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희 조형곤님과 여성시대 관계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긴 겨울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한 아이들이 빠져 나간 조용한 집안에서 하얀눈 덮인 바깥 풍경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이 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열심히 출퇴근을 하면서 18년을 하루같이 지켜온 가게를 폐업정리하기 위해 출근을 하려는 내곁을 맴돌면서 무슨 좋은날이라도 되는양 딸아이가
"엄마 오늘은 꼭 나 데리고 나가요?"
"날씨도 추운데 뭘라 따라 나갈려고?"
"우리 가게 마지막으로 디카에 담아 둘려구요."
하면서 신나 하더군요.
올해 고3이 되는 큰 아이를 등에 업고 가게에 딸린 작은방으로 분가를 해서 시작한 가게를 그만 접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없는 사이 손님이라도 들어오면 입이 떨어지지 않아 "어서오세요"라는 말도 못하고 가슴이 왜 그렇게도 "콩닥콩닥"뛰던지, 손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한채 묻는 말도 귀에 들리지 않고 손님이 남편 있을 때 다시 와 주었으면 하고 애태우던 초보시절이 엊그제처럼 떠오릅니다.
한달쯤 지나니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손님이 찾는데 없는 물건을 파악하고 꼼꼼히 적어가면서 안주인 역할을 확실하게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아이를 갖어 남산만한 배를 하고도 쉬지 않고 가게를 지키며 장사를 하면서 우리 가족의 생활을 안정되게 지켜냈고 아이들이 자라서 더 이상 작은방에서 살기가 힘들게 되자 작은 아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살림집을 분리했습니다.
큰아이는 쾌활한 성격에 사교성이 좋아서 전학을 시켰어도 금방 적응을 해갔지만 아직 애기나 다름없던 작은애는 학교가 끝나고 엄마없는 낯선집에 들어와 무섭다며 울면서 전화통을 붙잡고 놓질 않아 거리가 멀어서 달려가 데려 올수도 없어 속 많이 태웠습니다.
오빠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딸아이의 전화는 잠잠해졌고 딸아이와 전화를 하다가 손님이 오면 통화하던 수화기를 놓고 물건을 팔다가, 또 한참 동안 전화하던 것을 순간 잊어버려서 어린딸 속도 무척 태우면서 장사를 했습니다.
"어린애들만 집에 두면 위험한데. 요즘은 사람이 무서운게 아니라 애들이 나쁜 비디오라도 빌려다 보면 않되, 돈도 좋지만 애들 생각해야지."
가게에서 늦게까지 장사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안타까워 하면서 나이 많으신 어른들께서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제 속은 새까맣게 탔고 마치 돈만 아는 이기적인 나쁜엄마가 되는 절망감을 느낄때도 한두번이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아이들은 공부는 빼어나게 잘하진 못했지만 어긋나지 않고 착하고 야무지게 자라주었습니다.
"엄마 이것 좀 봐요"
집에 돌아오는길에 딸아이가 찍은 디지털카메라를 보여주는겁니다
"이건 화장실 아니니? 이런걸 왜 찍어."
"왜요. 제가 애기일 때 이 화장실에서 얼마나 울었는데요."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딸아이가 두세살 때 일을 잊지 않고 기억을 하고 있더군요.
손님은 있는데 화장실이 급하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화장실에 데려다주고 가게에서 손님을 보다가 깜빡 잊고 가지 않으면 목이 터져라 "엄마"를 불러대다 지쳐 울고 있으면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와서 닦아주고 꺼내 주시기도 했던 까마득한 14년전일을 기억하는걸 보니 저도 꽤나 힘들었던 추억인 모양입니다.
온 가족이 힘들게 고생하면서 열심히 살았던 가게를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정말 집에 계시네요. 저 15분 후에 집에 도착하니까 밥 좀 차려 주세요."
몇 년째 스스로 밥을 챙겨 먹었던 아들녀석이 어제 저녁 밖에서 전화를 하더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듯 확인을 하면서 할말이 없는지 저녁밥을 차려 놓으라고 하더군요.
우리 아이들 아침밥만 엄마가 차려 주는 것 먹고 나면 점심 저녁까지 혼자 챙겨 먹었으니 엄마손에 저녁 얻어 먹는 것이 믿기지 않을겁니다.
가게를 할때 공휴일, 일요일도 없이 그저 일에만 매달려 뒤쳐지지 않는 가게를 꾸려갔듯이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동안 소홀했던면까지 다 채워 줄 수 있도록 성의껏 엄마노릇도 할 각오이고요, 오며가며 기사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했던 남편에게도 따끈한 찌개가 준비된 밥상을 차려 줄 계획입니다.
올해 고3, 중3이 되는 우리 아이들과 늦깎이 공부를 하기위해 대학에 원서를 낸 저까지 올해는 열심히 공부를 해 볼 생각입니다.
두분 제 새롭게 시작된 전업 주부생활에 용기가 될 수 있도록 응원 많이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쌍용아파트 602동 1012호 (274-7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