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속 어머니 생각이.

산 꼭대기, 빙판길이라 연탄장수 아저씨도 오기싫어했던 제 어린시절 동네를 다녀왔습니다. 아버지를 하늘에 먼저 보내신 어머님은 도회지로 과감히 어린 자식 넷을 데리고 혼자 벌이를 시작하셨습니다. 다 타 들어간 연탄색을 가진 풀빵! 시장통에서 제첩국 장사로 돈을 약간 번 어머님은 드디어 풀빵 장사를 시작하셨지요.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건 바로 저였습니다. 실컷 먹을 수 있는 기대감으로 말입니다. 헉! 그런데 세상일은 뜻대로 되는 일이 없었지요. 어머닌 풀빵 근처도 오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어무이요. 그거 다 팔아서 뭐할라꼬요. 지도 좀 주믄 않되는교?" "니 책 사 줄라꼬 한다. 저리가서 공부나 해라." "책 않봐도 된게요. 하나만 주기요." "이 써글 가시나, 팔꺼라 않하나. 가 공부나 해라." 맨날 장사하는 어머니 근처를 맴돌며 그렇게 오랜동안 칭얼거리고, 맞고, 또 조르고, 또 맞고, 그렇게 하루 하루 저는 훔쳐먹기에 여념이 없고, 엄무니는 팔기에 여념이 없었던...그 시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풀빵 한 잎을 베너 무는 관경은 참으로 경이로움 이사 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무니.. 지도 커서 풀빵 장사 할랑게요..' '이 가스나 지 고생안시킬라고 이짓꺼리 하는디... 무쉰 소리고?' 겁나게 욕얻어먹고도 전 내심 풀빵장사가 제 꿈으로 자리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참 커갈 나이에 먹는 것에 대한 욕구로 군침을 한 대빡으로 흘려야 했던때 였으니까요. 어머니 눈을 피해 그 뜨거운 것을 입안에 몇 번 넣느라 입안 천정이 대여 그 고생을 했는데도 늘 같은 도둑질을 하는데도 즐거웠습니다. "이 가스나... 또 또..." 어머니의 욕을 먹어도, 어머닌 혹시 어린것이 먹다 채할까 옆 포장마차에서 어묵국물을 챙겨 주시기도 하셨는데... 여하간 억척스러운 가난 속에서 본 그 풀빵이란 그 행복의 대체물 이상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나의 가난과 배고픔을 진귀하게도 품고 있는 친한 벗의 모습을 가지지 말입니다. 담백하니, 요란하지도 않고, 팥무더기와의 단초란 섞임이 전부인대도 여지껏 친근함입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그 관경에 제 눈엔 어느세 촉촉함이 그득이었습니다. 아! 할 수 만 있다면 울 어무니가 다시 건강해져서 저기.. 저 자리에서 다시 풀빵 파셨으면... 전 다시 침을 꼴짝꼴짝 흘리며 언제고 풀빵 집어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익산시 부송동 시영아파트 가동 40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