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어머니는 전혀 꾸미지를 않으십니다.
그래서 변변한 화장대 하나도 없이 탁자위에
스킨과 로션만 있습니다.
그나마 누구네 결혼식이나 주일날쯤 되어야
분과 립스틱을 바르실 정도이지요.
어머니 젊을적에 두분 다 가진거 하나없이
결혼해서 맨땅부터 일구어 다섯 자식 기르시느라
엄청나게 고생 많이 하셨대요.
예순의 나이면 요즘 노인축에도 못낀다는데, 저희
어머니는 벌써부터 허리를 똑바로 펴는 것도 어려워
하십니다.
그런데, 얼마전에 시댁에 갔다가 탁자위에 화장품
샘플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걸 봤어요.
그나마 있던 화장품도 다 떨어져서 샘플을 구해 쓰고
계셨던 거지요. 마음이 쨘하더라구요.
저희 부부도 형편이 많이 어려워서 그 동안 제대로
챙겨 드리지 못했기에 죄송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모처럼 큰 맘 먹고 어머니께 화장품을 선물하기로 했지요.
집에 와서 인테넷을 뒤져보니 시중보다 싼 가격으로
화장품을 살 수가 있더라구요.
일주일 후에 시댁에 갈 때 화장품을 가져가서
어머니 품에 안겨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화장품을 받으시더니 얼굴이 화사한 꽃처럼
피어나셨습니다. 고맙다고도 하셨구요.
어머니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맘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이래서 선물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하는구나 싶었구요.
그러나, 다음날 어머니께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저를 붙잡더니
손에 5만원을 쥐어 주셨습니다.
“너희 형편 어려운 거 나도 뻔히 아는데, 이렇게 돈을 쓰면
어쩌냐..정성만으로도 고맙구나.“
“어머니... ”
지난 날 저녁에 화장품 가격을 넌지시 물어 보시길래 대답
안하기도 그렇고 해서 “시중에서 5만원 넘는걸 3만원 정도 주고
샀어요. 싸게 잘샀지요? ^^“
하고 말씀드렸더니 여유있게 용돈을 챙겨 주신 거지요.
분명히 이 돈도 찬 바닷물에 손이 퉁퉁 붓도록 일해서
벌어 오신 돈일텐데...
싫다고 해도 소용 없어서 결국 그 돈을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저희를 배웅하며 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시는 어머니 모습에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그리구... 사랑합니다."
군산시 소룡동 1341번지 소룡초등학교 교무실
이정은 019-550-9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