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휴가

머리엔 먼지가 하얗게 앉았고 옷에는 풀이 묻어서 번들번들 차림으로 버스 뒷자석에 앉았습니다.
 
 
남들 다 쉬던 여름휴가 저는 받지도 못했다가 이제서야 겨우 늦은 휴가를 받앗어요
 
휴가로선 당연 한가한  기간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퇴근길이 한산해보입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연신 창에 머리를 부딪치며 달콤한 잠을 자다 주위 시선을 눈치채고 얼른 볼을 두드렸습니다.
 
 
도배봉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 피곤해서 정신줄을 사알짝 놓았습니다.^^
 
전 이번 휴가는 여행 외에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그 일은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도배봉사입니다.
 
지난 여름 장마에 눅눅해진 벽지와 곰팡이로 가득한 장판을 깔아드리려고 어르신 댁을 찾았습니다.
 
 
할머니댁은 좁은 골목 제일 윗집이라 차가 못 들어가서 장판을 어깨에 매고 벽지를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운반했습니다.
 
습기때문에 축축한 헌 벽지를 걷어내고 언제 깔았는지 모를 허름해진 장판까지 뜯어냈습니다.
 
곰팡이 투성이에다 나무문은 습기때문에 썩거나 오래되어 삭아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우선 방수작업을 하고 벽지를 재단해서 바르고 장판도 깔끔하게 깔아드렸습니다.
 
다들 마음만 급한 초보자들이라
 
벽지는 울고 장판은 사이즈에 맞게 재단한다고 했는데
 
너무 커서 잘라냈더니 이번에 작아져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렇지만 할머니께서는 젊은이들이 곧 죽을 늙은이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식혜를 한사발 해주시던데..
 
너무 맛이 좋아서 다들  한 대접씩 다 먹었습니다.
 
그 맛은 일품이더군요
 
.
휴가
 
어찌보면 신나게 놀 수도 있겠지만 마음한구석에서 미리 결정해준 도배 봉사
 
그 마음과 함께 시작한 도배봉사로 몸은 고되었지만 새단장한 집을 보시곤 너무 좋아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정성스럽게 꾸민 할머니의 러브하우스에서 할머니께서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익산시 동산동 라인아파트
 
103-801
 
박경애 010.2393. 2924 저 흑마늘 액기스 주 셨으면 합니다 할머니 한개 갖다드리면 진짜 좋아하시겠지요?
최헌 가을비 우산 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