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
이곳은 귀뚜라미와 풀벌레가 계절의 변화를 먼저 전하는
성춘향과 이도령의 도시 남원 이랍니다.
원체 글재주나 말주변이 없어서 몇번이고 망설이다가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입니다.
사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시간에 방송을 하시기 때문에 매일 듣지는
못하지만 오늘 처럼 간혹 출장이라도 나가게 되면 채널 고정하고 승희씨와
형곤씨(어찌불러야 할지몰라서)의 목소리를 통해 제 주위의 아름다운 사연들을 듣게됩니다.
근데, 오늘 방송 끄트막에 체신청에서 컴퓨터를 지원하신다는 이야기를 두번씩이나 들었지 뭡니까? 그순간 제 머리 속에 그려지는 한가정이 있었답니다.
그 가정은 다름이 아니라 저희 복지관 직원들이 올해부터 2명씩 조를 만들어 재가 장애인중 어려운 형편에 계신 분들을 한달에 한번 찾아가서 노력봉사도 하고 가사지원이나 고충상담등을 해드리는 "재가 장애인 자매결연"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저와 제 동료가 맡은 분은 남원시 산동면에 사시는 오선생님 댁이랍니다.
처음에 갔을때 다쓰러져가는 흙벽 집에서 할머니와 자녀3 그리고 오선생님께서
생활하고 계셨는데 한낮인데도 방은 컴컴하고, 봄철인데도 겨울이불을 사용하시고 냉장고의 음식들은 너무 오래되어 냄새가 났습니다. 그나마 근처의 교회분들과 사회복지 봉사단체나 이웃분들이 간간히 오셔서 생활을 돌보아 주시고 계셨습니다. 할머니는 오래된 치매로 누워 계셨고 자녀중 첫째 아이는 정신지체 장애를 갖게되어 전주의 은화학교라는 특수 학교에 진학을 하였습니다. 오선생님께서는 시각장애 판정을 받아서 살림은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때 저희가 해드리는 거라고는 청소와 빨래 그리고 간식거리와 할머니 수발이 전부 였습니다. 집은 아무리 청소를 해도 들끓는 파리떼를 막을 수가 없었고 아이들이 어지러 놓은 것은 좁은 집을 가득매웠습니다. 특히나 방이 통풍이 전혀 되질 않아서 악취가 심하게 났습니다.
지난 3월에 마음의 버팀목이었던 어머니 마져 세상을 떠나셔서 가뜩이나 힘들고 지친 오선생님의 마음을 더욱 옥죄었습니다. 그 뒤 오선생님께서는 식사는 뒤로하고 매일 같이 술을 먹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기를 3달 가량 지났을까요 날로 여위어 가시던 우리 오선생님댁에도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남원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사랑의 집짓기를 통하여 새롭게 조립식 집을 짓게된 것입니다. 여름 내 오선생님은 비오듯 땀을 흐리며 집을 치우고 빈방을 정리하며 어두운 눈을 비벼가시며 힘든 일을 하시며 즐거워 하셨습니다.
얼마나 좋아 하시든지 지금도 멋쩍어 하시며 웃는 모습이 선합니다.
아마도 당신 보다는 아이들을 위해서 더 즐거워 하셨으리라...생각하며!
드디어 지난 달부터 공사는 시작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손길을 통해 하는 일이라더디고 힘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오선생님의 가족들은 마을 회관에서 생활을 하셨지요.
얼마전 오선생님을 뵈러 갔습니다.
어머니 묘에 다녀오시는 길이라 하셨습니다. 아마도 몸 성히 모시지 못한 불효에 대한 아쉬움이리라 눈가엔 아직도 물기가 있는 것이 여러가지 맘속의 힘든 일들을 솓아 내고 오셨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몇달동안 드셨던 술때문에 복수가 차서 병원약 신세를 지신다고 하셨습니다.
거기다가 왜그리 마르셨든지. 일돕다가 눈이 어두우셔서 그만 다리까지 다치셨다는 것이다. 그래도 싱끗 웃으시며 이제 곧 새집에서 살테고 그러면 아주아주 깨끗하게 생활할 거라는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그렇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오선생님의 인생은 너무나도 고달프고 절망적이다.
이겨내기 힘든 환경에 본인의 장애까지 모든게 불확실하고 망막합니다.
그렇지만 주저 앉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로인해 다시금 힘을 내어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도 그의 어깨를 잡아드릴것입니다. 왜냐하면 함께하는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서두에 컴퓨터 이야기 하다가 넘넘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선생님의 아들 녀석들이 어찌나 컴퓨터를 갖고 싶어하는지
지난번에도 저희를 졸랐답니다. 저희에게 컴퓨터를 구할 여건이 안되고 맘만
동동 거리던 차에 이야기를 들었던 것입니다.
이야기가 여성시대의 내용과 어울리는지 아니 사연에도 포함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어디다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해서 이렇게 장황해져버렸습니다.
부디, 우리의 이웃에게 사랑의 작은 날개를 달아주었으면 합니다.
두분 건강하시고 가끔이더라도 여성시대 열심히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연락처 : 635-1544-5(남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016-210-2138 휴대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