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랑 재빈이를 응원해주세요!!!
지난 12월 31일 밤이었지요. 한밤중에 가방을 주렁주렁 매달고 작은 아들이 대문간으로 들어서더군요. 얼마나 놀랐던지요. 놀랄 수 밖에 없는 것이 인도에 있어야 할 아들이 느닷없이 나타난 겁니다. 그것도 얼굴은 시커멓고 눈은 쾡하니 들어가서 도무지 불과 열흘만에 보는 얼굴이라고는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답니다.
고등학교 시절 삼년동안 단짝이었던 석모와 우리 재빈이가 여행을 떠난 건 지난 12월 20일이었지요. 날마다 문자로 메일로 온종일 통하면서도 수시로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상의하고 간 길이라 그다지 크게 염려는 안했었지요. 서로 소식을 알 방법이 없으니까 어디서라도 컴퓨터를 보면 연락하겠지 하고 메일을 띄워놨었더니 크리스마스날 아침 일찍이 재빈이한테서 메일이 온 겁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요?
카메라를 잃어버린 걸 빼면 너무 즐겁고 재미있는 여행이라기에, 카메라가 아깝다는 생각은 그냥 접었지요. 그런데 다음날 인도네시아의 지진으로 인도에서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오는게 아닙니까?
설마 하면서도 석모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면 집에서 받으려나 하고 전화를 했더니 사용중지중이라는 안내만 나오고,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지요. 저녁에야 석모어머니와 통화가 됐는데, 우리 재빈이 학교에 전화해서 우리집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하시면서, 지진뉴스를 보고 밤새 물한모금 못 마시고 뜬 눈으로 새웠다지 뭡니까? 전화한 번 없는 아들이 무심하다고 서로 아들들 원망을 하다가, 25일에 바라나시에서 메일이 왔으니 지진지역과는 많이 떨어져 있다고 또 서로 위로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랬지요. 그리고는 전화통만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지요.
5통, 6통씩 메일을 계속 띄우면서 수시로 수신확인을 할 때의 초조함이란 말로는 다할 수가 없었지요. 27일 밤에야 메일을 보고는 전화를 해왔더군요.
그런데 대뜸 하는 말이 "엄마 아들, 또 사고쳤어요" 하는 겁니다.
배탈이 나서 약을 사러 다니다가 복대를 통째로 잃어버려서, 영사관에 다시 여권을 신청했으니 나오는대로 귀국하겠다고요. 다음날 아침에 다시 전화를 하라고,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지요. 한 달 정도 예정하고 떠난 여행이라서 중간에 오게 되면 석모에게는 또 얼마나 미안한 일입니까?. 그래서 우선 여권을 신청해두고 그 사이에 돈을 보내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메일을 보냈건만, 아무 소식이 없더니 불쑥 대문간에 나타난 겁니다.
둘 다 너무 내성적이고 순진한 이 아이들은, 집에 오기가 너무 죄송해서 서울에서 둘이 그냥 눌러앉을까 고민했었답니다. 모처럼 떠난 여행이고 방학이 아직 남았으니 둘이 더 바람을 쐬고 오라는 석모 어머님 말씀도, 두 아이를 기다리면서 친해진 엄마들과 같이 나가 식사나 하자는 말도 두 녀석이 다 거절을 합니다.
석모는 자기가 더 많이 아파서 재빈이가 혼자 약을 사러 다니다가 일이 생겼다고 미안해서 재빈이 엄마를 뵐 수 없다고 한답니다. 재빈이는 자기 때문에 석모까지 중간에 돌아오고 걱정을 끼쳤다며 너무 죄송해서 석모 어머님을 뵐 수가 없다고 합니다.
지진피해 사상자가 14만이니 15만이니 뉴스를 보면서, 무사히 돌아온 것만도 고마운 엄마들하고는 또 생각이 다른 모양입니다.
석모랑 재빈이한테 좀 크~~게 말해 주십시오.
너희들이 안전하게 돌아온 것 만으로도 엄마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고.
기운을 내서 다시 도전해 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