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일기 (1)
덩치가 서너 배정도 큰 거위를 주먹만한 금계가
거칠게 다루고 있다 금계는 수탉이다.
추운 겨울에는 서로 몸 부대끼며 체온을 나누더니 해동이 되자
거위는 거위끼리, 닭은 닭끼리, 오리는 오리끼리 서로 제 종족들과
어우러져 따로따로 활동을 했다. 해동이 되면서 산란이 시작되자
분쟁이 심했다.
암 거위가 알을 낳으려고 둥우리에 품고 있으면 숫 거위는
절대로 그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알을 낳고 나올 때까지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하게 지키고 있다.
그런데 수탉은 암탉이 알을 낳고 있어도 관심도 없다.
오리도 마찬가지....
그런데 일년생 거위가 철이 없어 암탉들이 노는 곳에 가서 그 중
보기 좋은 놈에게 접근을 하면서 사랑을 나누려고 하자
주먹만한 금계가 어디서 보았는지 쏜살같이 달려와 사정없이
거위를 쪼아대며 겁을 주었다.
혼비백산하던 거위 자기들 종족에게 죽을 힘 다하여 달려가도
기우뚱거리며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에 비해 금계는 날렵하여
걸음이 몇 배 빠르다. 숫 거위가 쫒아 오는 금계에게
큰 덩치로 달려들어 정면충돌을 하고 말았다.
숫 거위는 목을 길게 바닥에 깔고 식식거리고 금계는 양 날개를
쫙 펴서 늘이며 위용을 부렸다. 마치 씨름 선수들이 서로 기회를 엿보는 것처럼
한판이 붙었다.
그런데 거위 가족은 모두 그 싸움에 나서서 괴성을 내며 응원을 하는데 닭들은
싸움질에는 관심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본체만체 하더라. 의리 없기는...
금계는 저보다 덩치가 몇 배 큰 거위 가족을 살피더니 상황을 급히
파악하고 안되겠다 싶었는지 슬슬 뒷걸음질로 물러나며 도망을 쳤다.
그러더니 금계는 기회만 되면 어린 거위를 코너에 몰아넣고 마구 쪼아대며
옴짝 못하게 복수를 하며 다룬다. 아직 세상의 매운맛을 모르는 거위는
금방 자신의 신변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고 가족과 자주 떨어져
돌아다니다 봉변을 당한다.
어제는 밖에서 일을 하다가 돌아와와 마당 한구석에서
발발 떨고 있는 거위를 건드렸더니 겁에 질려 오그리고
눈도 뜨지 못한 채 죽은 풍뎅이처럼 그냥 구르는 것이었다.
요즘의 덩치만 커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쓰레하였다
작지만 큰 무리를 야물게 다루는 동물의 세계............
날마다 그들의 잦은 충돌로 농장은 조용할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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