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춘분이 지나더니 날씨가 완연한 봄날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이른 시기 이지만 마을 어귀에선 모판에 흙을 담아 못자리를 미리 준비해 두려는 손길이 눈에띕니다.
일요일날 인지라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이 마을 정자나무아래에서 모판에 흙을 담고 계시던 이장 할아버지의 경운기에서 빈 모판을 날라주는
일을 거들어 줍니다. 옷에 흙이 묻겠지만 그냥 내버려 두고 저는 하우스로 향합니다. 마을에 아이들이 없어 심심하던 차에 노인들의 말동무라도 되어 드리면 좋지 않을까 해섭니다.
어제 토요일 오후에는
집에 있어야 할 딸아이들이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되었었지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은진이와 2학년인 다정이가 어디를 갔을까? 하고
집 주변을 찾아 보았으나 어느곳에도 없었습니다.
방은 도화지에 무언가를 그리다 만 흔적으로 물감과 크레파스 그리고
스케치북이 널려 있었습니다.
한참후 재잘 거리며 마당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의 손에는 조그마한 반찬통이 들려 있었습니다. 반찬통 속에는 다슬기가 한움큼 들어 있었는데
수돗가 세수대야에 부어 놓고는 "아빠! 이게 뭐라고 했지?"
"그거 다슬기라고 했잖아?"
"아,참 그랬지. 또랑에 내려가면 다슬기 참 많다. 그래서 잡아왔어."
그리고 옆에 서 있는 아이를 가리키며
"내 친구 정주도 놀러왔어요." 합니다.
곧이어서 "안녕하세요" 하는 정주의 예쁘고 깜찍한 몸짓.
다정이 친구 정주가 놀러온 것이다. 정주는 십리쭘 떨어진 저 아랫마을에 살고 있는데 엄마를 졸라 친구집에 놀러온 모양이다.
어제 같은마을에 살고 있는 6학년 순관이 오빠와 또랑에서 다슬기를
한움큼 잡아 왔었는데, 오늘 학교에서 자랑을 했던 모양입이다.
그러니까 십리도 더 떨어진 마을 에서 놀러 왔겠지요.
이런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지어보지 못한 시 한구절이 머리속에 떠 오릅니다.
산골자랑
나의또래 친구들아 어디에서 무얼하니 (친구들을 부르는 소리)
뛰뛰빵빵 노란큰차 마을앞에 기다린다.(학교버스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
너나우리 세어보면 우리모두 열명이야.(한학년이 열명이라는 말)
올챙이와 개구리도 자연학습 친구란다(학생수가 부족하니 개구리도 친구)
산과들의 예쁜꽃이 우릴오라 손짓하고 (봄이면 꽃이핀다)
퐁당풍덩 계곡물에 발담그며 가재잡지. (여름철이면 또랑이 놀이터)
감자캐고 감을따서 이웃들과 오손도손. (이웃들과의 정)
눈이오면 문밖에서 눈썰매장 따로없지.(눈만 오면 온동네가 놀이터)
학교수업을 마친후 학원가느라 바쁜 도시 아이들 보다는 훨씬 더
아이들 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산골아이들.
그러나 지금의 세태를 보면 뒤쳐질것만 같은 환경이 되어버려 안타깝습니다.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199-2 김영수 011-9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