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보면 옆에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신랑이 있습니다. 그리고 안방문을 열고 나오면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거실에 불을 켜고 주방으로 향하면서 한발 두발 씽크대까지 세어가며 갑니다. 입에서 스물둘하면 어느새 씽크대 앞에 서있습니다. 요즘 제 손에는 걸레가 쥐어져 있습니다. 쇼파에 먼지가 묻을세라 식탁에 먼지가 묻을세라 걸레질을 하며 신랑의 핀잔소리도 음악소리로 들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결혼 십삼년만에 집을 마련했거든요. 너무 행복해요. 온세상이 환해보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사랑스럽고 땅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봐도 웃음이 나고 모든것이 다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착각에 빠져 듭니다. 신랑은 "너만 집샀냐. 웬 호들갑이야" 하며 핀잔을 주지만 전 호들갑을 떨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 이사만 열세번. 늘 주인의 눈치만 보고 살아야 했고. 시골에 내려와 살때는 쥐가 지 세상처럼 이리뛰고 저리 뛰는 집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입에서 입김이 나올정도로 추워서 아이들을 보면서 안쓰러움에 눈물을 흘린적이 여러번. 손님이 오셔도 앉을 자리가 없어서 눈치것 가주신분에게 죄송스러운 적이 여러번. 아이들 친구들이 와서는 "야 니네집 거지가 살던 집이냐"하는 소리에 아들녀석이 "엄마 나 이제 친구 안데려 올거야 " 하며 투정을 부리는 아이를 종아리들 때리며 속이 상해 울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떳떳하게 손님도 초대하고 아이들 친구들도 초대해서 생일 잔치도 해줄겁니다. 그리고 늘 고생만 한다고 속상해 하시던 친정 부모님도 초대해서 자랑할겁니다. 어제는 신랑이 친구분들을 데리고 집에 오셨어요. 결혼후 한번도 없었던 일인데 내색은 안하지만 신랑도 좋은가봐요. 하늘을 나는것 같아요. 한동안은 계속해서 하늘을 날고 싶어요. 그리고 더이상은 울지 않을 겁니다. 더 열심히 살거라고 제 자신과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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