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보이는 햇살은 따스한데 정작 바깥으로 나가보니 바람끝이 제법
매섭더군요.
오랜만에 여성시대 게시판에 인사드립니다.
모든님들 건강하신 가운데 세밑 준비 잘하고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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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은행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하마터면 저 동사할 뻔 했습니다.
(후웃~ 엄살이 심하다고요? ㅎㅎ)
하여튼 상체는 도톰한 파카 덕분에 바람 한 점 안 들어 오는데 얄팍한 하의
츄리닝 바지는 자꾸만 저를 오그라들게 하더군요.
그래도 씩씩하게 두 팔 휘저으며 열심히 걸었지요.
어느새 등줄기엔 뜨거운 김 서리는데 얼굴과 양쪽 귀는 얼떨떨하니 추운 것이
미련스런 주인때문에 저의 신체 일부가 고생을 했지요.
여기저기 은행 볼일 보고 또 열심히 걷고 걸어서 재활용품 가게에 가서 혹시나 쓸만한 물건이 나왔나 기웃거려 봤지만 오늘은 그만 헛걸음을 쳤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언니 동생하고 지내는 인유네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서 너살 정도 먹은 사내아이 엄마 둘이서 퍼머를 하고 있더군요.
그곳에 가면 항상 바쁜 동생(미용실 원장님)때문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눈인사만 하고 스포츠 신문이나 잡지책을 뒤적이다 오곤 하는데 가끔 운 좋은 날에는 손님이 뜸하고 한가할 땐 원없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요.
오늘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미용실 문을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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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04년도 며칠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저는,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은 날들입니다.
머지않아 새해엔 졸업이라는 영광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지만 더 이상의
진보는 어려울 것 같아 심히 낙담스러울 뿐입니다.
그냥 기분좋게 더 멀리 날고 뛰기위해 잠시잠깐 주춤거린다고 생각하려해도
못내 아쉬운 마음 떨굴 길이 없습니다.
세상사 모든 일이 내 맘 내 뜻대로 안된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기로에 선 지금은 시끌시끌한 맘 뿐입니다.
그래도 저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는 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우리집 작은 딸아이죠.
학교에서 돌아온 딸 아이는 유난히 밝은 미소를 머금고 집안으로 들어섰습니다.
하이얀 함박꽃보다 더 예쁜 미소를 머금은 아이에게 저는 학교에서 기분 좋은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니 가방에서 뭔가 꺼내 제 눈 앞에 펼쳐 보이더군요.
바로 학력상장이었어요.
지난번 예체능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더니...
대견해서 그냥 꼭 껴안아 주었더니 화사하게 웃고는 중국어 학원에 간다고
씽하니 나갑니다.
어느새 해질녘이군요.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마음대로 못하고 사는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이들의 엄마로 산다는 것이 때로는 싫지만,
그러한 일상중에 때때로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여인네랍니다.
2004.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