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귀염둥이 딸 예지의 만 네 번째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예지 실종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식구들 눈에 너무도 똑똑하고 예쁜,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어여쁜 딸이지요.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예지는 소일거리로 텃밭을 일구시는 할아버지의 귀염둥이이자 심부름꾼이랍니다. 텃밭에서 일하시던 그날도 “똑순아(예지의 별명)! 할아버지 쑥 좀 캐게 바구니 좀 가져오렴. 혼자 올 수 있지?” “그럼요. 저 차 없는 길가로 잘 올 수 있어요.”
자주 왔다 갔다 한 텃밭 이였기에 당연히 믿고 혼자 보낸 심부름이 문제였습니다.
아이 혼자 엘리베이터를 잘 탈 수 있었기에 혼자 엘리베이터를 잡아 태우는 순간 위층 계단에서 갑자기 한 남자가 타는 것 이였어요.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몇 개월 전에만 해도 발생한 여중생 납치 살인한 미스테리사건등 TV로 보는 유아납치·살인사건은 아이를 둔 부모에겐 너무도 무서운 세상이였거든요. 안 좋게 생각을 할 려고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왜 그렇게 그 남자의 인상이 안 좋던지.... 눈은 충혈 됐지, 머리는 헝크러저 있지, 얼굴은 피곤에 찌들어 불그스레 하지, 그야말로 범죄자형으로 보이는 것이였어요. 그래서 같이 갈까 생각하는 찰라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답니다. 엘리베이터를 한 남자와 같이 탄 예지가 무사히 일층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려도 나오지를 않는 것 이였어요. 부랴부랴 일층으로 내려가 예지를 찾아봐도 없고 정문에 앉아계신 경비 아져씨께 여쭤봐도 못 보셨다고 하시지, 텃밭으로 가는 길에 서계신 이웃분께 여쭤봐도 못 보셨다고하시는 겁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져앉고 말았습니다. 이럴 때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는 말이 실감나더라구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말을 머리에 세기고 온 아파트 단지를 다 찾아봐도 없고 40분이 지나도 할아버지에게 오지 않는 예지는 분명히 엘리베이터의 남자에 의한 유괴라는 정답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경찰서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 남자의 인상착의를 머리에 새겨놓고 경찰관 아저씨를 본 순간 “이건 분명 유괴에요. 그 남자의 인상착의는 이러이러 하다는 설명과 우리아이의 모든 옷 차림새를 설명하는 그 순간 텃밭과는 정반대의 길에서 바구니를 들고 기운없이 터벅 터벅 걸어오는 예지가 보이는 것 이였어요. 그 순간 예지를 찾았다는 기쁨에 눈물도 났지만 한편으로 너무나도 제 자신이 챙피했습니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사람을 못 믿게 되었을까? 내가 잘못된 건가, 아니면 이 세상이 나를 불신하게끔 만들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는가?’를 생각하며 엘리베이터에 탄 그 남자에게 왜 이렇게 미안한 생각이 들던지 고개를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 경찰관아저씨께도 죄송해서 얼굴을 들 수 없었구요.
너무도 기운이 없어 보이는 예지는 “엄마, 아무리가도 할아버지가 없어서, 멀리멀리 가다가 왔어.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아저씨가 어디 사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알면서도 아무말도 안했어” “왜 그랬어?” “어~ 할아버지가 모르는 사람이 전화번호랑 어디사냐고 물으면 절대로 가르쳐 주지 말라고 말씀하셨거든. 엄마! 나 잘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답이 정답인지 잘못된 답인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아이 혼자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할 수 있고, 부모님의 교육에 모르는 사람이 물으면 아무것도 대답하지 말라는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될 세상이 오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