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유달리 무섭고 엄하게만 대해주던 친정오빠의 마음을 항상 오해만 하고 있었던 내게, 요즘들어 오빠의 진정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열리고 있었다. 그렇게 자상한 오빠의 마음이었는데...
"오빠, 나 이것 좀 들어줘. 너무 무거워서 못들겠어."
"무슨소리야? 넌 무거운 것도 혼자 잘 들면서, 그냥 네가 들어."
무심코 지나쳐버릴 상황이었지만, 무거운 짐 하나 들어달라는 동생의 부탁마저 차갑게 거절해버리는 오빠의 무정함에 마음을 다친 적이 참 많았다.
올케언니한테 보여주는 따뜻함과 농담 한 마디가 왜 그렇게 부럽게만 보이는지, 오빠 옆에 앉을 땐 무릎을 꿇어야 편안했던 어린시절 내 기억으론 그저 부럽고 서글픈 생각만 들었다.
항상 혼나면서도 바뀌지 않는 내 행동때문에, 난 거의 매일같이 오빠한테 꾸중을 들었고, 가끔은 정말 무섭게 매를 맞으면서 자랐다. 오빠는 어린시절 우리의 어려운 상황을 이기게 하기 위해 날 그렇듯 엄하게 가르켰나보다.
친정아버지의 술주정이 끝나는 날이면 오빠는 언제나처럼 우리를 달래주었다.
짜증도 내고, 화도 냈지만, 네 명의 동생들을 챙기느라 자신의 일은 돌보지 않았던 따뜻한 우리 오빠였는데, 난 그런 오빠를 원망하고 미워하면서 얼른 스무살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자랐다. 두고보자라는 깊은 원망을 심은채로...
"오빠, 나 왔어."
"응, 그래. 왔냐? 정은엄마, 선경이 왔어."하며 대답만 남긴 채, 이층으로 휭하니 올라가버리는 친정오빠. 그냥 오랜만에 얼굴 좀 마주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눌 수 있을텐데, 꼭 내가 오면 밖으로 나가거나 이층으로 올라가 버리는 오빠. 그만큼 나한테 할 말이 없어서일까?
"언니, 오빠는 또 나가네? 나만 오면 항상 나가니까 내가 집에 오기가 좀 그래."
"무슨소리? 오빠는 매일 한번씩 친구들 만나러 나가는거야. 아가씨 온다고 나가는게 아니라. 또 난 아가씨 오면 수다를 많이 떠니까 오히려 오빠가 밖에 나가는게 더 편하더라. 별생각도 참 많네."
언니한테 내 얘기를 매일 한다는 오빠, 잘해줘라, 꼭 선경이 좀 챙겨줘라, 아이 셋 데리고 힘들텐데, 가끔씩 집에 불러 맛있는 것도 좀 사주고 그래라,등등 오빠는 언니한테 내 당부를 잊지않고 꼭 한다고 했다.
너무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딱 한번 우리 오빠가 나한테 전화한 적이 있었는데, 오빠가 첨으로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잔뜩 마셔서 취했던 그 날이었다.
"누구냐? 어? 우리 선경이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내 동생, 우리 선경이. 선경아, 넌 오빠 마음 모르지? 이녀석. 넌 오빠 마음 모를거야. 내 동생, 내 사랑하는 동생 우리 선경이...."
처음이었다. 오빠의 마음을 내게 표현해준건...
술에 취했다지만, 난 오빠의 숨겨졌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얼마나 펑펑 눈물을 쏟았던지 모른다.
낼 모레가 우리 셋째 공주님 돌이지만, 사실 걱정이 태산이다. 애들아빠 월급날도 아직 멀었고, 빚잔치에 지난 번 받아온 40만원을 다 써버렸으니...
올케언니가 우리 공주님 돌복을 사가지고 왔는데, 오빠의 말을 전해주었다.
"아가씨, 나 이 옷 사가지고 오빠한테 혼났잖아. 차라리 그 돈으로 여러벌 사주지 그랬냐고. 쳇, 그럼 자기가 사주지.."
오빠의 마음은 늘 그랬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 처럼 사랑하는 동생 선경이를 그만큼 생각하고 있었다.
오빠, 우리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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