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성시대 가족여러분.
새해 2004년을 맞이하여 좋은 게획들 세우시고 그 목표달성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 한 가운데에는 400년쯤 되어 보이는 정자나무가 서 있는데요,제가 일하는 축사와 퇴비장이 마을앞에 200미터쯤 떨어져 있어서 그 곳을 지나다니곤 하는데 정자 나무 아래에는 대나무 숲이 있고, 그 아래 개울물 쪽에는 소나무가 30여그루가 송림을 이루고 있어서 여름철이면 그곳에서 발 담구면서 휴식을 취하곤 하는데 말입니다.
이 동네로 이사온지 3년이 다 되도록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담한 집한채가 제가 눈을 비비며 바라보도록 유인하지 뭡니까?
사실 20여년전만 해도 우리 마을이 50여가구가 되어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끊일날이 없었다는데,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 십여명만 사는 조그마한 동네가 되어 버렸지요.
그러기에 빈집들이 꽤나 있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을 한가운데 대나무 숲 속에 숨어있던 아담한 기와집을 발견하고선 쇠퇴해져 가는 우리네 농촌을 생각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없던집이 제 눈에 띄었는지 말씀 드릴께요.
우리 앞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고추농사를 상당히 많이 짓고 계시는데,
올해 쓸 고추 말목으로 대나무를 선택하여 자르고 계셨답니다.
연이틀 톱질하는 소리가 들렸지요.
오늘아침 정자나무 아래 대나무 숲으로 눈길이 머물러 가만히 보니 아담한 기와집 한채가 지어져 있더라구요.
대문도 없이 그냥 진입로라고 한다면 니어커가 드나들정도의 좁은 통로같이 보이는 길이 3미터쯤. 그리고는 떡허니 기와집이 나타났답니다.
이 집을 지은 집주인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는지는 모르지만 집을 지을때는 이곳에서 천년만년 잘 살아봐야지 하고 지었을 텐데...
대나무들로 가려져 눈에 띄지도 않고 숨어 지낸게 몇년쯤이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촌에서는 살아가기가 어려워지니까 집도 버려둔채 어디론가 떠났겠지요.
겨울철이나 한가한 농한기때에는 마을 주민들이 회관에 모여서 막걸리를 친구삼아 이야기하는 소리가 왁자지껄하는것을 보고 처음엔 그 모습이 상당히 싫었었는데, 지금은 이해가 갑니다.
주민들 거의가 다섯집만 빼놓고는(남자분이 다섯명이니까) 혼자사는 할머니들이라 회관에서 밥도 같이 먹고 말동무도 하면서 그렇게들 지내나 봅니다.
여름철에 빈집 옆을 지날때면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뱀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고 오싹오싹할때가 있는데 올해는 빈 집일 망정 풀이라도 베어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에는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도 좋은꿈 이룰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2004년 1월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포암마을에서 여성시대 친구ㅡ
김 영수 011-9668-2807