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 났더랬습니다. 물도 꼴깍꼴깍 마시고 헤엄쳐 나오려고 발버둥도 쳤더랬습니다.살아나려고 애쓰다가 꿈에서 깬 저는 외쳤습니다.
'그래! 대박 꿈이야!'
비바람이 몰아치는 사이를 뚷고 민망함을 무릅쓰고 로또를 샀습니다.
과일가게에서는 자두 몇개 더 담으려고 악을 쓰는 주부에게 만원이란 돈은 거금이지만 돌아올 대박의 행복을 느끼며 아깝지 않게 샀지요.
나흘동안 밤마다 저는 모래위에 성을 지었습니다.
신랑에게 차도 사 주었구요. 비행기 타고 벌써 하와이도 다녀왔습니다.
잠들기 전 너무나도 달콤한 상상에 치를 떨었습니다.
신랑에게 얘기를 해? 말어?
돈 생겼다고 바람나면 어쩌지?
머리아프게 고민도 해 봤더랬죠.
시험 발표 기다리는 아이처럼 인터넷으로 조회를 했었죠.
tv앞에서 맞추면 보는 눈도 있고 해서요.
신랑에게 말 안하길 잘했습니다. 아이들 보는 앞에서 추첨 안 보길 더 잘했습니다.
그 흔한 만원도 안 되었더군요.
귓가에 '니 복에 그렇지 뭐'라는 환청도 들리더군요.
아마도 자다가 거세게 쏟아지는 빗 소리에 홍수꿈을 꾸었나 봅니다.
그래도 일주일동안은 저 정말 행복했었어요.
만원의 행복감!
복권은 저에게 요행을 바라는 절 비꼬기도 하고 황홀한 희망을 던져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습니다.
희망이란 그런가 봅니다.
하루가 즐겁고 잠자리를 행복하게 해 주나 봅니다.
이상은 멀리서 찐한 여름밤의 꿈을 꾼 철없는 아줌마였습니다.
모두 제발 행복해 지세요
전주시완산구서신동동아3차아파트11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