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란게 뭔지...

보리베미 논마저 모내기를 끝내고나니
그리 할일이 없어 오늘도 아침밥을 먹자마자 마을 모정에 나가
어르신들과 장기를 두고 있자니 경운기를 몰고 논에 다녀온다며
이웃에 사는 저보다 3살이나 적은 영식이가 제곁에 와서는
나의 옆구리를 찝어까며 눈한쪽을 껌뻑거리기에
쟈가 뭔일이다냐 싶어 뒤따라 밖에 나가보니 저에게 그러는겁니다.
 
"용기성. 어제 말이여 정읍양반네 모내기 하면서 다방에서 커피를 시켜
마셨는디 이번에 새로 아가씨가 왔다는디 나이는 갓 20살 넘어 보이는디
겁네기 이쁩디다. 지금도 그 아가씨가 눈에 삼삼헌디 어쩌 오늘 내가
점심값이랑 커피값이랑 살랑께 나랑 읍네 다방에 갑시다."하며 꼬시는데
잘되었다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농약 분무기도 사고
참깨밭 농약도 사야 허는디 아무튼 집에가 멋지게 차려잎고 다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인식이 동생은 안중에 없고 이번에 새로온 아가씨가
손바닥만한 빤쓰를 입고 엉덩이를 살랑살랑 거리며 저에게 다가와
싱긋 웃으며
 
"어머 오빠키도크고 정말 잘생겼다. 이번에 새로온 미쓰김 꽃순이에요."
하며 볼에 뽀뽀를 하더니 제 무릎에 덜썩앉더니
 
"오빠 이름이 뭐야? 난 냉커피 마실껀데 오빠도 냉커피 마실꺼지?"
하며 함께온 인식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자 한쪽구석 의자에 앉아
씩씩거리고 앉아 있는 인식이를 보며 아가씨가 한마디 하지 뭡니까
 
"저 구석에 있는 어르신 뭐드실껍니까? 커피드실꺼죠?"하며 묻자
인식이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뭐시랍? 오빠 좋아하시네 이래뵈도 난 저 형님보다 세살이나 적은 숫총각이고
저 형님 시방 모자 써서 그렇지모자 벗은모습 보면 실망헐턴디랍."
하며 문을 덜커덕 열더니 차도 마시지 않고 가버리지 뭡니까.
그렇지 않아도 이렇게 젊고 이쁜 아가씨였으면 혼자 올껄 내심 후회하고
있는참에 잘되었다 싶었습니다.
 
저요. 사실 머리가 쪼께 아니 솔찬히 벗겨지다보니 병원이나 조합에 가면
저보다 더 먹어보이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저보면 아버님 아버님
할때마다 기분이 상해 버렸거든요. 헌디 딸같은 아가씨가 저더러
오빠라니 그깟 냉커피가 문제 입니까 참말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오빠라는 말에
애간장이 녹아 내립디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미쓰김이랑 근사한 곳에 가서 점심도 맛난것 사먹고
술도 마시고 집에 오려는데 겁이 덜컥 납디다. 시방 내가 뭔일을 저질렀단가 싶었습니다.
그돈으로 농약 분무기도 사고 참깨밭 농약도 사고 비닐도 사야 혀야하는돈을
속창아리없이 젊은 아가씨가 오빠라며 볼에 뽀뽀한번 해준것 가지고 홀딱
반해 있는돈 다 털어 써버리고 집에 오려는데 제 자신이 참 한심스러웠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10여분 집에 걸어가며 돌멩이를 있는힘데로 발로 차고나니 발가락만
오라지게 아프네요 몇년이면 오십고개를 앞둔 나이인데 언제 철이 들란지
그저 남자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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