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날에 기분이 우울하고 해서 엄마하고 언니하고 시내에 가서 아이쇼핑을 하기로 했다. 잔득 치장을 하고 나서 이것 저것 잡동사니를 넣으려고 가방을 찾아 보니 너무 오래 되었고 낡아서 새로 장만하기로 했다.
연두빛 가방과 줄무늬 가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제 주인이 되어 달라고 자기 모습들을 뽐내는 듯했다.
가방을 사기로 한 나는 좀 어둠고 가벼운 걸로 샀는데 문득 엤 생각에 사로 잡혔다.
초등학교 시절에 다니고 다녔던 가방이 남자가방이었다. 검정색 무늬와 국방색이 바탕색으로 되어져 잇는 그런 가방을 저학년 까지 가지고 다녔다.
학교로 향하거나 방과 후가 되면 누가 볼려나 안쪽으로 가방을 들고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그래도 난 가방이 있어서 행복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느날
친구가 나를 보더니
야
너는 남자 가방 가지고 다니냐
며
놀려댔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집에 도착하자 마자 엄마한테 친구들이 남자 가방 가지고 다닌다고 놀려
여자가방 사줘
안 사주면 나 학교 안가
라고 하면서 졸라댔다.
성화에 못이긴 엄마는 만화 밍키그림이 새겨져 있는 예븐 가방을 사다 주었다.
가방을 가지고 다니기 위해서 학교를 다닐 정도였다.
가지고 다니다가 더러우면 항상 깨끗하게 먼지 하나 없을 정도로 하고 다녔다.
이 생각을 하다 걷다보니 어느새 옷가게에 와 있었다.
그 시절 이 그립기만 하다
초등학교 동창생들은 무슨 날이면 항상 가방을 선물을 주곤했다.
그 일을 기억한다고 ... 웃으면서 건내곤 한다.
전주시 금암2동 1570-8번지
오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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