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을 까면서도 인생을 배운다

그렇구나....
세상에는 길가에 굴러 다니는 돌멩이 하나하나에도 모두 쓰일곳이 있는
쓸모가 있는 존재라는 말을 오래전에 들었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꼭 그럴까 하고 물음표를 던졌는데....
올 여름 아빠의 생신기념으로 온 가족이 장수의 어느 펜션에 묵은적이 있다.
펜션앞의 시원하고 맑은물이 흐르는 냇가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하긴 내가 손에 꼽을 만큼 다녀본 냇가마다에 머물고 있는
돌멩이의 생김새가 모두 제각각이었음이 눈앞에 선하게 생각난다.
어느 지역은 돌모양이 모난데가 없이 거의 둥글 둥글한 편이어서
보는이로 하여금 세상을 둥글게 둥글게 살으라는말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이곳 장수의 냇가 돌은 마치 소금덩어리로 뭉쳐진 돌처럼 새하얀 돌멩이가 제법
눈에 뜨이고 농기구나 주방용 연장을 날카롭게 갈아쓰는 숯돌같은 돌도 제법 눈에 띄었다.
그중에 소금덩이처럼 새하얀 작은돌멩이가 나를 유혹한다.
수족관에 넣어도 어울릴것 같은 그 어디에도 놔두는 그자리가 그의 자리인듯한
예쁜 돌멩이 몇개를 주워왔다.
자연을 사랑하는 나는 양심이 움직이긴 했지만 내 욕심을 조금만 채웠다.
돌멩이가 다른 돌멩이와 냇가에서 어울려 지내는것 처럼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나는 우리 발코니에 놓아두고 두고 두고 바라보고 싶어 몇개 안구 왔던 것이다.
며칠전 내 옆지기가 기술을 이용하여 무료봉사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나보다.
고맙다며 농사지은 땅콩을 한자루 주길래 얻어 왔다며 가져왔다.
알이 상당히 작아 알멩이를 다용도로 먹긴 먹어야 하는데 땅콩 까는일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장갑을 끼고 하기엔 너무 불편하여 맨손으로 깠다.
손가락이 너무 아팠다.엄지손톱옆의 생살이 갈라지기까지 했다.
나는 발코니에 예쁘게 장식해둔 내옆의 하얀돌멩이를 이용하여 땅콩을 깠다.
비록 손도 아프고 몸은 힘들었지만
땅콩껍질안의 예쁜 땅콩이 나올때마다 무슨 금이라도 발견한듯 재미있기도 했다.
나는 땅콩을 까면서 혼자 삐식 미소 지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구나 세상에는 쓸모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나보구나.하구 말이다.
장식해 두려고 걍 놓아둔 작은돌멩이가 땅콩을 힘들지 않게 까게 해줄 줄이야....
너무도 신나기에 이제 앞으로는 땅콩껍질을 깔일이 있어도 부담스러워 하지 않고
재미있게 껍질을 깔 수 있을뿐 아니라
땅콩알이 얼추 2~3kg은 될성 싶은데 그만큼을 몇시간에 걸쳐 깠는데 이젠 땅콩까는 선수가 된듯하다.
작은 돌멩이라서 팔도 아프지 않고 땅콩알도 거의 깨지지 않고 껍질만 깨지니 어찌 땅콩까는일이 신나지 않을 수 있으랴.
사람들이 가끔 일이라면 무조건 싫다고 말하곤하는데 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