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의 안타까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책가방을 메고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를 향해 내딛는 발걸음에는 설레임반 멋쩍음반으로 갈등하는 마음이 한걸음씩 교차되고 있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에 '과'교실에서 만난 몹시 낯선 얼굴들은 다행스럽게도 신입생 특유의 풋풋함보다 잘 영근 옥수수 처럼, 눈가에 잔주름 몇 개씩을 점지 받은 중년들이 대부분이였습니다. 다른날보다 화장도 신경쓰고 머리도 드라이로 힘을 줘봤는데, 나 못지 않게 예쁘게 단장한 모습들이 묻어있는 어색한 첫만남으로 새 출발을 했었어요. 사흘후쯤 함께한 우리 스터디 멤버 아홉명은 어색한 분위기속에서 자기소개를 시작했고, 쉰넷의 나이덕에 제일 왕언니 자리를 경쟁자없이 차지한 큰언니와 스무살 아래인 서른넷 싱싱한 아줌마인 막내까지 연령층은 다양했고 입학식날 두손 번쩍 들고 나와 1학년대표를 하겠다고 나선 야무진 혜원씨까지 모두 의욕이 넘치고 있었답니다. "우리 대학공부는 혼자 하는게 아닙니다." 입학식날 3학년 선배 과대표의 인사말을 실감하면서 물에 기름 돌듯하던 공부가 점점 친근해 질 무렵, 중간시험을 앞두고 큰언니가 도저히 못따라 가겠다고 성급한 포기 선언을 하고 말았어요. 자기소개 시간에 언니가 했던 말이 새록새록 떠올랐지요. "나를 한학기만 끌어주면 포기 않고 해낼수 있을 것 같으니 한학기만 신경써서 날 좀 끌어줘요." 언니가 말을 할때는 '그 나이에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의지가 약하면 시작을 말지 저렇게까지 부탁을 하나'싶었는데, 언니는 이미 자신의 약한 의지를 두려워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우리팀 모두의 힘을 빌어 포기를 막았고 거뜬히 중간고사까지 치뤘답니다. 20대에 못한 공부를 나이 40 혹은 50을 넘기고 새로 해보겠다고 덤비는 정열만으로 혼자하기는 버거웁다는 것을 알았고 어느새 우리는 서로 버팀목이 되고 있었어요. 그리고 중간고사까지 거뜬히 치룬후, 야외에서 삼겹살파티를 하자는 막내의 제의를 받아들여 장소를 물색하던중 옹달샘 같이 크고 예쁜 눈을 가진 진숙씨가 남편이 국립공원 소장님이라며 그쪽으로 가자는 제안을 했고, 점심값까지 준비하고 기다리라고 하겠다는 한마디에 우리는 일제히 "OK"를 외치며 박수로 환영을 했어요. 다음주 스터디날, 교실에서 공부할때와는 달리 원색의 점퍼로 멋을 낸 아줌마 학생들은 목적지를 향해 승용차 두대에 나눠 타고 도심을 벗어났습니다. "화장 하지 말고 오랬더니, 더 멋을 내고 오면 어떻해?" 그날의 물주 미모짱 진숙씨의 농담에 일행은 일제히 폭소를 터뜨리면서 신나게 달려 국립공원에 도착하니 인상 좋은 진숙씨 남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소장님 배려로 무료입장 혜택까지 받고 결코 만만치 않은 등반코스를 몸무게 짱인 마흔아홉 둘째언니까지 숨이 차서 휘파람 소리를 내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정상 정복을 하고 내려와 "산채비빔밥에 더덕막걸리"가 준비된 점심까지 대접받고 돌아오기도 했어요. 공부보다 더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있는 우리팀들이 날이 갈수록 소중해지고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답니다. 그런데 언제나 밝은 얼굴에 넘치는 의욕을 갖고 있는 혜원씨가 집안형편이 어려워 컴퓨터가 없어서 공부하는데 지장이 많다는 것을 알고 최대한 가능한 자료를 빼다 주면서 공부에 도움을 주려 애써 보지만 한계가 느껴질때가 많답니다. 학교에 나와 하면 된다고 염려말라는 혜원씨지만 주부에 파트타임 직장에 늘 바쁘다는걸 알기 때문에 안방에 놓고 언제나 쓸수 있는 컴퓨터를 선물하고 싶어 여성시대에 부탁을 드리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두분의 힘이면 가능하겠죠.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쌍용아파트 602동 1012호(274-7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