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나의손 ~

작년엔 배추값이 폭등했기에 올해는 텃밭에 처음으로 모종을 사다가 애지중지
아침저녁 문안인사 하며 벌레잡아가면서 직접 배추농사를 지어봤습니다.
 
재마가 솔솔나게 키웠는데 올해의 배추가 풍작이라서 제배추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무공해 배추로 첫 작품치고는 그래도 만족하게끔 기운게 기쁨이었답니다.
 
텃밭이 작아 김장배추가 부족해서 이집 저집에서 가져다가 주는대로 간을 하려고
배추를 잘라 놓았더니 갑자기 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거예요.
순간 배추가 무서운지 일이 무서운지 너무 무섭고 걱정스러운 마음뿐이였답니다.
 
지금껏 엄마가 건강할때까지는 김장하는날 가서 잠깐 도와주고 가져다 먹었는데
제가 직접 한다는것은 엄두도 나질않고 어떻게 해야할지 눈앞이 캄캄하고 막막해서
멍하니 서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돌려지더군요.
 
이번기회에 배추가 많으니까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보답하자고 마음먹었더니
용기가 생기고 힘도 솟고 할수있다는 자신감까지 더해지더군요.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서 간을하고 씻어놓고 양념까지 준비완료 하고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언니와 둘이서 즐거운 마음으로 110포기 정도의 김장이 거의 끝나갈무렵 갑자기 제손이
그많은 일을 해냈다는거에 고맙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장하다고 느껴지더군요.
 
살아오는동안 손이 투박하고 예쁘질않아 악수도 싫어했고 거칠한 손이다고 탓만하고
창피해하며 살았건만 오늘 그 손으로 그 많은 일을 싫은내색없이 거뜬히 해냈기에
겨울내내 제김치를 먹는 사람들은 행복할겄같은 생각이 든답니다.
 
꾹꾹 눌러담은 김치통들이 나란히 놓여있는 모습을 바라보는것도 뿌뜻하며 어깨도 절로
으쓱해지고 몸은 천근만근 힘이들었지만 마음은 행복해서 날아갈것 같답니다.
 
이제부터 손을 소중한 저의 재산이라 생각하며 감사하게 살아야할것 같아요.
 
소리없이 늘 곁에서 도와주는 승옥언니! 많이 많이 고마워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1가651번지 상산빌딩602호  김 선 숙 010-2632-5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