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이제는
가던 발걸음을 그만 멈추고 싶다 했지
지친 어깨에 날개를 달아 저 푸른 창공을
훨훨 날고만 싶다 그랬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길
쉬일새 없이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들을
이제는 홀가분하게 벗어 던지고
작은 엉덩이 하나 받쳐 줄
편편한 돌 하나만 있어도
두다리 쭉 펴고 쉬고만 싶다 그랬지
이승의 업을 져 버리고
산속에 스며들면
아침을 깨우는 맑은 새소리에
한껏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나
부러진 날개라도 하나 달아
파닥거려 보면
흙탕물에 가라앉은 진흙처럼
가슴속에 쌓인 앙금들을
새털처럼 가벼이 그리 할수가 있을까나
배운게 없어
배운것이라곤 오로지
땅파고 씨뿌리는 일인지라
제한몸 반듯하게 건사해야 하는데
솔가리재에 불씨 사그러들듯 녹아드는 육신
온 밤을 새우도록 욱신거리는 통증에
눈물로 밤을 새워도
그 아리도록 깊은 어두움을
어느 누가 알아 주겠냐마는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아니 어쩌면
전생에 지은 죄를 갚기 위한
업보인지도 알수 없다며
오늘도 지친 어깨에 괭이자루 둘러메고
땡볕 무성한 들길로 향하겠지
신문지 한장을 이불삼아
뼈속을 파고드는 시멘트 바닦에
몸을 누이는
저 행려객들을 바라 보라고
무심코 찾은 병원 대기실에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커멓게 병들은 얼굴로
죽음의 그늘을 드리운 저 환자들을
굽어 보라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낸들 뭐 뾰족한 수가 있으리라구
살을 에이는 겨울의 끝자락에
볕고운 봄날이 찾아 들고
짙은 어둠에 희망이 절망으로
곤두박질을 해도
빛은 어둠보다 강해서
찬란한 새아침은 어김없이 눈을 뜨리니
친구야
지친 발걸음을 추스려서
다시 한번 발걸음을 내딛어 보자
가다가 가다가 더욱 힘이 들면
내 어깨에 기대어 숨을 돌리고
파아란 하늘도 다시 한번 올려다 보자
솔숲을 가르며 여유를 즐기는
한쌍의 두루미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것은
우리의 모습 또한 그러하길래
석양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욱 더
눈부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