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쪼쟎하기는

어느덧 계절은 11월로 접어들고 산과들에 노랑 빨강 단풍으로 물들었습니다. 
밤사이에 내린 하얀서리에 고구마잎과 호박잎은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회관마당의 은행나무에는 은행열매가 몇가마니는 달려 있는데 찾는이 없어
눈물 방울이 되어 땅에 떨어 집니다.  어제 저녁의 일입니다. 두달에 한번씩
있는 모임에 갔다가 집에오니 식탁에 순대가 있더군요. 저녁밥을 배부르게
먹었는데 순대에 손이 갑니다. 두어개 주워먹었는데 아이 엄마가 " 그만 먹어
아이들 먹게 "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못 했는데 방으로 들어와서 생각 하니
괘심한 생각이 들더군요. 순대가 그리 적은 량도 아니고 상당히 많았거든요.
20년이상 살아온 부부인데도 그 말 한마디에 지나온 세월이 영상처럼 쭉 펼쳐
지더군요. 집사람도 저에게 아이들에게는 참 잘한다고 하고 주변 친구들도 "자네는
아이들 한테 참 자상한  아빠야" 소리를 듣거든요. 관광차로 여행을 갈때도 차 안에서
먹으라는 과일이나 음료를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아이들 가져다 주고 지역의
대표 먹거리를 꼬박 꼬박 사다주고  못 사오게 될 때에는 진안읍까지 가서라도
통닭이나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다 주는데  내가 아이들 먹을 순대를 인정머리 없이
다 먹겠습니까?  방안에서 농업관련의 오래 된 신문지만 앞으로 넘겼다 뒤로 넘겼다
하는데 아이 엄마가 단감을 두어개 깎아 가지고 옆으로 오더군요. 단감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신문만 쳐다 보았습니다. 아이 엄마가 " 단감 먹어봐 겁나게 달아"
마음 같아서는 " 겁나게 단 단감 너나 많이 먹어" 하고 싶은데 목구멍에서는 " 저녁밥
많이 먹어서 생각이 없어" 이러는 겁니다. 아이 엄마가 내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씩 웃고
방안에서 나갑니다.  사실 저는 무척 내성적이고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을 말에도 상처받고
부부간에  대화하는 법도 재대로 못 합니다.  그냥 못이기는척 단감한쪽 집어 먹으며 "단감
참 달다 " 하면 좋을텐데  순대몇개 못 먹게 했다고 토라져서 방구석으로 들어 가고  그런데도
어떻게 아이를 셋이나 낳았는지 참 묘합니다. 지난 10월 22일 편지쇼 같다 왔을때  아이 엄마가
"주 혜경씨 이뻐? " 하기에 " 무척 예쁘고 모델이야"  "윤 승희 아나운서 보다예뻐?" 한참 뜸을 들이다가
" 윤 승희 아나운서는 안보이데" 라고 말을 얼버무렸습니다.  제가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주 혜경 아나운서가 윤 승희 아나운서보다 신장 즉 키는 손가락 한마디정도 더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