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는 산토끼

연극 연습을 마치고 늦은 밤에 집을 향해 오는데, 수송저수지(남원에서는 두번째로 큰 저수지)옆길을 따라 진행하고 있을때,나의 앞길에 뭔가가 뛰어가는게 보였다. 고양이일까? 산토끼일까? 하고 천천히 뒤따라 가 보았다. 틀림없는 산토끼 였다. 재색 산토끼 한마리가 자기가 다녀야 하는 산길이 나닌데도 어쩌다가 도로로 길을 잘못들어 방황하고 있는 거였다. 도로는 산을 깍아서 만든 길이었기 때문에 산사태 방지를 위한 방지턱이 2미터쯤 높게 되어 있었다. 아무리 잘 뛰어 다니는 토끼 일지라도 뛰어 도망가기엔 무리였나 보다. 어떻게 되나? 하면서 300미터쯤을 뒤따라 가다가 방지턱이 낮은 곳이 있길래 잠시 멈추어 섰다. 그랬더니 이때다 하면서 산토끼는 산으로 뛰어올라 뒤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멀리 달아나 버렸다. 야간에 운전하다보면 산골인지라 산짐승들이 가끔 보일때가 있다. 토끼를 비롯해서 고라니, 들고양이 등등. 자기가 가야할 본래의 길을 이탈한 녀석들이다. 이십년전쯤 나도 이녀석들처럼 잠시 가야할 길에서 이탈하여 잘못된 길을 갈 뻔한 일이 있었다. 고교 시절로 돌아가 그때의 상황을 설명해 보자면, 중학교 3학년때 어머님이 중풍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팔남매가 되었지만, 위로 누나 들은 시집을 갔고, 형님은 돈벌기 위해 나가 계셨었다. 집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남은 동생들의 밥을 해줄 사람이 마땅히 없어서 남자인 내가 불을 때가며 하는재래식 부엌의 밥순이가 되어야만 했었다. 중학교 3학년이면 고교입시를 위해서 학교에 빨리 가야만 했는데,늘 지각만 하는 나를 안타깝게 생각하신 담임 선생님은 고교입시를 위해 방문하신 고교선생님께 나의 사정을 이야기 하시고 좀 도와달라고 하셔서 그때 당시 실업계 신설학교 시험을 치뤄 입시시험에서 15등을 한 나를 특별 전면 장학생이라는 특혜를 주어 입학할수 있게 해 주셨었다. 입시요강에는 전체10등까지만 전면장학생으로 선뱔된다고 되어 있었는데. 1학기를 잘 마친후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날 나는 자퇴서를 써서 같은 학교를 다니던 친구에게 자퇴서를 보내면서 선생님께 갖다 드리라고 했었다. 그리고는 방황이 시작되었다. 자퇴서를 쓰게된 까닭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엘 다니지 못했으므로 주산 ,부기,타자 자격증을 쉽게 획득하지 못할것 같고, 자격증은 곧 시험 성적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때 난 자전거를 타고 어느 산인가를 찾아가 지낼 생각으로 무조건 남쪽을 향하여 패달을 밟아 나갔었다. 아스팔트길이 비포장질로 바뀌었다. 비포장길을 자전거로 가려니까 힘이 더 들었는데 그길 바로 옆에서는 차가 쌩쌩거리며 속도를 내고 달리는 길이 있었다. 아! 저기가 길인가 보다 하고 논두렁과 조그마한 개울을 지나 야트마한 언덕을 올라가니 학교 운동장만큼 넓은 길이 나왔다. 자전거는 신나게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뒤에서 삐용삐용 하면서 순찰차가 내 곁으로 오더니 뭐하는 짓이냐?고 대짜 고짜 나무라셨다. 난 잘못한것 없는데요. 야임마 여기가 어딘줄 알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거야 차다니는 도로지 어디는 어디예요. 허허허 그렇지 차다니는 도로지. 그런데 여기는 차만 다니는 고속도로야 임마 어서 내려가. 얼마나 호통을 치시던지. 그때 처음으로 고속도로란걸 알게 되었다. 자퇴서를 낸지 3일째 되던날 담임선생님으로 부터 편지가 한통 날아왔다. 어서 다시 학교에 나오라는 말씀과 학교에서도 너의 문제를 고민해 본다는 내용으로 얼마나 반가운 편지엿던가. 바로 가방을 챙겨 학교에 가니 벌써 2교시가 끝나고 3교시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뒤 나의 문제로 교무실에서는 회의가 열렸고, 졸업시까지 전면장학생으로 학교에 다닐수가 있었다. 그 일이 고마와 내가 학교에 보답할 일이 없을까 ? 하다가 웅변대회에 출전하여 몇번의 상을 받아 학교 이름을 빛내주고, 글짓기에 응모하여 상을 받은적도 몇번 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넓은길 고속도로. 그렇다. 이길을 자전거를 타고 갔으니. 가서는 안돼는 길을 단 10분 정도를 달렸지만 나에게 큰 교훈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가야할 길이 따로 있는데, 자기가 모르고 갈수도 있고, 뻔히 일고도 갈수도 있는 잘못된길은 어디에나 있을수가 있다. 낯선길이 나오면 다른사람을 통해서라도 이길이 어떤길인가를 묻고 확실히 알아 잘 판단하여 바른길로 가야할 것이다. 우리 모두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포암마을 김영수 011-9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