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와의 한판승부

내가 요즘 한시적으로 알바하는 건물의 주변에는
화단이 가꾸어져 있다.
앞에는 주로 철쭉과 사철나무가 심어져 있고
옆쪽에는 철쭉과 꽃잔디가 심어져 있는데
그 사이로 세상구경좀 하겠다고 여기저기
색다른 모습.
이름모를 풀들이 잘도 자라고있다.
꽃잔디와 함께 누가 누가 더 잘자라나보자고
내기하는듯한 이름모를 잡초는
잡초라기에는 넘 멋진모습이어서 뽑아내기가 아까웠지만
꽃잔디를 보호한다는 이름하에 무참히 뜯겨져 버려져야만했다.
 
이곳의 직원인 함께일하는 언니는
여름이면 풀때문에 죽을맛이라며
진절머리를 내신다.
지난해는 장대처럼 자란 잡초를
뽑아내는일을 하고난 다음
풀독이 나서 병원을 찾고 약을 먹고
고생을 했다는 언니말에
발효되지 않은 오디쥬스에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고 머리에 염색만해도
가려워서 고통스러워 하는 나이기에 나는 맘속으로
주눅이 들어 있었지만 지난달에 이어 오늘도 화단의 잡초를 뽑았지만
천만다행히도 내 몸엔 별 이상이 없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봄햇살.
정말 따가웠다.
땀을 뻘뻘흘리며 나는 잡초와의 전쟁을 벌였다.
비록 철쭉밭에 자란 불청객인 잡초지만
세상에 갓 태어난 아가마냥
연한 초록잎을 가진 이름 모를 잡초들이
너무도 예뻤다.
차마 뽑아내고 싶지 않았다.
농부가 곡식을 얻어야 하기에
곡식밭의 잡초는 뽑아 내동댕이치듯 버려지지만
일터의 철쭉꽃을 보호하기위해 화단의 잡초또한
내손에의해 훌쩍 자라보지도 못하고 뿌리체 뽑혀
뜨거운 시멘트 바닥으로 던져졌다.
 
마음이 싸하다.
잡초도 생명인데....
예쁜데도 우리 사람들한테는 무시를 당하고 피해를 당하는 존재다.
나는 어릴때부터 화단가꾸기를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일까?
초등학교 3학년담임선생님께서는 내게
칭찬의 의미로 화단을 잘 가꾼다는
상장을 주신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나자신이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쓰레기를 보면 어찌나 눈에 거슬리는지....
줍고 싶지만 그넘의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혼잣말로만 쓰레기 버린 사람한테
중얼대고말뿐....
먼훗날 노년에 할일이 줄어들때 그때는 정말로 용기내어 시민을 위한 봉사차원에서라도 길가에 널부러진
쓰레기를 주워야겠다.
 
화단이나 농작물밭을 지나면서도
잡초가 우거져 있으면 뽑아내주고 싶다.
때로는 화단에 잡초만 마음껏 크도록 가꾸고 싶기도 하다.
세상 모든것들은 예쁜것에 관심들이 많고
남다르게 위하더구만 왜 잡초는 예쁜데도
천덕꾸러기로 대접은 커녕
무참히 버림만 받는것일까?
가엾은 생명체다.
내생각 같아서는 철쭉이 잡초에 의해 치어 숨진것도 아니니
뙤약볕에서 잡초와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는 우리의 일손도 덜겸
걍 함께 더불어 지내도록
놔두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내생각이 너무 엉뚱한가?
 
불쌍하고
가엾고
미안하기도 한 잡초.
일터의 책임자의 지시에 의해 나는 오늘도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한움큼씩 쥐어 뜯기도 하고
이제 갓 세상에 나온 여리디 여린
어린싹마져 호미에 의해 무참히
난도질을 당해야했다.
그래야 내가 뙤약볕에 나가 잡초와의 한판승부를
한번이라도 덜 벌일테니까 말이다.
잡초를 뽑으면서 만난 친구들이 있다.
 
무겁게 집을 이동하며 다니는 집있는달팽이며 지렁이가 수없이 많기도 했지만
갑자기 나타나 놀라 기겁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고무장갑안에 면장갑까지 끼었는데도 미쳐 발견하지 못해 장미가시에 찔러
아얏소리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이곳에서 일을 계속 하는한
올여름 내내 잡초와의 한판승부가 계속될것 같다.
잡초와의 한판승부는 내게 끌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어
가르침을 주었고
자연을 더욱 사랑하게 하였고
흙과의 만남은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 주었다.
다만 내려쬐는 햇살이 좀 괴로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