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이맘때쯤 강마을에 고향집엔 설준비로 분주 해졌다. 5일장에 갈적마다 계란꾸러미 몇개 쌀 몇됫박을 싸들고 시오리를 걸어 꽁꽁 언 강을 건너서 갔는데 그 먼길 죽도록 매를 맞으면서도 난 장날은 따라 나섰다. 시골장에 들어서면 맨먼저 반기는 튀밥 할아버지 강정을 하려고 곡식을 담은 보따리는 길게 줄을 서고 아이어른 둘러서서 펑 소리가 날때마다 귀를 막고 밖으로 튀어 나온 알갱이 한줌씩 주워먹던 맛 털쉐터 주머니에 가득 넣고 손을 넣으면 무지 따스했는데.......... 색동치마 호박단 저고리 한감 떠서 호롤불 심지 돋우고 밤새워 바느질을 하는 엄마 길게 옷고름이 달아지는날 난 머리맡에 놓인 옷을 만지락 거리다가 잠ㅇ; 들곤 했었는데 장작불 지펴 초저녁엔 너무 뜨거워서 웃목으로 밀고 올라오다가 문풍지 슬피 울면 찬바람 싸아하게 들어와 아랫목에 ㅎ핫대보 흔들거릴때 겨우 이불 하나 의지해 올망졸망 다리을 꼬고 잠이 들어도 함께 있어 춥지 않던 긴밤 수수대 엮어 방구석에 세워 고구마 몇가마 있으니 그밤 배고픔을 잊었고 고드름 내키만큼 키우던 겨울밤 동틀무렵 할머니는 웃목에 놓은 콩나물사루에 물한바가지 주면 도르르 또르르 물 흐르는소리에 눈을 뜨고 귀만 빼꼼히 내밀고 분주한 아침을 맞으면서도 쉽게 이불을 걷어내지 못하다가도 들기름 넉넉하게 바르고 소금 한줌 휙 뿌리고 화롯불에 구워내는 김 내음에 침심키다가 부시시 일어나 앉아 먹던 그맛 와 그맛있는 김 어디 있을까 외양간에 햇살이 다가와 있을 무렵엔 촐촐해진 김에 광에 들어가면 고와 놓은 조청 항아리 몰래 한술 떴다가 들키면 머리통 불나게 쥐어 박히고 깨강정 두어 조각 얻어 내고서 그 고소함을 오래도록 입가에 묻치고 문지방 닿도록 동동거려도 맨날 배가 고파지던 겨울엔 그래 볏단 빙둘러쳐진 신방에 들어가 사금파리 몇조각 에 푸짐하게 풀밥 올려 놓고 소꿉놀이나 해볼까 난 언제나 머슴애들 따라 얼음 지치고 뺑이 돌리고 적셔진 옷 몰고 들어오면 종다리 걷고 매를 맞았지 왜그리 추웠든지 빨래를 하고서 바지랑대 높여 걸어도 장작조각처럼 얼어서 마르지 않으니 옷은 귀하고 그래서 맥없는 난 맨날 맞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