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 세 여자들의 외출)

저 쪽 남쪽 바닷가, 광양 다압 매화마을에 벌써 매화꽃이 벙긋벙긋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는 뉴스 때문일까요? 이 세상 떠난지 열흘이 지났건만, 아직도 내게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형님때문일까요? 요즘 저는 뒤숭숭해서 도무지 일손에 잡히질 않아 미칠 지경이답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각자의 길로 떠난 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면서도 영 개운치 않은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아는 언니께 전화를 걸었죠. "언니, 나 미숙이..." "그래, 미숙아." "나 언니보러 갈까?" 다짜꼬짜 말하는 내게 언니는 흔쾌히 오라고 대답을 하더군요. 아이가 오자마자 점심을 챙겨주고, 곧 저는 외출을 서둘렀답니다. 또 다른 언니와 세 여자들이 뭉쳤습니다. 제일 맏언니격인 길순언니가 운전하는 차에 올랐죠. 고산을 지나 대아댐 저수지에 잠시 머물렀어요. 허름하기 짝이 없는 간이 매점에서 커피 한잔에 에이스 과자를 찍어 먹으면서 세 여자들은 얘기 보따리를 풀어 놓았답니다. 첫사랑 얘기며, 결혼생활 등등.. 우리들의 얘기는 끝없이 이어졌지만 다음 행선지를 위해 다시 차에 올랐어요. 대아 수목원 다리를 지나 소양으로 가는 길엔 군데 군데 잔설이 남아 있어 위험천만 했지만 용감한 길순언니는 잘도 달렸습니다. 말로만 듣던 위봉폭포. 위봉산성을 지나 봄이면 벗꽃길이 멋지다는 소양 벗꽃로를 지났습니다. 그 유명하더던 화심 순두부 집에서 순두부 한 모와 묵 한 접시를 먹으면서 카아~ 맥주 한 잔 했습니다. 이런 음식엔 동동주가 제격이라고 하는 옥자언니의 말에 제가 동동주를 못 마신다고 했던 까닭이죠. 맘 통하는 사람들의 만남이라 그런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시계 바늘은 여섯시를 향해 줄달음치고...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걱정되어 왔던 길을 되달려 집으로 왔답니다. 우연찮은 인연으로 만나 지금것 좋은 인연으로 이어 온 언니들이 저는 참 좋답니다. 2004. 2. 13. 봄처럼 포근한 날에 익산에서 류미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