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강한 의지로 꿋꿋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듯이, 언니보다 나은 우리동생 윤경이의 겨울은 마냥 당차기만 합니다.
쌀쌀하게, 냉정하게 한 마디 건넬때면 가끔씩 눈물까지 흘리게 하는 무서운 동생이지만, 그 속에는 누구못지않은 따뜻함이 숨어있음을 얼마전에서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니까요. 기집애, 왜 그렇게 자신을 감추고 있는지...
"언니, 잘 살고 있지? 형부는 어때? 지금은 돈 많이 벌어다주나?"
"그러니까 언니도 제발 정신차리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살으란말야. 형부가 돈 벌어다주면 알뜰하게 살림잘하고. 남자들은 여자가 자꾸 돈을 벌려고 일을 하면 게을러진다고 하잖아. 언니도 앞으론 아무일도 하지마, 알겠지?"
동생의 전화는 언제나 가슴 한구석에 깊은 느낌표를 남기곤 합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의미를 깨닫지 못할 묘한 말들을 남기고 전화를 끊는 동생의 말솜씨엔 정말 못당한다니까요.
얼굴은 너무 예쁜데, 가끔씩 마음이 너무 냉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답니다.
굳이 그렇게 차갑게 대하지 않아도 될텐데, 동생은 다른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쓴답니다. 가족이 뭐길래, 도대체 우리 윤경이한테 언니는 어떤 의미로 기억되는지 묻고 싶을때도 있으니까요.
"언니, 언니는 형부랑 결혼해서 행복해?"
"뭐하러 아이는 셋이나 났어? 남들은 하나도 많다고 안날려고들 하던데. 언니인생을 안살거야? 도대체 언니는 형부의 어떤면이 좋은건데?"
윤경이는 언니한테 궁금한 것도 참 많답니다. 왜 결혼은 스물 여섯살에 했는지, 아이는 또 왜 셋씩이나 많이 나았는지, 형부가 왜 좋은지,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언니의 마음을 우리 동생이 알아줄까요?
말할 수 없는 부부의 일들, 아이를 낳고 한 가정을 꾸려가면서 느끼는 너무나 아름다운 행복들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때론 망설이게 됩니다.
말로는 형부가 싫을때도 있도, 지겹다고도 하고,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후회스럽다고 동생앞에서 부끄러운 흉을 늘어놓기도 한다지만, 왜 꼭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건지 말로 설명하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같더라구요.
"너도 결혼해봐. 그럼 언니가 왜 이렇게 사는지 너도 이해할 수 있을거야."
자신없는 대답은 항상 이렇습니다. "너도 결혼해봐!"
결혼, 과연 결혼은 이거다라고 어떤 결론은 지어줄 수 있을까요?
세아이의 엄마로, 실수투성이, 음식도 못하고, 센스도 없고, 도대체 잘하는게 하나도 없는 불안한 언니가 걱정이 되는 우리 동생 윤경이의 마음에 눈물이 납니다. 형부가 좋아서 반대하는 결혼하더니, 왜 그렇게 가난하게밖에 살 수 없느냐며 울먹이는 동생 앞에서 언니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직도 형부를 사랑하냐고, 사랑만 있으면 가정이 행복해 질 수 있는거냐며 안타까운 언니의 형편에 마음아파하는 동생 앞에서 언니는 그냥 고개를 떨구고만 있었습니다. 아무런 대답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얌체같던 동생,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고 이기주의가 너무나 강하다고 핀잔을 주던 우리 동생 윤경이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동생한테는 부족한 사람같이 보이지만, 동생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했답니다. 이제서야 우리 동생은 사랑의 힘을 깨달아가고 있나봅니다.
결혼의 울타리를 선택하려는 동생의 현실에서 언니가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텐데, 언제나 동생한테 걱정만 끼치는 부끄러운 언니인 내 모습에 참 마음이 아파옵니다. 가난한 언니로 기억되고 싶지 않은데...
언니같은 동생 우리 윤경이. 이제 조금씩 여자로 성숙하고 있습니다.
한 남자의 아내로 함께 인생을 개척해보겠다고 동생의 내일을 설계하고 있답니다. 이제 결혼하면 한 아이의 엄마로 또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우리 동생 윤경이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쑥쓰럽고, 이상하고, 겸연쩍어서 한번도 해주지 못한 말이 있었습니다.
웃어버릴까봐, 어쩌면 거짓말이라고 놀려댈까봐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해주지 못했던 말입니다.
"윤경아, 언니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고있니? 네가 얼마나 고맙고, 예쁘고, 자랑스럽고, 든든하지 몰라. 윤경아, 정말 사랑한다."
언니는 대학도 못갔는데, 동생은 대학교에 다니면서 대학생 티 낸다고 참 구박도 많이 했었는데..., 벌써 우리 동생도 서른살이 되었네요.
세월이 빠른만큼 우리의 사랑도 깊어가고 빠르게 퍼졌으면 정말 좋겠어요.
윤경이의 2004년은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하고 싶습니다.
모 선경(남원시 월락동 157-22번지 2층 오른쪽 5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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