무도 야윈 엄마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ㅠ
야위시어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씻어 드릴수 있을텐데
엄마는 자존심이신지 오직 등만 밀어달라하실뿐 다른곳은
내게 절대로 아직까지도 맡기지 않으신다....
내가 누군가를 도우려고 하는 어여쁜 마음을 사랑과 함께 내안에 늘 갖고 살아가는것은
나를 낳아 길러주시고 가르쳐주신 우리 부모님의 말씀도 없으셨지만
나는 우리 부모님이 세상을 그리 살아가시기에 부모님의 피가 내몸속에 흐르기에
나역시도 우리 부모님의 딸이라서 그리 살아가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모처럼 내가 먼저 씻고 옷을 갈아 입고
머리도 드라이어로 말리고
스킨 로션도 바르고 나니
엄마가 나오신다.
나는 엄마의 파마머리를 앞쪽과 옆쪽만 드라이를 해도
훨씬 이뻐보일것 같아 엄마께 내곁으로 와보시라며
앞머리와 옆머리만 드라이를 해드렸다.
글찮아도 뽀얀 피부에 엄마 또래에 비해 동안이신 울엄마 정말 이뻤다.
엄마는 내가 드라이를 해드리겠다는데도
늙어갖고 드라이 하면 뭐하냐며 아이처럼 자꾸만 도망가신다.ㅎ
스킨 로션마져도 겨우 바르신다.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만사 귀찮아 하시는 엄마의 모습.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프다.ㅠㅠ
 
내가 드라이 해드리고 엄마께 스킨 로션 바르라 하니까
옆에서 옷갈아 입으시던 할머니들께서 부러우셨는지
에이구 딸인게 그렇게 해주지
며느리는 그렇게 해주지도 않어.
해줄때 가만히 있어 하시는 할머니도 계신다.ㅋ
울엄마.
한평생 남편과 자식만을 위해 살아오셨다.
황혼이란 연세일지언정 작은것 하나까지
비록 큰 도움은 못드릴지라도 꼼꼼하게
부모님 가까이서 도움받고 사시니
그나마 울엄마 그 지긋지긋한 고생 잠시나마 잊으 실수 있겠지?
뭐 효도가 별거냐?
부모님 자주 찾아뵙고 앵무새처럼 곁에서 종알대며 말동무해드리는것이 최고가 아니것냐?ㅋ
 
엄마랑 목욕하고 밖에 나오니 어찌나 기분이 상쾌하던지
나도 엄마도 동시에 아이구 개운하다는 말을 한다.ㅋ
엄마와 딸은 시장에 들러 고사리도 사고
숙주도 사고 요즘 내가 무지
찾아 헤메는 내맘에 쏙드는
물조리도 사서 집으로 왔다.
엄마랑 목욕하고 오니 아빠가 걸린다.
마음 같아선 내손으로 아빠도 씻겨 드리고 싶다.
그건 내 마음일뿐....
아빠를 씻겨드릴 몫은 우리 남동생차지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