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승희, 조형곤님, 제가 이곳에 글을 쓰지않은지 벌써 일년이 다 돼가네요. 그간 잘 지내셨죠? 타지에 살며 전주mbc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는데 제 일이 너무 바빠 요즘은 많이 듣지도 못하고 참여도 못했네요. 글구 이주영 작가님도 안계시네요. 모처럼 가을을 맞이하여 못쓰는 글이나마 한번 올려봅니다.
가을 체육대회
이른아침 6시경에 저의 집사람이 슬그머니 잠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합니다. 평소같은면 7시경에 일어나 아침준비를 하는 사람인데, 이상하다 했죠. 그런데 아 글쎄 오늘이 우리 아들놈 유치원에서 가을 체육대회를 하는 날이라고 집사람이 이른아침부터 일어나 아들놈이 먹을 김밥을 마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나 봅니다. 우리 아들놈은 학교가 뭔지도 모르는 철모르는 5살백이로 선생님이 오늘 야외에서 엄마들과 재미있게 놀고 갈거라고 했는지 연신 콧노래를 부르며 "아싸 오늘 학교안간다"하며 좋아만 합니다. 공부하기 싫어하는건 꼭 저를 닮았는지...
그런 아들놈을 가만히 보고있으려니 나에게도 초등학교 시절 소풍을 하루앞둔 들뜬 마음에 잠못 이루었던 그밤이 아련히 떠오르더군요.
항상 학교에는 전설이 존재하듯 우리 학교에도 어김없이 학교전설은 존재했답니다. 그때당시 무서운 소사아저씨가 해주신 말씀이 학교뒷편에 우물이 하나있는데 그곳엔 큰용이 승천하다 떨어져 지금도 그 우물속에는 용이 잠자고 있고 그 용을 화나게 하는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온다는...지금 들으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인데 그땐 순진한 어린것들이 뭘 알았겠습니까, 그냥 그런줄 만 알았죠. 이상한일은 꼭 우리학교가 소풍을 가려고 하는 전날엔 비가 온다거나 구름이 잔뜩 끼여 혹여나 내일까지 비가오면 어쩌나, 비가와서 소풍이 취소되면 안되는데하며 노심초사 잠못이룬 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날밤 두손을 꼭 모으고 진심으로 그 용님께 빌었죠, 내일은 비가오지 말게 해달라고...
소풍을 가는날엔 전교생이 운동장에 다 모여 교장선생님이 하시는 훈하 말씀을 평소에는 억지로라고 잘들 참고 들어주었건만, 이날만큼은 한귀로 흘리고 앞, 뒤, 옆에 있는 친구들과 그날 용돈타온 액수가 1,000원이나 된다고 호들갑을 떠는 아이, 마징가제트 운동화를 새로샀다고 자랑하는 아이, 김밥싸왔다고 어깨에 힘주는 아이등 운동장은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시골 아이들의 장터로 변해버리곤 했죠. 도착장소는 6년동안 거의 변함없는 배매산. 그 산까진 학교에서 도보로 약 2시간 가량을 학년 반별로 짝을지어 두줄로 걸어서 가지만 도착전까지 누구하나 다리 아프다고 엄살 피우는 아이 하나없이 '캔디', '마징가제트', '짱가', '미래소년 코난' 노래등을 목이 터져라 부르며 잘도 갔지요. 아버지가 주신 소풍날 쓸 용돈은 대략 500-1,000원 사이로 그 돈이면 푸짐하게는 못 사먹어도 하루종일 과자며, 쭈쭈바, 하드(아이스크림)를 사먹고 올 정도는 되는 돈이었죠. 소풍장소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쭈쭈바를 파는 아저씨, 학교앞 구멍가게 아저씨는 자전거를 타고 먼저와 우리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며 연신 부채질을 하고 계셨죠, 그리고 가방안에 잔뜩 싸온 과자며 장난감들을 쭈욱 펼쳐보이면 아이들은 구름떼처럼 그곳으로 달려가 오랜만에 집에서 받은 용돈으로 과자며, 장난감을 사들고 즐거워라 비명을 지르죠, 저도 그 여느애들과 마찬가지로 그날 받은 용돈으로 쭈쭈바며 과자며 쫀드기등을 사먹죠, 하지만 어린마음에도 그 먹고싶은 충동 억제해가며 남은 반절의 돈으론 부모님께 사다드릴 과자를 준비하는 것은 잊지않았죠.. 산 과자를 한봉지만 먹을까도 여러번 생각하지만 행복해하실 부모님을 떠오르면 이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리고 과자주머니를 쥔 손은 더욱더 힘이 들어가죠. 집에 도착해 과자를 부모님께 드리면 항상 아버지는 "소풍가서 너나 과자 실컷 사먹고오지 뭣하러 이런 것을 사오냐"며 핀잔을 주셨지만 그래도 제눈엔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연신 담배를 피시면서도 입가엔 엷은 미소가 베여있어 그리 싫지만은 아닌 눈치였습니다. 이제 제 아들놈이 유치원에 다니고 또 2년 있음 저도 학부형이 되는데 제 아들놈이 소풍간다고 하면 용돈을 주겠지요. 그럼 과연 우리 아들놈도 저처럼 용돈의 반을 아끼고 아껴서 과자를 사올까요? 아님 사탕하나라도 사오겠죠!, 만약 사온다면 저도 아마 제 아버지처럼 기분이 좋아 하루종일 싱글벙글하며 지낼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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