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떠냐고요?

마음으론 이런저런 계획을 짜며 혼자 즐거워 했는데 역시나 올 시월의 마지막 밤도 별 의미없이 보냈는가 봅니다. 안녕하세요? 편지쇼 시상식과 대담프로에 참석하고 온 후, 여러분들께 감사했다는 메세지라도 남겼어야 했는데 마음과는 달리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여러날이 지나 버렸네요. 피디님을 비롯한 윤승희아나운서님. 조형곤진행자님. 김난수리포터님. 배윤옥작가님. 콩순이님 등등...환절기에 건강에 이상 징후는 없으신지요? 배작가님~! 요즘 어떠냐고 물으셨나요? 많이 힘드냐고 물으셨나요? 견딜만 하냐고 물으셨나요? 속시원하게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요즘 저 많이 힘들어요. 지나고 보면 별 일도 아닌데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은 줄줄~ 사람이 울어야 할 때 눈물이 안 나는 것도 고역이겠지만 시도때도 없이 쏟아지는 눈물앞에 머쓱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무엇이 그렇게 눈물나게 만드냐구요? 글쎄요~~! 저를 눈물나게 하는 것들은 참 많아요. 가족들이 모두 떠난 뒤 청소를 하면서 유일하게 보는 티비 드라마 주인공 '인경과 정우'의 애틋한 사랑에도 절로 눈물나고, 며칠째 감기로 고생하는 딸 아이가 핼쓱한 얼굴로 일터를 향해 나가는 걸 봐도 눈물나고, 결정적으로 요즘 저를 더 눈물나게 하는 것은 몹쓸 치매에 걸리신 팔순의 시어머니십니다. 지난주인가 형님의 부탁을 받고 어머니를 군산에서 저희집으로 모셔 왔어요. 장기간 집을 비울 일이 생겼으니 동서가 당분간만 어머니를 모셔 주었으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시는데 거절을 할 수가 있어야지요. 어머니께서 저희집에 오신지 벌써 5일째입니다. 덕분에 저희 부부 각방을 쓰고 있고, 저희집에 크고작은 일들이 연속 벌어지고 있어요. (15평 아파트라 방이 비좁아서 부득이하게...) 치매~! 그거 참 무서운 병이더군요. 치매란 노쇄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해 두는데서 그 병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신경정신과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저희 어머님도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다들 처음엔 기력이 딸리니 저러시겠지 했었습니다. 헌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병원으로 모시고 갔더니 왜 진즉 병원에 찾아오지 않았냐며 나무라시더군요. 치매의 정도를 7단계로 나누어 보았을 때 저희 어머님은 5단계 초기라고 하시면서 치료약을 복용해도 완치는 불가능하고 다만 그 진행 속도를 조금 늦추는데 도움을 줄 뿐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울 어머니는 자식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실 뿐더러 대소변도 당신 혼자서는 보기가 불가능합니다. 괄약근이 느슨해 지셨는지 자꾸 옷에 실수를 하십니다. 어쩔땐 대변을 보시고 그걸 화장지에 싸서 구석에다 숨겨놓고 여기저기 묻혀놓기도 하십니다. 집안 구석구석을 이잡듯 뒤지기도 하시고 옷이나 이불을 찢어 놓기도 하셔요. 그럴때면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어디론가 가신다며 신발을 움켜쥐고 하루 종일 대문앞에 쪼그리고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면 짠한 마음도 들고요. 어느 할머님보다 더 정갈하시고 다소곳하시던 울 어머니께서 어쩌다가 이런 몹쓸병에 걸리셨는지... 새벽에 주무시다 옷에 실례를 하신 어머니를 위해 행여 각시가 깰까봐 혼자 모든 것을 처리한 남편의 깊은 마음씀에.... 그런 어머니를 지켜보며 누구보다도 더 가슴이 아플 막내아들인 남편을 생각해도 눈물이 납니다. 또 이런 어머니를 오랫동안 모시며 살면서도 큰소리 한번 안내신 형님을 생각해도 울컥해지는 마음입니다. 요즘은 의학의 발달로 해마다 장수노인이 증가 추세라고 합니다. 거기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도 심각한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어느 한 집 문제만이 아닌 국가적인(?) 문제앞에 우리 정부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노인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는 외국의 나라들이 새삼 부럽기도 하고요. 배작가님~! 이러저래 요즘 눈물나는 일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봅니다. 왜냐고요? 제가 이 땅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또 제겐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으니까요. 2004. 11. 5. 익산시 신동 신동아파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