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 울아부지....

산달이 다가왔다.12월 26일이 예정일인데, 어디서 아기를낳고 몸조리를할까 고민끝에 친정에서낳기로했다.우리시어머님은 걱정이 이만저만이아니셨다. 앞을 보지못하는 친정엄마곁에서 아기를낳고 몸조리나제대로할수있을런지..하지만 어머님께 폐를끼치고 싶지않았다.건강도 많이 안좋아지셨는데 며느리까지챙기시려면.... 지금까지도 엄마처럼 챙겨주셨는데.... 그래서 결심을굳혔다.11월6일 ..... 신랑은 대구로 직장을다시옮겼고,나는 아기를낳고 대전친정집에서 직장생활을하며 생활이 조금이라도안정될때까지 주말부부로 지내기로했다. 김제에서 떠나오던날..... 시골에서 짧은 몇달이었지만 시부모님과 너무나도 깊은정이들어버렸다.어머님은 몸조리잘하라며 쌀이며, 미역이며,꿀,께,김치등등.....이것저것 바리바리 싸주셨다.지금까지 보살펴주신것도고마운데 일일이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시어머님께 너무죄송스런 마음이들었고 감사했다. 지금껏 이런 사랑을 받아본적이 없었기에..... 친정으로온날....... 참..... 어이가없었다. 살기가 힘들다힘들다해도 해도너무했다. 쌀통에는 쌀이 달랑달랑했고,김치도없고,여기저기 공과금은 밀려있고,외상값도 꽤 되었다. 친정아버지가 일이없어 몇개월동안 집에만계신이유에서였고, 그나마 제작년까지받던 기초생활대상자에서도 떨어진 상태였다. 오빠가벌고 동생이번다는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실은아니다. 울오빤 해군하사라지만 고작조금받는월급가지곤 집에크게 보태줄형편이되지않는다. 동생또한 다니던대학두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하고는있지만, 자기생활도빠듯하다. 참 난감했다. 그래서난,신랑에게는 미안하지만 도움이되어주기로했다. 우선 급한 공과금 문제를 조금이나마 도움이되어드렸다. 그리고 쌀과 김치는 어머님께서 싸주신것으로 해결됐다. 참고마우신분이다. 꼭우리 친정사정을 훤히아시고 쌀이며 이런것들을 싸주신것같았다.쌀통에 쌀을부으며 시부모님께 한번더 감사하는마음을가졌다. 큰 문제도 조금은 해결됐고, 그나마 마음은 가벼웠다. 그런데....또한가지 문제에 부딫쳤다. 아기가 제자리를잡지못하고 거꾸로있어서 수술을해서 아기를낳아야한단다. "휴~~~" 한숨부터나왔다. 아기를낳는것보다 제일 먼저걱정이되는건 병원비였다.지금까지도 신랑에게 부담을많이 주었는데 또 큰짐을 지게하는게 미안하고 열심히일하는 신랑얼굴을 못볼것만같았다.또 한가지 걱정인건 아기를 수술로 낳을경우 돌봐줄 사람이없다는거다. 적어도 1주일은 입원해야하는데..... 지금생각해보니 친정으로온게 조금은 후회도된다.앞을보지못하는 울엄마가 돌봐줄수가없으니... 근데그문제는 해결됐다 친구가 돌봐주기로했다. 어제는 나도모르게 부모님께 신경질이났다.갑자기 내신세가 처량해보였기때문이다.한번도 부모님을 원망해본적이없는데..... 외손주본다는 생각에 기분이좋으신 울아버지... 술을잔뜩드시고오셨다. 겨우일자리를얻어일을나가시는데,연세가 많으신지라 힘이드시나보다. 근데난 그 술냄새가어찌나 싫던지... 아버지게 버럭 화를 냈다. 그러려고그런건아닌데......"아부지 ... 제발 술좀 마시지마! 왜 자꾸 술먹구 그래? 나 스트레스좀 주지마! 안그래도 이래저래 힘들어죽겠는데..... 그만좀 해!!!!" 아부진 금새 풀이죽으셨다. 그날저녘 난 아부지 이부자릴 봐드렸다. 아부지~~~~ 우시는거 같았다."우리 손주..... 태어나면 이쁠겨.... 아가.... 우리딸래미... 아빠가 미안하다.재대로 공부 시켰으면 뭔가했을 너인데..... 돈이없어공부도 못시키고... 전부 다~~ 아버지가 못난 탓이다. 미안하다...... 걱정하지마라. 너한테 못한거 우리 손주한테해줄란다. 이쁠겨.... 우리손주.... 너닮아서 이쁠겨. 똑똑하구...... 아부지가 무능력해서 미안하구나....." 이런말을 술주정처럼 반복하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난 그만 울컥했다. 울아버지 다 자신탓으로 여기셨던거다. 딸이 엊 나간것도,집을 나간것도 ,공부도안하고 방황한것도....... 난 아버지께 죄송스러웠다.순간 아버지에대한원망이 사라지는거같았다. "아부지~~~~ 왜그래~~ 아부지가 공부 안시킨거아냐. 내가 싫어서 안했어. 글구 나 학교에서 왕따였잖아. 그래서 그만둔거야. 그래두 아부지 우리잘키웠어. 남들이 부러워하잖아. 자식들 효자 효녀라고.... 그니까 그런생각하지마. 돈없으면어때? 아부지 봐 봐.. 손주가 뱃속에서 그렇다구 막 대답하는데?" 하며 난 실없는 농담을던졌다. 아버진 금새 웃으시며 옷을 주섬주섬입으시더니 경로당에가신댔다. "아부지 술 먹지 말고 맛있는거 사 잡수세요."하며 주머니에 만원을 넣어드렸다. 아버진 만원에 함박웃음을지으시며 아기처럼 좋아하셨다. 그리곤 조금있다가 가슴에 무언가를 품고오셨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 응. 이거먹어라.. 군밤이여. 먹구싶다며? 없어서 역전에 버스타고 갔다왔어. 손주가 먹구 싶다는데..... 허허..." "아부지 맛있는거 사드시라니깐....." 그런가보다. 아부진 힘드신게다. 딸이라구 제대로 챙겨주지도못하고 어린나이에 시집을가고 아기를갖고 이제겨우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게 대견스럽기도하고 미안하신가보다. 지금보니 울 아버지..... 많이 늙으셨다. 내나이 먹는것만 생각했지 울아버지 나이드시는건 생각도 못했다. 어느덧 새하얀 머리칼과 주름진 얼굴의 울아버지........ 새삼 아버지를 원망하고 미워했던 내자신을 더욱 원망하게한다. <연락처: 042-284-3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