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머리깍던날~~

모처럼 이렇게 글을 쓰게되네요.
우리식구는 남자 5명에 여자는 딸랑 저의 아내뿐입니다.
 
아들이 4명이냐구요... 아니구요
 
우리집 남자는 저와  아들두명  그리고 올해로 74세가 되신 아버님까지 모두 4명입니다.
 
벌써 아버님과 함께한지도 15년이 다 되어갑니다.
 
결혼하면서 부터 지금까지 늘 아버님이 함께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물론 저의 생각입니다..하지만요.. 우리 아내는 저보다 아버님을 더욱더 생각해 준답니다.
 
큰아들녀석 낳고서부터  우리  깍쟁이 살림꾼인 사랑스런 아내는
 
바리깡을 하나 사와서는 그때부터 아이의 머리에 손을 대기 시작했구
지금 중2가되는 아들녀석의 머리를 지금까지도 남의 손에 한번 맞기지 않고
아내의 손으로 직접 깍아준답니다.
물론 작은아들도....
그리고 한 3년되었나요.
그때부터는 저도 아내에게 머리를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한 10년은 늘 보면서도 못믿어져서  저의 머리는 늘  미용사에게 갔죠...
그러던 어느날부터  아내의 손놀림은 아주 제법이더군요...
 
그래서 저의 머리도 아내에게 맡기기 시작했구..몇년이 지난 지금은 아주 흡족합니다.
 
그렇게해서 한번 아내가 바리깡을 들면  작은 아들,,큰아들,, 그리고 저까지 1인당 10분이면 오케이...
 
머리를 다듬고 셋이서 탕에 들어앉아서 이야기 꽃을 피우곤 하죠...
 
그런데  3개월 전부터는 아버님께서  내 머리도 좀 깍아주지 않으련....
 
하시지 뭡니까..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내가  선뜻  대답을 하고  이젠  남자 네명이 한달에 한두번씩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곤 한답니다.
 
그런데  아내가 그럽니다.
 
몇일전 머리를 깍고 저녁에 잠자리에서...
"여보,  아버님 머리가 온통  하얀색이더라,,
둘째가 할아버지 멀리 염색왜 안하시냐구 하니깐.
이, 할비는  이제 하얀색이 좋으네,,, 저 하늘에 계신 너희 할머니도 아마 이 하얀색 머리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염색하기가 싫다.....  라고 말씀하시는데 내 맘이 갑자기 짠하더라,,,
요즘들어 음식 도  잘 못드시는거 같구 해서 맘이 좀 안좋았는데....맘이 허하신가,,병원이라도 좀 모시고 가볼까"
 
 
아내의 이 몇마디가 갑자기 저의 가슴한켠을 짠~~하게 하더라구요.
 
늘 함께 해서 일까요...아버님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 보지 못한 제가 아들로서 좀 미안한 죄송한 생각이 들어씁니다.
 
이번 주일엔  아버님 모시고 목욕탕에가서  등도 밀어드리고 많은 이야기도 나누고  그동안 사는게 바쁘고 경제가 힘들다는 핑계로 매번 미루었던 종합검진을 빛을내서라도 해드려야 할것같아요
 
만약 사연이 방송된다면
이 기회에  아버님 모시면서 제 마음을 너무도 편안하게해준 아내에게 고맙고  우리 아버님께도 사랑한다고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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