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졸업=15년.

입학에서 졸업까지 15년. 1990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4년째. 내 또래 여학생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할 즈음. 한국 방송 통신 대학으로부터 신입생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하늘을 날 듯이 기쁘고 들뜬 마음에 열심히 공부해서 5년후엔 졸업장을 받아야지.(당시 방송통신대학은 5년제였는데 지금은 4년제로 바뀌었다) 했었는데, 축산업을 하는 회사에서 병아리 사육을 담당하면서 일학년 , 이학년과정은 별 무리없이 이수할수 있었지만, 3학년에 접어들때엔 나도 개인사업을 해 보겠노라고 조그마한 양계장을 차려놓고 총각혼자 꾸려가고 있었는데, 돈 한푼이 아쉬운 때였답니다. 등록마감일날 수업료와 교재대금만을 챙겨 버스타고 한시간정도 가야하는 읍내 납부장소에 갔지만, 학생회비 2,500원을 내지 않으면 등록할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지요 그까짓 이천오백원은 계란 한판값도 되지 않았지만 마감시간을 30분도 남겨 놓지 않은 때에 주변에 아는사람도 없는터라, 어쩔수 없이 한학기 휴학하기로 마음을 바꿔야만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말로만 들어오던 F학점이 몇 개씩 나오기도 했지요.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무의식상태 한달여 만에 다시 깨어나긴 했지만, 2년여간의 병원생활로 자동휴학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답니다. 방송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서 재입학을 신청하여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졸업소요학점은 다 획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졸업논문에 실패하기를 두차례.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고 굳은 결의를 하고 졸업논문을 실생활에서 찾아보자는 마음으로 제가 살고있는 지역의 친환경 농업 실태를 파악하여 논문을 제출하고, 지도교수의 지도를 받아가며 서너차례 재 작성하여 빠른등기 우편으로 보내 놓고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논문은 오전에 도착해야만 심사받을수 있는데...그렇지만 그곳우편물 도착시간이 보통때는 집배원 아저씨가 오후에 학교에 들른다는 사실을 알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어느우체국 어느집배원이 어느경로로 배달하는가를 알아내서 학과 사무실에 연락하기도 했었지요. 논문 결과가 학과 조교님으로부터 연락이 있을거라고 했었는데, 연락이 안돼 이번에도 또 떨어진 것 아냐? 하고 체념하기에 이를즈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학교 홈페이지를 열고 들어가 논문 심사결과를 보니 합격이라는 두글자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고, 미심쩍어 매일 한번씩 들여다 보기를 한달쯤 했었고, 학교에 전화하여 학번과 이름을 말하고 조회를 부탁했더니 졸업예정자라는 말을 듣고는 이제는 의심하지 않아도 졸업할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등록을 하고 학교에 출석한 것은 열세차례. 그러니까 6년 반을 다녔고, 휴학한 것 까지 합하면 15년이 걸린 셈이더군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에 가는 설레임이 있고,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에 입학할 기회가 주어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직장생활을 하거나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데, 저는 대학을 졸업하면서도 너무 늦은 졸업이라서 그럴까요? 어떤 기대에 찬다거나 들뜬 기분이 아니라 무덤덤하게 "나도 대학을 졸업했다."는 자부심만이 가슴속에 자리매김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려운 대학이 바로 한국방송통신대학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2월 마지막주 토요일인 26일 방송대학 졸업식이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있습니다. 그날 하루는 새벽부터 밤중까지 꼬박 기차여행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졸업식이 오후2시에 있으니까요. 뒤늦은 졸업이지만 축하해 주실거죠?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199-2 김영수 011-9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