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분
지난 주말에는 모처럼 일상의 빠듯함에서 벗어나 일박이일 예정으로
지리산엘 다녀왔답니다
그 와중에 크나큰 은혜를 입고도 경황이 없어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한
분이 계시기에 두분의 정감어린 음성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
신랑에게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자기는 갈수 없으니 아이들 데리고
혼자라도 다녀 오라는 신랑의 말을 듣고
가기 싫어하는 큰아이를 집에다 두고 중학교 일학년에 다니는 작은아이만을
데리고 지리산을 향해서 낯선 출발을 하게 되었어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장거리 운전
가끔씩 근교에 있는 시장에나 한번씩 다녀 보았던 것이 전부인 제 운전솜씨인지라
두려움이 먼저 앞서고 겁도 났지만
미적거리기만 하면 어느 곳엔들 제대로 다닐수 있으랴 싶은 마음에
무작정 도전장을 던졌지요
안가면 서운해 하실 친정어머니의 주름진 얼굴도 가슴 한켠을 아리게 했구요
해가 지면 더 힘들어 질거 같아 서둘러서 출발을 했고
먼저 도착한 식구들의 자상한 길 안내로 도중도중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는
짙은 안개속에서도 두시간여를 달려 무사히 목적지인 구례군 산동면에 위치한
숙소에 여장을 풀게 되었답니다
높은 산봉우리를 감싸고 있는 구름인듯 안개인듯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한아름 안으면서 하룻밤을 보내고
서둘러서 천은사를 둘러 본 뒤 노고단을 향해서 출발을 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막내 제부가 앞장을 서고 그 다음에는 제가 제 뒤로는 형부가
저를 보호하면서 달리기 시작을 했는데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힘에 부친 제차가 머뭇거리게 되자 어쩔수 없이 형부가
제 차를 앞지르게 되었지요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길래 비가 오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싶었었는데
위로 오를수록 안개가 어찌나 심하던지 한치 앞을 바라보기가 힘들더라구요
간신히 앞서가는 차의 안개등을 등불삼아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길도 없어지고 앞서가던 불빛도 보이지가 않는 거에요
다시 눈을 들어 확인을 해 보니 거의 270도는 된듯한 급커브가
눈에 들어 오더라구요
그래서 그 쪽으로 핸들을 돌려 출발을 하려 했는데
아 글쎄~~ 시동이 꺼져 버리는 거에요
머뭇거리다가 속력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아 변속을 하지 않은게
원인이 되었던거 같은데
평소에도 오르막 출발에 자신이 없었던 저였길래
그 높은지대에서 그리 심한 경사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니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 거에요
하지만 그대로 있을수만은 없겠다 싶어 기아를 일단에다 놓고
스타트를 시도를 해 보았지요
그런데 앞으로 가야 할 차가 자꾸만 뒤로 밀리는게 아니겠어요
다시 시도를 해 보아도 또 다시 뒷걸음질 하는 차가 그 순간
얼마나 원망스럽던지요
등짝에선 식은땀이 버썩 나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작은 아이를 시켜 막내제부한테 구원 요청을 할수 밖에 없었어요
까만 도화지처럼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그 순간
아이가 옆에 타고 있다는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던지요
엄마 다리~~~!!
하면서 아이가 주물러 주는 저의 오른쪽 다리 ..놓치면 끊어질 것 같은
생명줄처럼 있는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제 다리는 일정하게
튀어 오르는 용수철처럼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어요
그러는 사이 뒤따라 오던 차며 맞은편에서 오던 차들이 속속들이 서게 되고
요란하게 울려 대는 경적소리는 천둥소리만큼이나 무섭게 제 마음을
때리더라구요
그런데 그 순간
어느 차에서 내렸는지도 모를 아저씨 한분이 저에게 다가 오시는 것이 보였어요
스타트를 할수 없다는 제 말을 들으신 아저씨는
잠깐만 기다리라며 산속으로 들어가 커다란 돌 두개를 들고 나와
뒷바퀴에 받쳐 주시며
기아를 일단에도 넣고 핸들을 좌로 틀면서 아주 천천히 움직여 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이런저런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아저씨가 하라는 대로 따라서 했더니
글쎄 차가 앞을 향해서 올라가는게 아니겠어요
아 그 순간 느껴지는 안도감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 할수가 있을까요
그 고마우신 아저씨께 큰절이라도 올리며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줄지어 늘어선 차들하며 서게 되면 또 다시 반복될 그 일이 두려워
손만 들어 인사를 하고는 서둘러 그 곳을 빠져 나올수 밖에 없었지요
욱아 이제 이모부 안 오셔도 된다고 전화 해라~
하고는 조금 달리다 보니 맞은편에서 제부가 달려 오는게 보이더라구요
그 순간 왜 그리도 눈물이 나던지요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있었던 일을 얘기를 하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큰일날뻔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같이 쉬어 주시며
애꿎은 형부한테만 따가운 눈길들이 향하더라구요
도저히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가야할 길이기에
또 다시 샌드위치처럼 가운데 끼어 가족들의 보호를 받으며
서행 운전을 하는 가운데
남은 여행을 무사히 마칠수가 있었답니다
짙은 안개에 가려 지리산의 모습을 제대로 볼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제 평생 잊지 못할 귀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 뭉클한 뜨거움으로 다가 오시는 그 아저씨
사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그 아저씨의 따뜻한 배려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 순간을 모면을 했을지 지금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저씨처럼 넉넉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많이 계시기에 곤두박질하는 어려운 경제 여건속에서도
갓 삶은 감자처럼 포근포근한 온정을 느끼며 살아가는 힘을
얻지 않나 싶습니다
아저씨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리며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멀리서나마 늘 기원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