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혼식을 맞는 부모님께

 오늘이 부모님 결혼 5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동짓달 열이레. 잘 일어나서 행복하게 살라고 열이레날 하셨답니다.
50년동안 우리 육남매 낳아 건강하게 키워주셨고 넉넉하진 않아도 무난하게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무심한 성격을 닮은 탓일까요. 제 살기가 바빠서 일까요.
솔직히 저도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을 알게 된 것이 두해 전입니다. 그동안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우리 육남매가 태어났는데도 부모님께도 결혼기념일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왜 못했을까요.
저 뿐만 아니라 육남매 모두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잊고 살았어요.
모르는게 낳았을까요. 주머니가 비어서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합니다.
쑥쓰러워서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 고맙다는 축하한다는 전화도 못드렸습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건 고작해야 부모님의 해묵은 결혼 사진을 시작으로 손자들의 모습까지 담은 영상을 만들려 하고 있는것 뿐입니다. 초보 걸음마수준인 컴퓨터 실력으로 조카들의 도움받아 음악까지 넣어보려고 하고는 있습니다. 형제들이 다 모이는 설 명절에 시골집에 가서 보여드릴 계획으로요.
표현해야 마음이 더 잘 전달된다고 하는데 40이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한번도 엄마 아빠 사랑해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못했습니다. 제 자식에게 남편에게는 하루걸러 한번씩 하는 말인데도요.
주혜경, 이덕형씨 부탁드립니다.
제 대신 우리 엄마 아빠께 막내딸이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건강하게 곁에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더 많이 곰살맞게 챙겨드리지 못해 항상 죄송하다고도요.
전 수업을 들어가야 합니다. 방송을 듣지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꼭 부탁드립니다.
저희 부모님은 전북 고창군 대산면에 사십시다.
아버지 성함은 김 봉자 수자 시구요
엄마는 성 순자 자자를 쓰십니다.
엄마 아빠 정말 사랑하구요.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제 곁에 계셔주세요.
막내딸 영례 올림
 
-- 편지쇼 당선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