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김장하던날

김장이라는 말만 꺼내도 어찌나 부담스럽고 걱정스러운지....
너무도 힘이 들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김장은 안하고 싶은 일이다.
절대로 여자들에게만 맡길일이 아닌것 같다.
육체노동의 진가를 보여주는일이 바로 김장일것이다.
올해는 멀리 경기도 분당에 사는 내 바로 아래 동생이
진짜로 김장하러 올건지 11월 초부터 전화를 걸어 야단법석을 떤다.
직장에 다니고 있기에 늘 시간에 쫒겨 사는 동생이
이날만큼은 모든 계획 뒤로 하고 김장하러 오겠다는 것이다.
흥.
네가 와야 오는것이지 누가 널 믿기나하냐....ㅎ
 
기차표를 샀다고 전화가 온다.
진짜로 오나 보군.ㅎ
금요일날 퇴근하여 수원에서 늦은 시간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김제역에 내려 우리집에서 자구 다음날 엄마집에 김장하러가잔다.
우리네사람은 내편의 출근시간에 다함께 친정으로 갔다.
엄마와 지인.
그리고 김제사는 동생과 조카가 전날 이미 아낌없는 수고로
아빠가 물을 주어 정성스럽게 가꾼 배추를 뽑고
다듬고 절여 두었다.
광주사는 막내여동생네도 온다고 하고
인천사는 남동생네도 연락도 없이 왔다.
 
올해는 김장하는날이 우리집 잔치날이 되었다.
아빠친구분도 오셔서 도와주셨다.
바로아래 동생부부는 배추를 열심히 씻었다.
나는 잡일을 거들렀다.
그리고 진짜로 나는 감독만했다.
올해 처음으로 내가 힘들지 않고 김장을 한것 같다.
몇년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젤루 힘들게 일했었다.
잔심부름이며 김장할때 빠질 수 없는 음식
되야지수육.
전지를 자그만치 10근이나 사다 삶았다.
조카들을 돌보고....
점심때를 전후로 남동생부부와 막내올케도 왔다.
 
둘째제부는 앞치마를 두르고 양념을 버무르고
절임배추에 양념을 무치는동안 옆에서 보조일을 했다.
나는 동갑내기인 첫째제부와 멀리서 온
동생네로 보내기 위해 박스포장을 담당했다.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형제자매들이 모여
김장을 하니 좀 어수선하기도 했지만
나름 각자 한가지씩 일을 맡아 하니 참 기분이 좋았다.
내 바로 아래 여동생과 둘째여동생 막내여동생 큰올케 막내올케
아빠친구분 이렇게 배추에 양념을 무쳤다.
엄마는 잡일을 하셨다.
몸이 많이 아프신 아빠는 추울까봐 모닥불을 피워 주셨다.
 
막내제부는 김장이 끝난후 뒷마무리인 청소와
조카 보는일을 주로 했다.
동갑내기라서인지 일을 좀 해 보았는지
울 바로아래동생의 짝인 첫째제부가
박스포장을 하는데 나랑 손발이 척척맞았다.ㅋ
많은 식구들의 식사준비를 하려면
엄마가 또 힘들어 질까봐 저녁은 식당에가서
아귀찜으로 즐거운 만찬을 가졌다.
식사후 가족들의 모임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내편은
2차로 형제간의 화합을 도모하자며 호프집에 가자더니
대장이랍시고 주머니사정도 별로구만 확 긁어분다.ㅎ
끝으로 배추밭을 가꾸게 해주시고 넓은 우물가 수돗가까지 사용하게 해주시니 너무 좋았다.
배추밭 주인아저씨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