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이에게.
다정아 안녕. 다정이가 태어난지도 벌써 9년이 훌쩍 지났구나.
다정이가 태어나기 일년전에 아빠도 교통사고로 한달여만에 의식을 되찾아 새로운 삶을 살아왔으니까, 어찌보면 다정이와 아빠는 한살차이 또래친구가 되었네.
엊그제 다정이가 1학년의 과정을 마치면서 생화통지표와 함께 받아온 2학년책 아홉권.
일년동안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 한번 받아보지 못한 우리 다정이,
그렇지만 학교에서는 선생님들께 꼬박꼬박 인사는 잘 했던가 보구나.
예절상을 받아와서는 전화를 걸어 그 내용을 아빠한테 읽어 주었었지.
그래 우리 착한 다정이 상 받았어? 축하한다.
아빠가 일 끝나고 집에가서 이야기 들어줄께.라고 전화를 끊고 말았었지.
왼손잡이 인지라 글씨도 왼손으로 쓰는데 받아쓰기 숙제는 항상 틀린것 세번 써오기 였었지?
숙제하자 하고서 문제를 불러주면 팔이 아프다고 잘 쓰려하질 않았잖아.
그래도 1학기땐 20-30점 받아오다가 2학기가 되면서는 60-80점을 받아와서 숙제 하는데 그렇게 힘들어 하지 않더구나.
마음같아선 아빠가 곁에서 차분히 가르쳐 주고 싶었는데, 시간이 잘 나질않아서 숙제라도 해 가게 하려고 했던건데, 나중엔 아빠는 맨날 숙제보야! 공부보야! 팔이 아픈데 어떻게 하라고. 하면서 짜증을 부렸지.
미안하다 다정아! 하지만 선생님이 숙제를 하라고 하시는건 다정이가 다른친구들에게 너무 뒤쳐지지 않고 따라가길 바라기 때문에 숙제를 내 주시는 거야. 그러니까 힘들더라도 하다보면 언젠가는 친구들만큼 잘 할수 있게 된단다.
입학할땐 열 두명이 한 학년이자 한 반이었는데, 지금은 두명이 전학가고 열명만 남았잖아?
우스개 소리로 말하자면 꼴찌를 하더라도 10등 안에는 든다 이거야.
올해 입학하는 동생 은진이가 언니를 가르쳐 주잖니?
언니가 동생을 가르쳐 줘야 되는데 거꾸로 되었다 그치.
다정이 너도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엔 은진이를 가르쳐 주는 언니가 되었으면 좋겠어.
오늘 라디오 방송에서 책표지를 싸서 가지고 다녔던 옛 이야기를 하길래
맞아, 우리도 책표지를 달력종이로 쌌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 너의 책을 싸고 있단다.너의 이름도 적어줄 생각이야.
책을 소중히 여기고 자주 열어서 읽어 볼수 있었으면 좋겠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라는 말이 있단다. 인생을 성적으로만 평가 되는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야지 너무 뒤쳐지면 함께 갈수가 없잖아.
다정이는 어린이집에 다닐적엔 이야기를 잘 해서 이야기상을 받은적이 있고, 이번엔 예절상을 받았으니까 나름대로 밝고 정답게 살아가고 있는것 같구나. 앞으로도 웃어른께 인사 잘하고 친구들과도 밝고 재미있게 생활하길 바란다.
자고 있는 다정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빠가.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포암마을 김영수 011-0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