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쯤이였던 것 같아요.
엄마 손을 잡고 사람들로 북새통인 재래시장을 갔었는데 리어카 위에 좀약 따위
를 놓고 파는 아저씨의 입담에 정신이 팔려 한 순간에 엄마를 놓치고 말았지 뭐에
요.. 전 "우리 엄마가 갑자기 없어졌다"는 생각에 너무 놀라 엉엉 울었고 지나가던
아줌마들과 주변 상인들은 난감한 표정으로 절 쳐다볼 뿐이였죠..
한술 더떠 리어카 행상 아저씨는 "아저씨 딸 없는데 아저씨랑 같이 살까?"라는 농
을 던졌고 그 말이 더 무서워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고 있는데..근처 속옷가게 문
이 열리고 저희 엄마가 "요 녀석아! 엄마가 없어지긴 왜 없어져! 따라오는 것도 제
대로 못해?" 하며 타박을 하는 거였어요.
순간 서운하기는 커녕 엄마 찾았다는 생각에 얼마나 안도감이 느껴지던지
눈물, 콧물을 쓰윽 문질러 닦고 헤죽 웃으면서 엄마 손을 꽈악 부여잡았던 기억이
나네요...
..................
얼마전이죠.. 전주에 모 백화점이 개장한다고 해서 바쁜 시간을 내 엄마를 모시고
갔었어요..
멀리 서울에나 가야 볼수 있던 그 백화점이 전주에도 생긴다는 사실에 흥분한 엄
마는 개장 두 달여전부터 그 날만은 약속 잡지 말고 꼭 데리고 가달라고 신신당부
를 하셨던 터였어요.
사람이 많아 혼잡하리란 예상은 했지만 엄마가 백화점 가길 소원하셨으니 어쩔
수 없었죠.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인산인해...
공짜로 생필품을 주는 행사까지 있어선지 더더욱 혼잡했고
근처의 작은 도시, 군, 면, 리 사람까지 총 출동한 탓에 방송에선 시골서 마실 나왔
다 실종된 할머니를 애타게 찾는 헤프닝까지 벌어지고 있었구요.
주차하는데만 1시간 20분 걸리고 ..백화점 2층 여성복 코너 입성에 성공할 수 있었
던 엄마와 나는 에스컬레이터 근처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뚫고 목표 삼은 매장
으로의 진입을 시도했어요
그런데 이리저리 사람들을 피해 매장에 들어서고 보니 이런 저 혼자인거 있죠.
한 켠으로 비켜서니 바글대는 사람들 사이로 엄마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거기 울 엄마가 굉장히 놀라서 아주 똥그래진 눈으로 두리번 거리고 계신겁니다.
당황해서 입은 반쯤 벌어지셨고 멀리서 봐도 불안함에 사로잡힌 눈동자가 흔들립
니다. 고개 돌려 날 금방 찾으실테지 하는 생각에 잠시 바라보다 왠지 가슴이 저려
서 재빨리 다가가 "엄마"하고 팔을 잡아끌었어요..
엄마는 안도하는 얼굴에서 금새 맥빠진 얼굴이 되어 웃으시더니
"우리 딸이 엄마 버리고 도망간 줄 알았어" 하시지 뭡니까
이런...울 엄마는 아직 50대 초반이시구요..그리고 여기는 익숙치 않은 건물이긴
하지만 문 밖으로 나가면 엄마가 늘 사시던 도시이고 또 우리 엄마는 운전도 할
줄 알며, 핸드폰도 가지고 계시고, 그 핸드폰으로 전화하면 20분 내에 엄마를 데리
러 오실 아빠도 계시구요..
그런데도 엄마는 6살때의 저처럼 같이 온 피붙이와 떨어져버렸다는 불안감에 사로
잡히신거지요,..
마음이 약해져 6살이 되어버린 우리 엄마.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엄마는 그렇게 변해있었던 거에요..
엄마를 믿고 아무곳이나 따라다녔던 건 저였는데...오늘 보니 엄마가 저를 의지하
고 있었네요..돌아오는 길에.. 너무 죄송했어요..
마음이 작아진 우리 엄마를 미처 모르고 잘 돌봐드리지 못하고 늘 답답해하고 뭔
가 바라는 제 모습만 보여드려서 한참을 미안해하고 또 그렇게 마음이 아팠습니
다.
여성시대 가족여러분,
이제 어느덧 우리보다 더 약해져버린 우리의 엄마들.. 그 엄마들을 이제는 길 잃어
버려서 눈동자 흔들리지 않으시도록 우리가 잘 붙잡아 드려야 할때가 아닌가 싶네
요. 그 옛날 우리의 엄마들이 그렇게 해주셨던 것 처럼요..
오늘 문득..비오는날 엄마 생각에 가슴이 아려와 이렇게 주절거려봅니다.
모두들..행복하시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1가 743-18번지 4층 .. 김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