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이고 뭐고 벗어 던지고

요즘 밖에서 일을 하는 내편은 추위때문에
감기에 걸린듯.
기침을 하고 맥을 못 춘다.
아내로써 보온이 될만한 털모자며
마스크등을 미쳐 챙겨주지 못해 감기가
걸린것 같아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ㅠ
끙끙앓고 있어서 냉동실의 생강을 꺼내
팔팔끓여 꿀을 섞어 마시게 하고 다음날 병원에 가라했다.
따끈한 생강차를 마시니 좀 괜찮다한다.
크리스마스이브라고 가까이 사는 여동생네가 케이크를 사들고왔다.
우리집에서 자매끼리 크리스마스이브를 즐기고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동생네는 아침을 먹고 교회에 간다고 가겠다해서
동생이 가져온 깐마늘을 카터기에 갈아서
냉동실에 보관할수 있도록
비닐봉지에 조금씩 담아 주고 생조기를 사다 손질하여 구운
조기도 몇마리 싸주었다.
집에간 동생에게 전화가온다.
12시반쯤 갈테니 비료푸대들고 내려오라고.
왜그러냐고 했더니 *빛가든에가서 새우탕먹고 눈썰매타러 가잔다.
염색과이발을 하고온 내편에게 전했다.
좋다한다.ㅎ
 
나는 마침 엄마내서 농산물을 담아온 비료푸대가 있어서 챙겨갔다.
우리 귀염둥이 조카 시언이를 태워주려고 챙겨간것이다.
*빛가든.
메뉴가 화려하다.
빠가탕.메기탕.오리탕.토끼탕.새우탕.닭볶음등등
옻닭만 빼면 몽땅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이어서 마냥 행복했다.ㅋ
새우탕을 주문했다.
민물새우라서 시원하니 맛이 있었다.
밥은 가마솥에 직접 지어 나왔는데 밥도 맛나고 누릉지도 맛났다.
우리 동생들이 하는말이 밥이 너무 맛있어서 모든게 용서된다는 우스개소리까지했다.
먹어보니 동감이다.ㅋ
 
우린 학교 시설이 잘 되었다는 백석초등학교도 가보았다.
어린시절 내가 다녔던 우리학교와 마찬가지로 아담한 학교여서
모처럼 나의 초등학교가 떠올랐지만 떠오르는 즉시 슬픔에 잠겼다.
지금은 수몰되어 나의 초등학교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ㅠ
그리고
김제 벽골제라는 곳으로 향했다.
나는 뭐 따로이 눈썰매타는곳이 만들어져 있는줄 알았다.
뚝방처럼 만들어진곳이 경사져 있으니
사람들이 눈이 많이 쌓여있는 날이면 눈썰매도구를 가지고 눈썰매를 타는 그런곳이었다.
유치원생이 타면 안성맞춤인 적당한 길이와 경사로 되어있다.
여섯살짜리 조카 시언이는 얼굴 가득 미소로 마냥 신나하며
아빠인 제부와 엄마인 동생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시언이 혼자서도
자그마한 눈썰매도구를 가져와 눈썰매를 탄다.
 
나도 육중한 몸으로 경사진곳을 미끄러지며 올라갔다.
나이 50에 눈썰매를 탈 수 있는 도구로는 집에서 가져간 비료푸대뿐.
내편과나는 비료푸대를 가지고
체면이고 뭐고 내팽개치고 동심으로 돌아가 눈썰매 타는데 흠뻑 빠졌다.ㅎ
때로는 뒹글고 때로는 등에 눈이 몽땅 들어가고~
어휴 차가워라.ㅋ
가끔은 내가 원하는대로 폼나게 타기도 하고
눈썰매를 타며 나뒹그는 모습을 보며 우리들도 그랬고
사람들은 뭐가 그리도 재미나는지 여기 저기서
깔깔웃는모습은 행복한 모습 그자체였다.
가족끼리 눈썰매를 타는 모습이 여기 저기 보였다.
정말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은 돈을 내고 타는곳에서 타는 눈썰매도구를 가져와서 우리보다 더 멀리 신나게 탄다.
 
내편도 제부도 누군가에게 배모양처럼 생긴 제대로된 눈썰매 도구를 빌려왔기에
나도 타보았다.
훨씬 멀리 잘 나가서 정말 좋구 마음에 들었다.
우리 모두는 빌려탄 눈썰매도구가 마음에 들어
수일내에 각자 사서 눈이 많이 오면
또 타러 가자고 했다.ㅎ
날씨도 춥지 않은데다 동생네랑 함께한
내편이랑 나랑은 무지 오랜만에 타본 눈썰매.
모처럼 내편도 휴무였고
동심으로 돌아간 하루가 크리스마스날이었기에
이젠 크리스마스날이면 오늘이 오래 오래 내 기억속에 남아 떠오를것 같다.
또한 내게 크리스마스날의 추억을 심어준 동생네한테 고마움을 전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