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1남1녀를 둔 평범한 40대 초반의 가정주부랍니다.
그러니까 23년전 임실 고향에서 여고를 졸업하고 그때나이 20살 때였습니다.
엄하신 아버님께서 여자는 자고로 집에서 살림이나 배우고 있다가 좋은 배우자 만나 시집가는 거라며
누누히 말씀하시기에 아버지 의견에 따라 집에서 살림이나 배우고 조신하게 지내고 있는데
아마 그날이 추석을 한사흘 앞두고 재너머 콩밭 풀을 메고 집으로 오는데 회관 벽에 이번 추석에
콩콜 대회가 있는데 1등은 전기밥솥, 2등은 전기다리미, 3등은 양은솥, 4등은 후라이팬을 주는데
참가비는 1000원이었고 마을 청년회에서 주최를 한다고 벽보에 붙여 있기에 속으로 내가 나가면
전기밭솥은 내꺼다 하는 그런생각을 하며 집에와 저녁을 먹고 있는데 고등학교에 다니는 남동생이
"누나 노래 기똥차게 잘하던데 누나도 콩콜대회에 나가 봐, 내 친구 경호 형은 콩콜대회에 나간다고 오늘 읍내에서 옷도 사왔다고 하던데"
라며 저를 부추겼습니다. 동생은 아부지 몰래 나가면 안되겠나 하기에 저도 바로 그다음날 곳간에서
돈될만한 참깨 세되하고 쌀 두되를 챙겨 머리에 이고 논둑길을 걸어 읍내 곡물전에다 팔아넘기고
연분홍 브라우스와 그때 그렇게도 입고 싶었던 월남치마를 사들고 와서 추석날 저녁 마을앞 콩콜대회가
열리는 곳에 갔지요. 무대 앞에는 천막이 처 있고 읍내에서 아코디언, 기타 연주자를 초청해
와서 반주 리어설을 하는데 짠짠짠 짠짠짠 정말 굉장하고 먼놈에 사람들이 겁나게 모여있는지
옆마을 먼동네 사람들까지 다 모였더군요. 저는 무대 뒷쪽에가서 참가비를 주고 2번째 순서에 신청을
하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코디언 연주하는 사람이 총각이라는데 키도 훤칠하고 머리에
포마드를 발라 빗어넘겼는데 세상에 저는 첫눈에 반해버렸답니다.
드디어 짠짠짠 짜라라 짠짠잔 요란한 음악소리와 함께
"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사회를 맡은 김진호 입니다. 이렇게 많이들 오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자! 첫번째분 모시겠습니다. 어디에 사시는 누구십니까?",
"아따 여그 올라 온깨 겁나게 떨려버리는디 지는 이동네사는 이장 박 만복인디요 떨려서 어떻게 잘 할랑가 모르것는디 백마강 불러볼라요.",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잃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박자를 무시하고 부르시는
이장님의 노래 솜씨가 끝나가기에 누가 보면 잘 몰라보게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자! 두번째분 모시겠습니다."
"이번에는 아리따운 아가씨인데 어디에 사는 누구십니까?"
"안녕들 하신가럅, 지는 이마을사는 김 성남 인디요"
"자!, 김성남씨가 부를 노래는 김추자 씨의 무인도 입니다"
"잘 불러주세요"
파도여 춤을 추어라 끝없는 몸무립에 파도여 파도여 슬퍼말어라.
저요 최선을 다해 노래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아코디언 연주를 하던 그 총각이 매급시 멀쩡한 눈한쪽을
찔끔찔끔 거리며 저보고 씽긋 웃더군요. 드디어 18명 노래 솜씨가 끝나고 등수를 호명하는데
저요 무척 떨리더군요. 사회자가 4등부터 부르는데 4등, 3등, 2등이 호명이 되어도 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아 아마 노래 자랑에서 떨어졌나 보다 싶어 집으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자!, 그럼 1등은 어느분일까요?"
"이비싼 전기 밥솥의 주인공은 딴딴딴 1등입니다. 무인도를 부른 김성남씨입니다"
저요 정말 믿어지지가 않았자만 분명 제가 1등을 하여 전기밥솥을 들고 집에 오려는데 아코디언
연주자였던 총각이 무거운 걸 들고 연약한 여자가 어떻게 들고가냐며 자기가 보디가드도 할겸 바래다 준다며
자기는 2남1녀중 차남이며 읍사무소에 면서기로 근무하는디 취미로 아코디언 연주를 한다며 묻지도 않는 말을
하며 사귀자며 덜컥 손을 잡기에 저요 얼마나 가슴이 두근 거리고 놀랬는지 모릅니다.
그 총각도 제가 좋은 눈치였고, 저요 체면이고 뭐고 이남자가 함께 가자고 하면 어디든 따라 가겠더군요.
이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마다 저수지 뚝방에 앉아 병호씨는 기타를 치며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없어라...."
감미롭게 사랑에 새레나데를 불러주며 우리의 사랑을 키워가고, 여러번 만나게 되자 정이들어 그이가 뀐 방귀마저 감미롭게 느껴지데요.
이후 식도 올리지 않았는데 처녀가 임신을 했다며 부모님은 노발대발 난리시며 그놈에 자슥 다리몽댕이 부러드릴 거라며 당장 데리고 오라 하시기에 집으로 데리고 왔더니 우리 아부지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 반듯하고 거기다 학벌 좋고, 그때 당시에는 면서기 하면 알아주는 직업이 었는데 거기다 세상에 면서기 정식직원이 다는 말에 흐믓해 하시며
"자네 한잔받게 하시며 술잔을 기울며.. 아따 우리 성남이 저거시 학교 다닐때 공부도 지지리 못하고 다니던거시 연애질은 재대로 걸어서야 암 식올려야지"
서둘러 양가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일주일 만에 식을 올려 아들딸 낳고 지금껏 알콩 달콩 재미있게 잘살고 있답니다.
지금은 먼 옛날 추억으로 남아있는 그 시절이 그리워 지는군요.
그때 그시절 통기타를 치며 병호씨가 불러주던 박인희씨의 "모닥불" 신청합니다.
-추신-
두분의 진행하시는 방송을 인터넷에서 날마다 고향생각을 하며 듣고 있답니다.
두분 얼마 안 있으면 저희 친정아버지 칠순인데 제주도 여행한번 보내드리고 싶어 이 사연 올립니다. 이남식, 윤승희, 조형근, 이주영 작가님 건강히 안녕히..
서울 양천구 신월4동 426-3호
방주 하이츠빌 아파트 101동 207호
연락처 : 019-436-8459
참고로 3월22일날 위의 주소로 이사를 합니다 참고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